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다. 영상 초안을 만들면서 마음에 안 들어서 6월과 같이 붙여 편집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이번 영상은 편집하면서 영상에서 꽤나 마음에 드는 점들을 발견해서 만든 영상이다. 나름 반복되는 영상과 구조에서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까 고민하는 편이다. 그 과정에서 과감하게 영상을 삭제하는 것이 아직은 어렵지만, 하나 둘 하다 보면 괜찮은 영상이 나올 것이다.
올핸 늦지 않고 조계사를 찾았다. 작년과 올해까지 힘든 일이 있었던 아빠와 나를 위한 등을 달고, 올해는 본전 안에 있는 모든 불상이 있는 방향으로 절을 올렸다. 꼭 소원이 아니더라도 나는 여러 번 절을 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 다시 내 인생의 방향을 다잡고 싶었다. 조계사에서 다시 집으로 가는 길에 경복궁을 지나가야 한다. 우뚝 멈춰 서서 웅장한 경복궁을 바라보며, 경복궁이 지켜왔을 역사가 불현듯 지나가는 듯했고, 사람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나도 경복궁을 찍어야지 했다. 비록 사람이 너무 많아서 경복궁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이 영상을 삭제할까 하다가 남긴 이유는 소리 때문이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와 smile과 예쁘다까지 경복궁과 경복궁 앞에 선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는지 알 것 같아서. 그 마음이 나의 마음이기도 했다.
집 근처를 지나가다 보면 공원에 있는 나무들은 봄이 오면 조금씩 자란다. 머리카락이 자라듯이 나무들도 가지를 뻗고 잎들은 무성하게 자란다. 5월부터 8월까지는 머리숱이 풍성한 나무가 되어 그 계절감을 더 잘 즐길 수 있다. 그러니 즐길 수 있을 만큼, 아쉽지 않을 만큼 각 계절을 즐기자고 다짐하게 된다. 자꾸 달라져가는 나무들도 담고 싶고. 영상을 만들면서 좋은 점은 어떤 계절이든, 날씨든 자꾸만 담아지고 싶어 진다. 한 마디로 기대감이 생긴다. 영상엔 비를 찍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싶어서 비가 와도 영상으로 담아볼까 싶고, 작년에 갔지만 올해 간 곳을 또 찍고. 하지만 그 감상은 또 달라지고, 길을 걷다가 새로운 풍경 혹은 익숙한데 새로운 걸 발견할 때면 다시 한번 담아보고 싶어지고. 그렇게 모으고 모으면 나의 하루, 일주일이, 한 달이 되어간다. 한 달 영상들은 1년 치가 되고, 1년이 2년이 되고 그렇게 내 인생을 '남기고 싶었던 순간'으로 모아지는 게 아닐까. 단순히 기록으로 시작해서 점점 단편적인 삶이 된다. 영상 후기를 남기면서 나의 감상도 달라질 것이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
마지막 영상은 국민대 축제 영상이다. 내가 대학교 다닐 땐 한 번도 재미를 못 느꼈고, 항상 바빠서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졸업하고 시간이 남아서 온 타학교 축제는 정말로 재미있었다. 20대 초중반에 해보지 못한 걸 이제야 하다니. 어떤 경험은 꼭 그때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어떤 경험은 언제든지 해도 좋은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비슷한 경험이라면 사람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새로운 기억으로 덮여 또 다른 추억으로 남게 된다. 나는 앞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경험을 하게 될까?
영상에 다 담기지는 않았지만 부지런히 바쁜 5월이었다. 그리고 늘 그렇듯 나에게 한 해의 시작은 5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