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다 아니 또 다른 시작인가
꿈을 꿨다
화장실문으로 누군가 나를 밀어 넣었다.
신기하게도 그 화장실 안에는 변기가 두 개가 있었는데 왼쪽엔 변이 가득하니 더러웠고, 오른쪽엔 변이 하나도 없이 깨끗하다.
비위도 약하고 깔끔 떠는 내가 꿈속에서의 마음이 웃기게도 깨끗한 변기에 앉아 볼일 볼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더러운 쪽으로 가고 있던 나.
꿈에서 깼을 때,
이것은 분명 대학입시를 앞둔 딸아이 예지몽이라고 생각했다.
둘째 딸에게 달려가 꿈이야기를 하고 돈을 내고 엄마 꿈을 사라고 했다.
치사하게도 100원만 낸다는 딸은 내 꿈을 믿지 않는 듯했다.
그리고 수시 합격자 발표가 났을 때,
꿈이 틀렸구나를 느꼈다. 왜냐하면 합격이 되지 않았으니깐.
그런데 희한하게도 우리 집에 둘째 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대학에 합격했다.
큰 딸이다.
큰딸은 2년제 세무학과를 졸업예정이었다.
하지만 세무 쪽으로 취직하기보다 공부를 더 했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조언에 대학졸업자전형으로 수시접수를 해놓았었다.
면접에 떨린다며 같이 가 달라는 딸에게 동생 면접 따라가 줘야 한다며 용돈을 쥐어주고 혼자 보냈다.
자취하는 딸인데 신경도 못 써주고 둘째 딸 발표에만 곤두서 있던 시기에 큰 딸은 카톡으로 수험번호 하나를 보내며 말했다.
"@@학교 발표 좀 들어가 봐요"
나는 학교 사이트에 들어가 수험번호를 눌렀다.
둘째 딸 합격을 염원하면 매 순간순간을 마음 졸이며 눌러댔던 합격자 발표엔 매번 탈락...
그래서 이번에도 조마조마 눌렀다.
같은 심정 같은 마음으로... 제발을 외치며..
[축하합니다. 합격하셨습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합격발표
큰딸이 서울에 있는 2년제 보건대학에 붙었다.
그리고 3년제와 4년제 발표도 남았다고 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2년제 만으로도 만족한 나는 눈물을 흘리며 좋아했다.
그리고 잠시 후,
3년제 대학이 아닌 4년제 간호대학에 붙었다.
최종적으로 두 개가 붙었고 2년제는 갈 마음이 없으니 4년제 대학에 입학의사를 전달했다.
그 꿈이 큰 딸 꿈이었다니.
두 개가 붙고 한 군데는 갈 마음이 없는.
똥이 가득한 변기처럼 아주 좋은 징조의 학교로 가게 되었다고 해석해 봤다.
그리고 둘째 딸은 정시를 넣었고.
내 인생 이렇게 정성스레 따라다니며 공을 들인 적이 있던가.
입안에 입병이 생길 정도로 힘들게 7개 대학을 접수하고 면접을 따라다녔다.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는 도대체 발표가 언제냐며 발표날만 기다린다.
2월 7일 발표날
하나하나 다른 시간대로 결과 발표가 날 때마다 속이 타고 침이 마르며 심장이 묵직하게 뛰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전문대라도 되겠지.
하지만, 저녁 5시 우리 집은 조용했다.
모든 발표가 났고, 어느 것 하나 붙을 가능성이 있는 예비번호는 없었다.
졸지에 백수가 된 딸.
난 선인군자가 아니다.
지혜로운 엄마도 아니다.
잘못한 것 없는 둘째 딸과 이야기 한마디 안 하고 각자방에서 생각에 잠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학이 뭔지, 입시가 뭔지.
큰 딸 꿈이었구나...라는 이상한 헛소리만 되뇔 뿐..
당분간 조용히 살 예정이다.. 조용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