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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휴양림 좀 작작 가면 안돼?

아이들은 모르는 부모의 작은 궁리들

by 감격발전소


자연휴양림 좀 작작 가면 안돼?

아이들의 입에서 자주 튀어나오는 말이다.


숲의 압도적인 울창함을 사랑하는 우리 부부는 달에 한두 번꼴로 자연휴양림을 찾는다. 처음엔 아이들도 쫄래쫄래 잘 따라다녔다. 낯선 숙소에 묵는 설렘, 숲속에서 뛰노는 재미가 컸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아이들의 취향은 점점 달라졌다. 호텔에서 묵어본 뒤로는 숲보다 호텔의 부드러운 침대와 화려한 조식 뷔페를 더 선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모와 함께보다는 친구와 보내는 시간이 더 즐거운 시기가 되어버렸다.


물론 호텔의 가격은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아무리 좋은 호텔이라 해도, 자연휴양림만이 주는 치유와 여운을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

그래서 우리는 늘 자연휴양림을 먼저 예약하고, 그 주변 관광지를 곁들여 여행을 이어가곤 했다.


아이들은 떠나기 전까지는 늘 투덜 투덜이다.
“또 숲이야? 제발 좀…”


하지만 막상 숲에 도착하면 남매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뛰어놀기 바쁘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바비큐를 구워 먹으며 외치는 말. “와 육즙 끝내준다!". 하핫


나는 그 순간을 쉬이 넘기지 못하고 기어이 말을 꺼내고 만다.


“거봐, 오니까 좋잖아. 공기도 맑고, 잔소리도 안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얼마나 좋아?”


아이들은 삐죽거리며 마지못해 수긍했지만, 다음 여행이 다가오면 여전히 툴툴거림이 반복되었다.
“아, 또 자연휴양림이야? 이제 좀 지겹단 말이야.”


이쯤 되니 나도 꾀를 내기 시작했다.

휴양림에 가는 날을 맞춰, 아이들이 보고 싶어하던 만화책을 가득 빌려 몰래 챙겨가는 것!


평소처럼 낮에는 숲길을 걸으며 바람을 맞으며 힐링을 누리다가 저녁에는 야외 불판에서 고기를 지글지글! 그리고 드디어 밤이 되어 고즈넉한 분위기가 내려앉으면!!!


슬쩍 준비해간 만화책 꺼내기!!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번에도 나는 ‘엄마 짱이지 않냐'며 혼자 콧대를 올린다.


아이들은 만화책에 푹 빠져 신나게 읽다가도 결국 이렇게 말했다.
“아, 치사하게 당일되서 꺼내지 말고, 빌려오는 대로 빨리 좀 줘~~“


.

필살기 하나가 뽀롱나고 말았다.


이번엔 남편이 나섰다. 늘 똑같이 고기나 새우를 준비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메뉴 선택권을 준 것이다. 큰아이가 좋아하는 연어회와 매운탕, 요즘 아이들 입맛을 사로잡는 마라탕이나 차돌볶음 밀키트를 준비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고른 음식이라 더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차돌볶음은 개 맛있는데, 마라탕은 진짜 별로네.”


그 말을 들은 나는 웃으며 말했다.


“으이그, 그냥 맛있다고 하면 안 되냐?

꼭 ‘개’를 붙여야 해?


아들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답한다.
“엄마! ‘개’를 붙여야 내가 원하는 감정이 딱 담긴단 말이야.”


그에 나는 장난스럽게 받아쳤다.


그럼 개 말고 고양이를 붙여봐.
‘고양이 맛있다’는 어때?


순간, 아이의 어이없는 표정.

나는 그 모습이 또 우스워서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들은 아직 모른다.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엄마 아빠가 얼마나 많은 궁리를 하는지. 언젠가 알게 되겠지. 숲에서 보낸 이 시간이 우리 삶의 가장 반짝이는 순간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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