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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우wow Sep 25. 2024

아들과 딸에게 느닷없이 뀨라고 보내기

뀨~

“엄마, 내 나이가 22살이에요.”

“알지~”

“근데 엄마가 나 4학년 때 내 휴대폰에 설정해 둔 게 있는데 그게 삭제가 안 돼요.”

“그게 뭔데?”

“엄마 기억 안나죠? 내가 전화를 걸면 상대방에게 나를 알리는 멘트가 뜨거든요.”

“어머 내가 너 폰 설정을 뭐라고 해뒀구나 엄마맘대로?”

“맞아요.”

“그게 뭐라고 되어 있어?”

“엄마 내가 전화 걸 때마다 항상 봐서 익숙해져 기억이 안 나나 봐요”

“그래서 그게 뭔데?”

“웃지 말고 잘 들어요.”

“그래 말해봐.. 꿀꺽 “

“뀨”


딸과 나는 3초의 정적 후 깔깔 웃었다.

“엄마, 이게 어떻게 되냐면요. 교수님한테 성적 이의 신청하려고 심각하게 전화했는데….”

“교수님 폰에 뀨라고 뜨는구나!”

“맞아요 “

“이리 와봐. 우리 오늘은 그걸 반드시 삭제하자.”


설정.. 톱니바퀴.. 설정..


아무리 들어가 봐도 그것을 바꿀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엄마, 그냥 난 이렇게 평생 살아야 하나 봐요. 그냥 둘게요.”

“딸 포기하지 마. 엄마는 반드시 그걸 없앨 거야.”

“안되는데 어떻게 바꿔요.”

“따르릉따르릉 거기 고객센터죠? ……“


그날 난 딸이 지켜보는 앞에서 고객센터 직원에게 뀨라는 멘트를 지워달라고 간곡히 사정했다.

직원은 한 번에 설명을 이해하고는 그 문제의 단어 뀨를 삭제해 줬다.


“엄마가 해결했어. 지금 전화 걸어봐. 그게 뜨나 보게.”

“따르릉따르릉”

와~~~

딸과 나는 환호를 지르며 기뻐했다. 나의 휴대폰 걸려온 사람의 이름이 뜨기 때문이다. 뀨가 아니고.


“지난번 고등학교 때 친구 세영이가 자꾸 선 넘길래 선 넘지 말고 행동하라고 언성 높이며 문자 하다가 전화를 걸었는데 그때도 [뀨]가 떴을 거 아니에요.:


뀨… 징글징글 징그러웠겠다.. 미안.


그리고 한 달 뒤.


느닷없이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나는 딸에게 밑도 끝도 없이 카톡에 [뀨]라고 보냈다.

[뀨]

[요한이니?]

나의 뀨라는 글자에 막냇동생이름을 부르며 묻는다.

아무래도 막냇동생이 엄마폰으로 장난치는 줄 안다.


그래서 이번엔 둘째 딸에게 느닷없이 [뀨]라고 보내본다.

[뀨]

[누구야!]

대답이 도전적이다.

엄마폰으로 단어 하나를 보냈을 뿐인데 누구냐니.


이번엔 우리 집 막내 요한이에게 느닷없이 [뀨]라고 보내본다.

[뀨]

그렇게 보내니 막내아들이 보내온 대답은..

[?]

장난꾸러기 엄마를 직감하는 듯 물음표를 보내온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엄마라고 대답하니 모두들 한결같이 엄마가 아니고 막냇동생인 줄 알았다고 한다.

막냇동생이 그런 거 막 보내는 아이였니?


너무 재밌었던 내가 나의 여동생에게 캡처해서 보내준다.

“나도 중학생 아들한테 해봐야지”

“그래 뭐라고 하나 궁금하다 동생이 보냈다고 생각하려나? “


다음날 커피 한잔 하려고 만난 동생이 아들과의 카톡내용을 보여준다.

그것은 [뀨]에 대한 카톡이었다.


[학원 가기 전에 돈가스 먹고 가]13:01

[돈가스 먹을 거지?]13:01

[돈가스 먹고 꼭 물도 마시고가]13:02

[뀨]13:02


카톡을 한 문장 할 때마다 엔터를 눌러 줄을 바꿔 썼는데 돈가스 이야기를 쭈욱 하다가 갑자기 뀨.


“뭐야? 다른 이야기를 막 하다가 이어서 뀨라고 한 거야? “

“응, 그러면 안돼?”

“당연히 안되지. 갑자기 아무 말 없다가 느닷없이 해야지.”

“에잇 그럼 난 꽝난거야?”

“너 아들은 그 뀨를 보고도 답도 없네?”

“응”

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그게 뭐 별거라고 남자애들 표현력 별로 없지. “


큰 딸과는 하루에 열 번도 넘게 통화를 한다.

둘째 딸과는 수시로 카톡이 오간다.

그래서 갑자기 뀨라고 보낸 반응이 이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막내아들과는 통화도 카톡도 안 한다.

해봤자 답이 없다.


우리는 그렇게 뀨 해프닝으로 마무리 됐다.


삶이 무료하고 자식과의 친밀감을 테스트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느닷없이 아이의 폰에 뀨…라고 보내보자.

뀨.. 이게 대체 뭔 뜻인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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