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사춘기 아들을 매번 내 글에 쓰고 있는 듯하다.
왜냐하면 중2 아들 위로 딸 둘이 더 있는데, 순하디 순한 딸 둘을 키워 보고 그다음 호랑이띠 아들을 키워보니 범무서운지 모르고 덤벼든 내가 어리석었다.
“진리야, 너도 호랑이띠 딸 잘 키우고 있어?”
“말도 마, 화장하고 밤늦게 들어오고 말 안 들어”
“우리 범무서운지 모르고 호랑이띠를 낳아 개고생 한다”
친한 친구인 진리는 아이를 넷을 낳았고 막내로 우리 아들과 동갑인 딸 하나를 키우고 있는데 그 역시도 겪어보지 못한 사춘기에 매번 통화내용은 같다.
그래도 위로할 맛이 나고 위로받을 맛이 나는 건 동질감이 있기 때문인가.
하지만 난 매번 이 힘든 사춘기엄마로서 느끼는 것이지만.
영원한 건 절대 없다.
귀엽던 아기시절의 그 모습이 영원하지 않고 이렇게 커버린 것처럼, 이 사춘기도 끝은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난 그 끄트머리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라고 위안을 삼고 꾹 참는다.
그래도 매일 아침이면 학교 나가야 할 시간에 샤워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 아침에 깨운 건 난데, 그토록 힘들게 깨웠더니 일어나서 나가야 할 시간에 샤워라니.
헤어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는 시간은 학교정문에 들어가야 할 시간인데.
그렇다면 깨울 때 좀 빨리 일어나던가 했어야지.
말해도 소용없다.
내가 단단히 마음을 먹은 건 동네 맘카페에 글을 올려 동네사람들에게 좀 조언을 구하고자 질문을 올려 본 후다.
[아이가 아침에 안 일어나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런 제목으로 글을 쭈욱 내려썼다.
띄어쓰기 잘하고 오타 없이 깨끗하게 정리해서 써내려 간 나의 글에 답글이 달리기 시작한다.
이런 고민인 엄마들이 많다.
하트도 눌러주네? 이 뜻은 내 글을 저장해 뒀다가 답글에 따른 결과만을 나중에 몰래 보고 참고 하겠다는 뜻.
답글은 이러했다.
[큰 소리가 나는 무언가를 울려서 깨워보세요]
[알람을 맞춰 혼자 일어나라고 해보세요]
다 마음에 안 든다.
그중에 마음에 드는 글 몇 개가 공통되다.
[지각하게 그냥 깨우지 마세요]
오잉? 그래도 되나? 안될 건 없지. 그래도 학교에 지각하면 안 되지 않나? 그렇다고 내가 매일 이렇게 힘들게 깨우고 감정이 엉망 될 거야?
수없이 고민하다가 결론을 냈다.
당장 내일 나는 우리 아이를 깨우지 않을 것이다.
남편과 딸들에게 일러두고 아무도 깨우지 말 것을 전했다.
두근두근
아침이 되었고 회사 갈 남편, 고등학교에 등교할 딸. 모두 나갔다.
그다음 나도 나갔다.
난 내 자동차로 가서 에어컨을 켜고 머리를 시트헤드에 기대고 좀 편안히 앉아보기로 한다.
하지만 심장은 여전히 두근두근.
일어나야 할 시간 7시 30분
늦더라도 일어나야 할 시간 8시
진짜 세수만 하고 나가야 할 시간 8시 30분
학교는 8시 40분까지고 도보로 7분 거리
내 머릿속은 온통 시간계산.
하지만 아들의 위치앱은 계속 집으로 표시된다.
9시가 되기까지 난 참지 못하고 결국 잠깐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일어나. 너 지각할 거야?”
이건 내 계획엔 없었지만 도통 맘이 졸여져 앉아 있을 수 없어 집으로 와 버려진 나를 원망한다.
하지만 아들은 안 들린다.
세상 깨우는지도 모르고 잠꼬대까지 하면서 자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려 내 계획을 원래대로 이어 본다. 다시 집현관을 나와 다시 자동차로 돌아왔다.
9시가 되자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요한이가 학교에 오지 않아서 전화드렸습니다.”
“아, 선생님 우리 아이가 학교에 안 갔나요?”
알고 있지만 어찌 말해야 하는지 버벅대며 답을 한다.
“네, 9시가 다 됐는데 학교로 가긴 한 건가요?”
“아. 그게 사실 아이가 아침마다 잘 못 일어나서요. 지금 그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못 고칠 것 같아 아무도 깨우지 않았습니다. 무단지각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 거예요? 걱정했어요. 요한이한테 제가 전화를 해도 안 받네요.”
“잘 땐 아무 소리도 잘 못 듣고 자요. 당분간 깨우지 않을 거라 자주 지각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어머님의 뜻 잘 알겠습니다.”
그렇게 나의 한 가지 고비를 넘겼다. 선생님과의 통화도 내가 걱정하는 것 중에 하나였다.
그것을 넘기고 나니 두근대던 내 심장이 조금 잦아드나 싶었다.
그렇게 10시. 위치앱은 여전히 집.
10시가 넘어가자 심장은 미친 듯이 날뛴다.
이러다가 아이가 오후 2시까지. 아니 3~4시까지 자면 어쩌지?
엄마라는 자리는 참 힘들다.
평온히 좋은 꿈 꾸며 잘 자는 아이와 다르게 이 엄마는 조마조마 만 몇 시간째다.
그렇게 엄마라는 무거운 자리를 한탄하다 보니 위치앱이 알람이 온다. 움직였다. 내 아들이 일어나 학교로 간 것이다.
10시 20분. 아이가 학교에 갔다.
동네 사람들 내 아이가 학교에 갔어요. 혼자 일어나서 갔다고요.
휴… 난 집으로 와서 내 심장을 좀 진정시키기 위해 타이레놀을 하나 먹었다.
어디서 들었는데 진정효과에 타이레놀이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래 지금은 무슨 약이든 먹으면 이 날뛰는 심장이 잠잠해질 것이 틀림없다.
나의 또 다른 걱정은.
과연 내일은 우리 아이가 알아서 일어나서 제시간에 학교에 갈까? 였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는 이제 너를 깨우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네가 알람 맞추고 알아서 잘 일어나”
“네”
웬일인지 순순히 대답한다.
그다음 날,
나는 또 어제같이 심장이 날뛰어 타이레놀 힘을 빌리고 싶지가 않아 딸을 시켜 아들을 깨우게 했다.
누나가 깨우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더니 제시간에 학교에 갔다.
휴…. 이 한숨은 내 집 27층에서 저 지하 2층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소리.
그 뒤로 지각은 하지 않았다.
한 달 뒤 아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 나 그때 무단지각했을 때”
“아.. 그래.. 그때 왜? “
“그 뒤로 반장이 매 수업시간마다 선생님 들어오시면, [선생님 무단지각한 애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이거를 말했어요”
“어머”
반장이랑 친하긴 했지만 집에서 이 엄마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타이레놀 힘을 빌린 사건을 그 친구는 장난 삼아 매 다른 수업시간마다 이야기했단다.
“하하하하 정말 웃긴다 그 친구”
“웃기긴 뭐가 웃겨요.”
“그래서? 이젠 안 해?”
“이젠 그 친구가 그 얘기를 할 수가 없죠”
“왜? “
“왜냐면 반장 걔도 늦잠 자서 무단지각을 했거든요.”
“어? 몇 시?”
“나랑 비슷해요. 걔도 10시 넘어서 왔어요.”
“어머머 요한아 그 재밌는 얘기를 왜 이제서야해?”
“엄마한테 말해준다 해놓고 까먹다가 갑자기 생각났어요.”
어느덧 무단지각 사건을 지나 보내고 아들과 웃는 시간 늘었다.
나는 속으로 ‘사춘기 끝났나?’
이런 바람을 속삭인다.
“엄마, 나랑 제로게임해요”
“응 여기 테이블에서 하자”
“제로. 제로”
요즘은 엄마 안아주세요. 라든지, 엄마 하이파이브 하자, 어쩔 땐 내가 돈 벌면 엄마 좋은 차 사줄 거야..라고 말하며 멀어져 버렸던 아들이 다시 나에게 돌아오듯 다가온다.
그래도 섣불리 내 아들 사춘기 끝났다..라고 말하지 않을 테다.
옛날부터 우리 애는 감기 잘 안 걸려요 하면 바로 그날 저녁부터 열이 난다.라는 건 아이 키우는 사람이면 다 알 테다.
입방정 떨지 말고 비밀로 하고 나 혼자 조용히 좋아해야지.
(사춘기 잘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