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로 집에 오기
"여보, 언제 와?"
"가는 중이야 조금만 기다려"
밑반찬에 거하게 밥을 잘 먹고 배가 부르니 나는 집에서 좀 멀지만 걸어서 빵 사러 가자고 남편에게 말했다.
"센트럴파크까지 걷기에는 좀 먼데 괜찮겠어?"
"배불러 걸어야겠어"
"배부른데 또 빵을 사자니..."
"그런 건 생각할 필요 없어"
우리는 그래서 바깥온도 영상 9도라 날씨 좋다며 신나게 걷고 뛰고 하며 빵집으로 갔다.
배부른 배를 끌어안고 말이다.
새로 생긴 빵집인데 치아바타가 참 맛있길래 그걸 사러 가고 있었다.
사실 치아바타인지 깜바뉴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겉에 단단한 돌덩이 같은데 맛은 담백하고 그래서 커피랑 먹었더니 너무 좋길래 이름 따위 뭐가 중요하냐 내 보기엔 다 똑같다 하며 빵집으로 간 것이다.
토요일 오후라서 인지 가는 내내 보이는 커피숍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나들이 차들이 세차하느라 분주해 보였다.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땐 주말이면 무조건 놀러 나갔는데 이젠 아르바이트하고 와서 밥 먹어야 하는 아이들 번갈아가며 밥 차리느라 우리 맘대로 어디 가지도 못하는 시기다.
이렇게 걸어서 집 가까운 데나 돌아다니거나 집에서 드라마나 몰아보며 주말을 보낸다.
걷다 보니 빵집에 다 달았고, 걸음수는 이미 7,000보였다.
'집엔 어떻게 가지? 다리 아프네'
그런 걱정보다 빵 사려는 들뜬마음으로 빵집 가까이 도착했을 땐 빵집 앞 테라스 기둥에 강아지 한 마리가 빵 사러 들어간 주인을 기다리며 목줄이 메여 있다.
귀여운 마음에 윙크를 해주려는데 나의 마음과는 다르게 거칠게 짖어대길래 나도 윙크에서 바로 반전 표정으로 응수한다. 으르렁!
빵집에 들어갔을 땐,
텅 빈 빵 테이블이 보였다.
"빵 이제 나올 건가요?"
"마감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SOLD OUT멘트다.
시간을 보니 벌써 5시였네.
지난주엔 아침에 와서 이렇게 많은 빵에서 고를 수 있었는데 오늘은 늦게 와서 텅 빈 트레이들뿐이다.
남편과 나는 다시 돌아 나와 귀여운 강아지에게 찡끗 애교로 인사해 주고 걸어온 길을 빈 손으로 돌아왔다.
"여보, 나 목마른데"
"그럼 빨리 집으로 가자"
"저기 맥도널드 가서 나 콜라 마실래"
"그럼 난 커피"
우리는 달렸다.
시원한 콜라를 들이켤 마음에 타는 듯한 거친 숨은 참아내며 달렸다.
시원한 콜라는 나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남편
우리는 그렇게 숨을 고르며 쉬었다가 다시 집으로 가기로 했다.
20분쯤 폰을 보다가 재밌는 걸 보면 서로 보여주며 킬킬대다가 내가 한마디 했다.
"쉬었다가 가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쿠 다리 아파라"
"내가 후딱 뛰어가서 차 가져올까?"
"한두 시간 기다려야 오는 거 아냐?"
"빨리 올게"
그렇게 남편은 달려 나갔다.
남편이 빈 잔들을 치우고 나가려고 하길래.
"치워주는 건 고마운데 빈 컵도 없는 여자가 여기 앉아 있으면 나 많이 처량할 거 같아. 그냥 두고 가"
"아하 그러네"
혼자 창 밖을 보며 남편을 기다리는데 내 오른쪽 다리가 욱신거리며 잊혔던 기억이 떠오른다.
시기는 오늘 새벽.
잠을 자다가 오른쪽 종아리가 갑자기 뭉쳐서 다리를 잡고 소리치던 나의 다리를 잠이 덜 깬 남편이 부드러운 손길로 주물러주고 다시 잠든 기억이 떠올랐다.
정말 졸리긴 너무 졸린데 다리가 뭉쳐서 아파하던 나는 1분도 안되어 스르르 잠이 들었네? 없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는 건 참 신기하기도 하다.
나에겐 항상 다정하고 따뜻한 남편.
출발한 지 20분 지났을까.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한 남편이 문자를 보내온다.
1분 후 도착. 내려와.
우와.. 신난다.. 다음부터는 너무 먼 거리는 걸어오지 말자.. 약속하며 우리는 빵도 없는 빈 손으로 집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