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2008, 타셈 싱)
1. 이야기 속 이야기 : 현실과 환상
상상치 못하는 세계를 이끌어 주는 판타지라는 장르를 좋아한다. 판타지는 흰 도화지에 많은 색들이 있지만, 그 색들이 모두 조화롭게 모여있다. 색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도 알렉산드리아와 로이가 "알렉산드리아라는 이름은 알렉산더 왕으로부터 가져온 것이냐"라는 우연한 만남을 기점으로 회색빛 현실을 환상으로 연다. 그래서 알렉산드리아와 로이의 현실은 햇빛과 그림자가 자주 진다. 병원과 병원 관계자와 환자의 옷은 흰색이고, 병실 커튼도 하얗다. 햇빛이 비치는 구석마다 흰색과 검은색의 대비가 있다. 반면 로이의 침대에서 이루어지는 환상 이야기는 빨강, 노랑, 하늘 등 원색의 색을 이용하고 전경을 보여주는 장면, 수영, 칼싸움, 말을 타고 다리는 장면들은 정적인 현실과 다르게 동적이다. 이를 통해 두 가지 이야기를 잘 보여준다.
2. 더 폴 (The Fall) : 알렉산드리아와 로이
알렉산드리아와 로이는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했다. 알렉산드리아는 오렌지 나무에서 떨어져 병원에 입원했고, 로이는 영화 스턴트 맨으로 영화 촬영을 하다가 다리에서 떨어졌다. 로이는 사랑하는 사람이 그를 떠나 마음에 상처를 입어 일상을 보낼 수 없었고 알렉산드리아는 병원 주변에서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다. 알렉산드리아에게 병원은 무서운 곳이다. 방사선사를 환상 속 이야기에서 악당으로 생각하고, 아이를 잃은 어머니를 보고 놀라서 소변을 눈다. 여러 명 있는 병실에 누워 잠을 청하다가 혼자 병실에 나와 좋아하는 간호사에 안긴다. 하지만 그녀는 로이의 병실로 뛰어가거나 로이의 침대에 앉아 로이의 이야기를 듣다가 '왜 항상 재미있는 구간에서 이야기를 끊냐'며 로이에게 애정 어린 투정도 부린다. 무엇보다 과자인 줄 알고 성당의 성체를 가져와 로이에게 주는 장면에서 그들의 관계를 암시할 수 있다.
"Are you trying to save my soul?" 로이가 알렉산드리아에게 묻자, 그녀는 "What?" 하면서 답한다. 로이는 그녀가 주는 성체를 받아먹으며 다시 물어보지만 그는 성체의 의미를 모른다. 알렉산드리아는 로이에게 성체를 건넴으로써 그의 마음을 치유할 것이다. 약 먹고 숙면을 취하는 로이에게 뽀뽀를 하고, 훔치는 일이 잘못된 일을 알아도 로이를 위해 약통을 구해다 준다.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의 애정과 사랑에 또 한 번 넘어지고야 만다.
3. 이야기는 '우리'의 것 : "Mine, too!"
로이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삶의 의지를 잃어버렸다. 그런 그에게 나타난 사람은 알렉산드리아였다. 처음에 로이가 해주는 이야기는 알렉산드리아를 회유해 '모르핀'을 가져오게 하기 위함이었다. 첫 번째로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알렉산드리아 때문에 실패했고, 두 번째는 꾀병이 심한 환자의 약을 훔쳐 오는 것이었지만, 플라시보 효과를 위한 설탕이었고, 마지막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로이를 위해 모르핀을 구해주려고 했던 알렉산드리아였다. 마지막 시도로 알렉산드리아가 다치자, 로이는 죄책감을 느낀다. 수술에서 깨어난 알렉산드리아는 로이에게 이 이야기를 계속해달라고 한다.
사실 로이가 하는 이야기는 로이의 현실이 일부분 투영되어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 복수를 하러 가거나 죽을 위기에 처해있으나 탈출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야기 속에서도 로이는 등장인물들을 죽인다. 알렉산드리아는 제발 살려달라고 하지만, 로이는 자신의 이야기라며 막는다. 하지만 알렉산드리아 이야기에서도 공주님으로, 블랙 밴디트의 딸로 나타나 로이를 구한다.
알렉산드리아가 "이 이야기는 나의 것도 돼요! (Mine, too!)"라고 말하기 전부터 이야기는 로이와 그녀의 것이었다. 로이가 말하기 시작하면 이야기를 그리는 것은 그녀였기 때문이다. 그녀 주변의 인물들 - 틀니를 끼는 할아버지, 방사선사, 간호사 에블린, 오렌지 나무에서 일하는 눈썹이 진한 인도인- 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