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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너별 Oct 22. 2020

나는 행운아다

'최선을 다하자'는 식상한 말에 관하여.


나는 행운아다.



이 말이 나의 행복 절대치를 올려준다는 생각은 안 하지만, 고통받는 상태에서 견뎌낼 수 있는 심리적 에너지를 안겨 준다.




오늘 사장님과의 간담회가 있었다.


이런저런 좋은 말씀을 아직은 신입사원인 나에게 해 주시며, 

사업을 시작부터 런칭까지 경험해 본다는 것은 매우 행운이라고 하셨다.


맞다. 맞는 말이다. 내가 결국 하고 싶은 게 사업이니까. 형태가 어찌 됐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덕업일치를 실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이후 점심식사를 했다.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나를 반년 이상 이끌어 준 사수 선배님과, 신입사원이자 동갑인 친구와 함께.

내가 진행 중인 파트는 사실 그 사수 선배님께서 맡고 싶기도 했다고 했다.

외부에서 10억을 투자받은, 사내 역대 가장 큰 사업이라고 했다.

그 기획 자리에,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이

매일매일 익숙해지지 않는, 새로운 일을 배우고 버겁지만 해 내고는 있다.


그 신입은 바로 나다.


내가 인턴으로 입사했을 때보다 3개월 정도 일찍 들어온 또 다른 선배님이 있다.

그분은 내가 맡은 분야로 지원했다가 떨어졌다고 했다.

그 자리에 어떤 신입이 자리를 꿰찼다.


그 신입은 바로 나다.





생각을 해 본다.


누군가의 갈망이었을 그것.


나는 너무 쉽게 얻어냈다.




학벌의 영향과, 이사님과의 면접에서 내가 보여준 패기 덕분이겠지.



지금도 사실 아쉬울 건 없다.


막말로 잘린다고 해도 다른 일을 준비하면 됐었다. 나에겐 아직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나에겐 더 흥미 있는 분야가 있으니까. 위기를 기회로 만들지 뭐. 하는 생각.








사수 선배님과 금일 점심 함께한 호르몬동. 맛있게 잘 먹었다.










아, 식사 도중 딴생각을 너무 길게 했다.



사수 선배님은 말을 이어간다.


"건너별씨 나중에 사업하고 싶다면서요. 나중에 사장님께 도움받아요! 여기서 경험 쌓아서 매출도 올리고, 사업 자리 잡으면 얼마나 좋아하시겠어."


맞다. 나는 사실 사장님의 대학 수업 제자다.


대학교에서의 인연이 졸업 이후로도 이어지고 있다. 회사에 대해 알아보지도 않고 그저 수업에서 느껴지는  사장님의 인품만 보고 따라간 회사.


"저는 바이오 분야에는 사실 흥미가 없는걸요."


솔직한 마음을 나는 이야기한다.


"바이오 분야 아니어도 상관없지! 건너별씨 어깨가 좀 무겁긴 해도, 최선을 다하고 좋은 성과 회사 안에서 내면, 나중에 어떤 일을 하더라도 물심양면 도와주시지 않을까!"


맞다. 맞는 얘기다.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



나는 행운아다.


많은 이들이 갈망하고, 의지와 열정만으로 얻을 수 없는 사업 런칭의 기회, 그 중심에 있다.



지금 이 자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어떤 방향으로든 결국 내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모르고 있었다.

'최선을 다하자'라는 귀가 닳도록 들은 그 말이,

다시 한번 신선하게 나의 마음에 닿게 되었다.



반년을 넘게 어리버리를 까도 싫은 소리 한마디 없이 챙겨주시는 사수 선배님.

(심지어 급하다는 말에 퇴근시간을 넘겨서 까지 도와주시기도 했던)

가족처럼, 정말 아버지처럼 마음으로 대해 주시는 이사님.



그분들에게 나는 갚기 힘든 큰 빚을 졌다.


앞으로 더더욱 늘어날 그 마음의 빚.



그것에 부담이 아닌 실천으로서 보답할 필요성을 느낀다.






나에게 찾아온, 생각해 볼수록 엄청난 행운.



절대 잊지 말자.



그게 나를 더욱 몰입하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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