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시와 Jul 12. 2020

<반도>, 걸크러시가 여름 블록버스터와 만나다

올여름 극장가 최대 화제작인 <반도>가 언론에 최초로 공개되었다. 코로나 시대, 침체된 한국 영화 산업, 나아가 아시아 영화 시장의 구원 투수가 될 수 있을지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작품인데, 영화 자체의 오락성과 완성도만 놓고 평가하자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주요 부문 석권으로 한국 영화 산업의 새로운 도약과 부흥이 찾아오리라는 기대가, 코로나 시대의 도래로 주춤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는 일찌감치 여름 개봉을 확정하며 정면 승부를 택했다. 작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은 물론, 이형덕 촬영감독, 이목원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김연호 프로듀서 등 동일한 제작진이 참여한 속편 격에 해당하는 작품이라는 위상과 더불어, 2020년 칸 국제 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면서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은 한껏 높아졌다. 더욱이 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반도>의 초청을 발표하면서, 연상호 감독에게 박찬욱, 봉준호를 잇는 한국의 대표 감독이라는 찬사를 덧붙였다.


영화 <반도>의 포스터


며칠 전,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반도>는 한마디로 파워풀하다. 여름 텐트폴 영화에서 기대할 법한 스펙터클과 액션으로 무장한 작품으로, 코로나 시대 극장에서 만나보기 힘들었던 블록버스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법하다. <부산행>의 작품 내외적인 성공 때문에, 태생적으로 기대치가 높고 비교가 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다른 액션의 질감을 실현시켰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낼만하다.      


<부산행>은 좁고 빠른 기차 안에서 속도감 높은 좀비 액션으로 긴장감을 극대화시키고, 다양한 캐릭터들의 조화와 갈등으로 드라마적인 재미와 주제의식을 드러내며 국내 관객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북미 영화 시장에서 까지 높은 흥행 기록을 세웠다. 더욱이 국내 상업영화 최초로 좀비 액션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에 K 좀비의 시초라는 타이틀까지 획득하며 한국 콘텐츠 시장에 좀비물을 확산시키는 데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전작이 제법 부담이 될법한 히스토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반도>에서는 카체이싱을 전면에 내세워 승부수를 띄었다.


영화 <반도>의 스틸 사진,  좀비들이 대거 등장하는 몹씬에서 좀비 액션 영화로서의 정체성이 잘 드러난다.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 좀비들에게 점령된 반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탈출물로, 강동원(정석 역)과 이정현(민정 역)등 캐릭터들의 특징과 관계를 간결하게 제시하고, 인간과 좀비, 무엇보다도 인간들 내에서 벌어지는 사투를 보여주는 데에 집중한다. 아울러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음울함을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공간에 대한 묘사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영화 <반도>의 스틸 사진, 뛰어난 프로덕션 디자인의 구현으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잘 표현된다.


예고편 등에서 이미 공개되었던 좀비 결투씬 등에서 재현된 것처럼, 수준 높은 세트와 미술적 완성도로 시각적 볼거리를 풍부하게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적절한 로케이션의 채택과 컴퓨터 그래픽의 활용으로 인천 항만과 한강 등 폐허가 된 반도의 전경을 디스토피아적 색채로 물들이는 데에 성공한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관이 지배하지만, 살아남은 자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아역 캐릭터들이 불어넣는 활기 그리고 가족애 때문에 전체적으로 어둡다는 인상은 들지 않는다. 그보다는 2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고 느낄 정도로, 파워풀한 스릴이 영화를 지배하는데, 이는 총격 액션과 카체이싱 시퀀스의 랠리 덕일 것이다.


영화 <반도>의 스틸 사진, 총격 액션과 카체이싱으로 러닝타임 내내 파워풀한 스릴이 몰아친다.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액션 배우인 강동원이 총격 액션으로 초중반부의 스피디한 전개를 책임진다면, 후반부는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정현(민정 역)과 이레(준이 역)는 폐허의 땅 반도에서 살아남은 여성 캐릭터들로 <매드맥스>에 견줘도 될법한 압도적인 카체이싱을 펼치며 걸크러시의 위용을 한껏 뿜어낸다. 특히 이레가 연기한 10대의 준이는,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소녀상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단단한 자생력과 용기를 갖춘 것은 물론이고, 쿨하면서 순수한 매력까지 지닌 소녀의 출연은 무척 반갑다.  

     

<반도>가 연상호 감독의 유니버스가 확장된 작품이라는 일각의 평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인간이 얼마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강한 생명력과 온기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이는 코로나 시대, 조금은 새롭고 낯선 방식으로 삶을 이어나가는 우리들에게도 적잖은 시사점을 안겨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로 무장한 작품이니 만큼 가급적이면 아이맥스, 스크린 X, 4DX 등 특수관에서의 관람을 추천한다. 오는 7월 15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하며, 대만,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의 적절한 방구석 드라마 - <킹덤 > 두 번째 시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