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민국의 남미 여행기
누군가 나를 깨운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기상. 시계를 보니 새벽 한시 반. 원초적인 욕구가 일시적으로 최우선이 되는 순간.
함께 간 친구 1명과 여행지에서 만난 동행 1명과 함께 눈을 비비작대며 숙소를 나선다. 사람이라곤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숙소 앞 도로에서 추위와 졸음을 견디며 기다리고 서있으니, 봉고차 한 대가 도착한다. 다들 잠과의 사투 중. 차에 올라타 1시간쯤 가야 한다고 한다. 휴대폰은 통화권 이탈로 비행기 모드와 같이 바뀌어버리는 와중에 99퍼센트의 설렘과 1퍼센트의 불안감이 나의 배터리를 채우고 있었다.
비포장도로를 지나 갑자기 물길 위를 달리기 시작한다. 희미하게 보이는 사진으로만 보았던 전경이 나타나고 있었다.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크기에, 항상 어떤 상황에서든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잘 안될 때가 있다. 아니 그럴 생각조차 들지 않을 때가 있다. 나에게는 이곳이 그랬다. 그리고 그런 순수한 날것의 마음을 지니고 도착한 내가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물길을 10분 정도 더 달려 차에서 내렸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우리는 믿을 수가 없었다. 반짝이는 별들. 수만 광년을 넘어 우리에게로 잠시 찾아온 우주. 누군가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내던 중, 들으면 불편할 정도로 과한 탄성을 내질러도 그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이 없었거니와, 스스로의 마음을 대변해 줌에 공감까지 했을 것이다. 여행을 시작할 적에 다짐한 친구와의 목적이 완벽하게 달성되는 순간.
아름다움은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고들 한다. 삶을 영위하며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갖고 살고자 하는 나는, 이따금씩 청개구리 마냥 왜 우리가 아름다움을 느끼는가 분석하곤 한다. '꽃은 식물의 생식기관에 불과한데, 왜 우리에겐 이토록 낭만으로 다가오는가.' 하면서.
그런 내가 그저 풍경을 느끼며 울컥함을 느끼고 있었다. 감정적인 교류를 나누는 사람들로부터 가 아닌 아닌, 무생물에게도 이렇게 흔들릴 수 있구나 하고 깨닫는 중이었다.
쏟아질 듯한 별이 점점 눈에서 희미해져 가며 붉은 새벽이 우리를 찾아오고 있었다. 검은 산과 불꽃이 이는 듯한, 하늘과 땅이 만나는 경계. 세계와 그 속에 젖어있는 내가 이대로 서사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듯 멈추어 무(無)가 되어도 미련이 없으리라.
사람들은 여행을 가면 사진을 찍는다. 일상을 벗어난 특별했던 순간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때로는 사진을 열심히 찍으려고 노력하는 그 시간조차 아까울 때가 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느껴지는 감각에 몸을 맡기고 싶다. 그런데 여기를 내가 살면서 또 올 수 있을까? 아,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 명확한 철학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여유롭게 즐기고자 하는 마음과 조금이라도 이 시간을 더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는 기록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대립하며 타협점은 없다.
새벽이 떠나가고 아침이 찾아온다. 푸르른 하늘과 깃털처럼 하얀 구름이 대지를 감싸온다. 아끼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마음이 벅차온다. 흔하지 않다는 것은 특별하고 그렇기에 소중하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버킷리스트로 뽑는 명소일 수도 있지만, 그 경험이 함께한 사람과 나의 뉴런 하나하나에 묻어나게 될 때, 나는 더 나 다워지고 행복이라는 진부하고도 필수적인 가치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