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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우wow Aug 11. 2024

이거 한 번 먹어봐

너의 생일

“떡갈비, 잡채, 불고기, 생선튀김.. 골라봐. 딱 한 가지만”

“음… 뭐가 좋을까?”

“이젠 고민하네. 우리 딸?”

“그게 왜?”


25살에 첫아이를 낳았다. 직장생활 그만하고 싶어서 요즘말로 취집을 했다. 결혼을 하자마자 회사를 관두고 집에서 마늘도 까고 김치도 만들고 소위말하는 살림을 했다.

그땐 그게 좋았다. 그리고 결혼하고 10개월쯤 뒤에 큰 딸을 임신해서 결혼 한 다음 해 8월 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낳은 날은 시아버님 칠순잔치가 예정되어 있던 날이었다.


“어머님, 그날은 제 출산예정일이잖아요.”

“예정일에 아이 낳는 사람 있니?”

“그래도 병원에서 그날쯤 아이 나온다고 한 날인데 왜 그날 칠순잔치를 잡으세요? “

“그날 안 나온다니깐?”


정말 센스도 있으시고 모든 며느리를 맞춰주시던 분이 그날만큼은 양보를 안 하신다.

서운하다.

남편에게 말해봤자 소용없었다.

그렇게 2003년 8월 10일 일요일 12시 칠순잔치는 정해졌다.

8월 9일 토요일 밤 9시 나는 막달의 배를 잡고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을 뛰었다.

남편은 임산부가 막달에 그렇게 날렵하게 뛰는 사람이 어딨 냐고 깔깔 웃고, 나는 내 몸무게에서 6킬로밖에 찌지 않아 불편한 것 말고는 날쌔었다.

“예정일에 아이가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

“아니 그렇다고 그렇게 뛰면 어떻게 해.”

“이 정도는 뛰어줘야, 우리 아가가 나올 것 같아. “

달리기를 한 후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고, 내가 배를 잡고 “앗, 배야”라고 말하니 “이젠 안 믿어, 한두 번이야?”

내가 자꾸 배 아프다 장난을 쳐 대니 믿지 않던 남편이다.

그날 밤 11시

남편은 일찍 잠드는 타입이다.

“여보 자려고? 나 배 아프다니깐.”

“장난하지 말고 얼른 자.”

난 그렇게 남편은 잠이 들고 밤새 혼자 시간을 재며 진통을 체크했고 남편은 새벽 6시나 되어 일어나 진통으로 땀을 흘리는 날 이끌고 병원에 데리고 갔다.

못된 놈.

그렇게 내 딸은 2003년 8월 10일 12시 12분에 태어났다. 시아버님 칠순잔치 그 시간이다.


난 한여름에 아이를 낳았다. 모두들 휴가를 떠나는 그런 시기이기도 하다.


아이가 태어나고 세 살 생일에, 낮잠을 오래 자는 아이덕에 이것저것 요리를 했다.

큰 딸은 입이 짧다기보다 뭘 먹지를 않았다. 하루종일 밥을 먹지 않아 시장에 파는 오백 원짜리 어묵 하나, 밥 겨우 두 스푼 정도만 먹고 오로지 두유만 먹어댔다.

그래서 더 잘 먹었음 하는 바람으로 미역국을 기본으로 갈비, 소불고기, 삼색꼬지, 잡채, 조기튀김 등등을 차려냈다.

한 상을 다 차려 놓으니 낮잠 자던 아이가 일어났다.

나는 반가워 아이를 안아주고 잘 잤느냐 물었다. 비몽사몽 잠에서 덜 깬 아이의 모습은 지금도 기억한다.

‘이 엄마는 매번 낮잠 자고 일어나면 왜 이리 반가워하나’

그렇다 낮잠을 한 번 자면 5시간씩 잤다. 그래서 나는 너무 반가웠다.

그땐 거저 키워낸 줄도 모르고 매번 왜 힘들다고 했는지..


그렇게 일어난 세 살 아이는 생일상을 받고 반가워하지도 않았다.

먹을 거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거줄까? 저 거줄까? 뭐 먹을래?”

“…”

“고기 줄까? 생선 줄까?”

나는 몇 시간에 걸쳐 만든 나의 음식을 아이가 맛있게 먹어주길 바라며 아이의 눈높이를 맞춰 물어봤다.

아이는 손가락으로 어떤 접시를 가리켰다.

“어? 생선 줘? 왜 하필 생선을~~ 그래그래 얼른 줄게. “

그렇게 우리 딸이 생선을 그토록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시점이다.

그리고 그 후 스물두 살이 된 딸의 생일에..

“떡갈비, 잡채, 불고기, 생선튀김.. 골라봐. 딱 한 가지만”

아이 셋에 남편까지 모두 한여름에 생일이다.

어쩜 이런 우연이… 있을까?

그래서 생일마다 이 모든 걸 차려내던 어떤 시점에서 난 기권을 했다.

이젠 먹고 싶은 요리 딱 한 가지씩만 고르자! 선포한 것이다.

“음.. 뭐가 좋을까?” 한참을 고민하는 딸이다.

“이젠 고민하네. 우리 딸?”

“그게 왜?”

“응, 너 세 살 땐 생선 골랐거든. 그때 참 귀여웠는데.”


스물두 살의 딸은 잡채를 골랐다.

당면 불리고, 삶고, 당근 볶고, 양파 볶고, 고기 볶고, 버섯 볶고, 파프리카 볶고… 이걸 다 섞고..

아오 생각만 했는데 덥다.

그래도 어찌하리 딸이 골랐는데..


그런데 내가 해주고 싶었던 건 따로 있다.

바로 떡갈비.

한 번도 해본 적 없이 시장에서 만원에 4장일 때 사본적이 있다.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떡갈비 만드는 영상을 보니 만들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레시피 따위 필요 없는 전설의 요리유튜버다.

떡갈비 만드는 법

소고기 다짐육 1킬로
돼지고기 다짐육 1킬로
전분 종이컵 반컵
간장 종이컵 반컵
설탕 4스푼
올리고당 4스푼
마늘 2큰술
대파 2 뿌리 송송 썰기

그리고 마지막 비법=빵가루 종이컵 2/3컵

모두 섞어 오래 치대주어야 예쁜 모양이 나온다.


모두 반죽을 치대 주었다면
이젠 1인분 적당한 양을 동글 납작하게 만든 후
오래 두고 먹을 양은 냉동보관
3일 안에 먹을 양은 냉장보관 한다.

종이포일로 구분해 두면 사용할 때 핏물도 빠지게 되고
형태가 잘 보존된다.

프라이팬에 굽는 법 (중요)

절대 센 불에 굽지 않기!
1. 식용유를 적당히 두른다.
2. 센 불로 프라이팬을 달군다.
3. 떡갈비를 프라이팬에 올린다.
4. 불을 약불로 줄인다.
5. 20초 뒤 바로 뒤집어준다.
6. 뚜껑을 덮는다.
7. 20초 뒤 약불 마저 끈다.
8. 뚜껑을 덮은 채 3분 그대로 두어 잔열로 익게 한다.
9. 다시 한번 가스불을 켜서 4번부터를 한 번만 더 반복한다.

이렇게만 하면 두툼한 떡갈비가 속까지 잘 익는다.
센 불 또는 중간 불로 뚜껑을 덮지 않고 익히면 다 타버리고 속은 익지 않는다.

간이 잘 맞고 고기로 99프로 만든 떡갈비라 식감이 참 좋다.

아르바이트 간 큰 딸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오늘따라 날이 더워 카페에 손님이 많았는지 빨리 오지 않았다.

“딸 빨리 와.”

“이제 마감 다 됐어요 금방 갈게요”

언제나 다정한 딸이라 매번 문자마다 참 고마움을 느낀다.

그사이 잡채도 다 해두고 떡갈비를 맛있게 먹어줄 것을 기대하며 왕관도 올려봤다 ^^

잡채 1킬로

아르바이트를 다 끝내고 돌아온 딸이 밥을 먹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엄마, 내 엄마라서 고마워요.”

“어머. 우리 딸 항상 말 예쁘게 하더라.”

아빠는 돈봉투로 생일 선물을 대신한다.

“아빠 고마워요 잘 쓸게요.”

뭘 해주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는 딸이다.


난 나에게 와 준 딸이 선물과 같다 느낀다.

항상 고마워하고 행복하는 딸을 볼 때마다 흐뭇하고 뿌듯하다.

자식 낳아서 고생하고 힘든 시간이 더 긴 듯 하지만 잠시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게 해 준다면 그게 얼마만큼의 축복인지 새삼 느껴본다.


8월에 생일이신 분들 모두 더운데 고생하셨을 엄마에게 문자 꼭 하세요…그리고 생일 진심으로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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