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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우뚝 Apr 13. 2024

나의 해외유학 준비기(3)

IELTS 시험

미국, 영국, 프랑스, 스위스 학교들을 지원했는데 모든 학교들이 영어 성적을 요구한다. 토플 or IELTS로 좁혀지고, 몇몇 학교는 듀오링고도 가능하다. 나는 10여 년 전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 토플을 준비했었다. 그때 정말 힘들었고 토할뻔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컴퓨터에다 대고 말하는 게 영 내키지 않아서 IELTS를 보기로 했다. 최근에 심심풀이로 토익 점수가 웬만큼 나오기도 했고, 해외근무하면서 영어를 사용해 왔던 터라 IELTS도 그냥 대충 봐도 점수 나오겠지 생각했다. (네, 경기도 오산) 


대부분의 학교들이 IELTS Overall 7.0 이상, 항목별 6.5 이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탑스쿨들은 대부분 과목별 7.0 이상을 요구).


(Harvard Kennedy School) 7 overall band score on the IELTS. The most competitive applicants will also have a minimum of 7 on each section.

(IHEID) A single IELTS test with an overall band 7.0 and each 6.5 above

(Columbia SIPA) IELTS: preferred 7.5, minimum 7.0

(LSE MPA) Overall 7.0 / Reading 7.0 / Others 6.5 above

(Tufts Fletcher) IELTS: 7.0 (with sub-scores of 7 on each section)

(Duke Sanford) IELTS minimum score of 7; scores of 7.5 and higher preferred

(Georgetown SFS) IELTS minimum score 7.0

(NYU Wagner) An IELTS score of at least 7.0

(George Washington Elliott) 7.0 Overall score No band score below 6.5

(Kings College) 7.5 overall with a minimum of 7.0 in each skill

(UCSD GPS) IELTS band 7.0

(Sciences Po) 과정마다 다른데, 보통 Overall 7.0에 각 과목별  6.5 이상 (Dual degree는 더 높음.)



첫 시험을 본 23/11/11과 그 뒤 나흘을 잊을 수 없다.


약 30만 원에 달하는 거금을 내고 시험장에 입실해 리딩 > 리스닝 > 롸이팅 > 스피킹 순으로 시험을 봤다. 한국인은 밥심, 한국인은 리딩인데, 리딩부터 나는 동공지진을 느꼈다. 과학지문이 두 개, 일반지문이 하나 나온 거 같은데 과학지문 중 하나가 물고기 해부 관련 지문이었다. 20분 내내 나는 물고기 지느러미 옆에 달린 무언가를 부르는 단어가 무엇인지 찾지 못했고, 그렇게 바로 말려버렸다. 데굴데굴 또르르.... 


리스닝은 어찌어찌 보았는데, 라이팅은 또 찝찝하게 냈다. 근처 샐러디에서 밥 사 먹고 스피킹을 보러 갔다. 해외생활 바이브로 무찔러주게쒀! 하며 자신 있게 들어갔고 말도 곧잘 한 거 같다. 그런데 갑자기 시험관이 "나 그거 안 물어봤는데?"라고 말했다. 그래서 "아 그래? 너 뭐 물어봤더라?"라고 대처하고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만족스러웠다. 왜냐? 자연스러웠그든!!!!! 이게 회화 그 잡채 아닌가??!! 하지만 면접관의 생각은 나와 매우 달랐던 듯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엔데 오프토픽엔 약이 없단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최대한 객관적으로 점수를 매겨야 할 테니...


어쨌든 시험 친 뒤 결과가 나오기까지 나는 매일 바싹 타오르는 마음을 가지고 살았다. 남편은 그냥 돈 자기가 내줄 테니 2번째 시험을 등록하라 했다. 시험을 또 쳐야 함을 직감적으로 알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나온 결과는....


                                             아니 물고기 해부 지문 뭐냐고........


Overall은 7점이었으나, Speaking이 6.0이라 일부 학교 과락에 걸렸다. 그리고 그간 나의 경력을 생각했을 때 참으로 부끄러운 점수기도 했다. 그래서 시험을 다시 치기로 했고, 30만 원을 결제했다 (아니 남편.. 돈 내준다며 왜 안 내줌?).


11월 19일 시험을 치러 갔다. 똑같이 강남, 똑같이 아침. 하지만 다른 마음가짐으로. 저번엔 츄리닝입고 머리도 산발해서 갔는데, 이번엔 메이크업도 좀 하고 마음을 후하 가다듬고 갔다. 리딩 지문 괜춘했고, 리스닝도 잘한 거 같았다. 롸이팅도 저번보단 논리적이었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어서 대망의 스피킹.......... 이번엔 약간 브래드피트 느낌의 아자씨가 나를 반겨주었다. 지난번보다 질문이 너무너무 많았고, 자꾸 꼬꼬물하다 보니 한국어로도 대답을 못할 거 같은 철학적 질문의 경지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아주 극초반 파트 1만 엘츠브로 예상질문으로 커버되었고, 나머진 정말 랜덤이었다. (지난번엔 거의 다 엘츠브로 예상질문들이었으나 결과는 할말하않...) 빵형은 리액션을 부지런히 해주었으나, 뭔가 스펀지밥처럼 억지웃음소리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아 이번에도 망했구나 생각했는데... 결과는......................??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원하는 모든 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 점수가 나왔다. 공부는 다음과 같이 했다.


리딩: 캠브릿지 문제지 시간 맞춰 열심히 풀기. 퀴즐렛으로 출퇴근시간, 점심시간 활용해 외우기

리스닝: 몇 번 문제지는 풀어봤으나 그냥 실력으로 커버

롸이팅: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고득점 답안지 계속 읽어보기 (외우면 좋겠지만 시간이 없었뜸), 그리고 템플릿으로 쓸만한 표현들은 외워두기

스피킹: 엘츠브로 예상질문 보며 연습하기. 말하는 것보다 더 걱정스러운 건 아이디어가 생각 안 날까 봐여서, 어느 질문에나 써먹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준비했다. 예를 들어..."코로나19 대응 경험"을 갖고.. 가장 뜻깊었던 경험은? 코로나19 대응한 거,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코로나19 대응을 함께 했던 ㅇㅇ님..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거.. 이를테면 코로나19 대응.. 뭐 이런 식?


점수가 맞춰졌을 때 너무 기뻤다. IELTS를 또 안 쳐도 된단 생각에 너무 감사했다. 그래서 IELTS 시험비 아낀 거라 생각하며 카카오 같이가치 플랫폼을 통해 군데 기부를 했다.


다만, 예상치 못한 IELTS 복병을 만나며 심신이 너무 지쳐있었다. 오래간만에 보는 시험이라 더 그랬던 거 같다. 일도 너무 바쁘고 SOP 쓸 시간도 없고 그래서 차마 GRE까지 준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GRE를 보지 않고 GRE Optional 학교만 지원한 데는 아마도 IELTS로 인한 피로감이 가장 큰듯하다. 만약 GRE를 봤다면 HKS + IHEID Dual Degree보다는 HKS MPA/ID를 지원하지 않았을까? 싶다. 까봐야(?) 알겠지만 어쨌거나 나에게 가장 적합하고 옳은 길, 내가 유학을 통해 얻은 지식과 영향력을 더 잘 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명이, 신이 나를 이끌었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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