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rying to save my soul

영화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디렉터스 컷) (2024)

by 우시환


한 사람의 인생은 이야기이다.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고 내외적 갈등을 겪고 상처를 입고 다치기도 하고, 화해를 하고 성장한다. 그런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우리는 '인생'이라고 부른다. 살면서 많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때론 얕고 넓은 인간관계를 만들고 또는 유지하며 작은 나의 세계가 타인을 만나서 세계가 점점 확장되는 경험을 한다. 각자의 인생에 침범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에서는 알렉산드리아와 로이라는 두 주인공이 등장한다. 로이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 당해 삶의 의지를 잃어버렸고, 삶을 끝내기 위해 알렉산드리아라는 어린아이에게 환상적인 이야기로 이용하기로 결심한다. 알렉산드리아는 아름답고 매혹적인 이야기에 빠져들고 처음에는 로이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서 로이에게 거짓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 홀로 외롭게 병원 생활을 하던 알렉산드리아에겐 로이가, 혹은 로이의 이야기가 전부가 되었다.


영화 속 이야기도 로이와 알렉산드리아의 이야기다. 로이가 처음에 해적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알렉산드리아가 해적은 싫다고 하자, 코끼리가 나타나 외딴섬에 갇힌 등장인물들을 구한다. 로이는 이야기 속 주인공을 알렉산드리아의 아버지로 설정하자 알렉산드리아는 "우리 아빤 그렇게 말 안 해요!" 한다. 로이는 다시 자신의 억양으로 돌아온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병원에서 일하거나 둘의 관계와 밀접한 사람들이 주조연으로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허구가 아닌 현재의 삶과 맞닿아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야기 속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로이의 상태를 반영한 듯 로이는 등장인물을 잔인하게 다 죽인다. 이때 알렉산드리아가 이야기의 주체자가 되어 주인공이 되고, 결말을 새로 쓴다.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의 청자가 되고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게 이야기 속 로이와 알렉산드리아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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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도 마찬가지로 서로의 삶에 끼어든다. 알렉산드리아는 성당에서 몰래 성체를 가져와 로이에게 건넨다.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에게 "Are you trying to my soul?"이라고 묻는다. 알렉산드리아는 성체가 무엇인지, 로이의 질문을 하나도 이해를 못 했다. 그런 알렉산드리아에게 로이는 슬며시 웃으며 계속 물어봤고, 끝내 성체를 먹는다. 그렇게 각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만남이었지만, 이를 기점으로 알게 모르게 서로가 서로의 삶을 구원한다. 알렉산드리아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르핀 통을 가져왔지만, 그는 어렴풋이 로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알렉산드리아가 모르핀 통을 갖고 오는 걸 실패하자 같은 방을 쓰는 꾀병 환자의 병을 훔치고, 로이는 그 약을 다 털어놓고 잠에 든다. 다음 날 죽은 시신이 발견되자 알렉산드리아는 울면서 로이의 이름을 부르고, 시체가 로이가 아닌 걸 확인하자 로이의 방으로 달려간다. 그래서 알렉산드리아가 이야기 속에서 살아달라고, 죽이지 말라고 했던 것이 아닐까.


영화의 결말은 로이가 스턴트맨으로 나온 영화를 병원에서 다같이 보지만, 그이후 로이가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모른다. 계속 스턴트맨으로 영화계에서 활동을 했을지, 영화계를 은퇴했을지 등 영영 알 수 없게 되지만 후에 알렉산드리아만큼은 영화 속에서 로이를 봤다고, 확실히 로이였다고 기억한다. 한때 로이는 실제 알렉산드리아의 삶 속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장인물이었다가 시간이 흘러 알렉산드리아의 오래된 이야기 속 등장인물로 남는 것처럼 이야기는 삶을 뗄 수 없고, 반대로도 삶은 이야기를 벗어날 수 없다. 그러자 나도 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가운데 현재 내 옆에 있는 한 사람. 평생 사랑을 찾아 헤매고 내 앞에 나타난 그에게 묻고 싶었다. 너도 내 영혼을 구하러 온 것이냐고. 너를 만나 비로소 사랑이 무엇인지, 우리가 나눈 사랑과 사랑의 깊이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싶어졌다. 불완전한 내가 이 사랑을 통해 완전해질 수 있다고, 헤매고 오래 걸렸던 만큼 내가 원하는 사랑을 찾아 기쁘다고. 어딘가 공허하고 씁쓸하게, 무언가 충족되지 못한 채로 오랫동안 지내다가 너와 사랑에 빠지고 충만하게 너의 존재 하나만으로 채워진다고. 그러니 지금껏 내 삶의 여정이 너를 만나기 위해 이토록 힘들고 고통스러웠냐고.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받아들이겠노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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