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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너별 Oct 29. 2020

계란 토스트

여러분의 추억의 음식은 무엇인가요?

가끔은 주린 배보다 마음을 가득 채우는 음식이 있다.

 

그것은 대단히 신선한 재료로 만든 것도 아니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것도 아니며, 그저 나를 향한 마음이 담겨있다. 마음이 담겨있다는 것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것.

 

어머니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항상 나의 매 끼니를 챙겨주시려 노력해 왔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회사를 다니는 지금까지도 아침을 거르고 가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 일 년에 몇 없는 날마저도 미안해하시며 이거라도 먹고 가라며 전날 미리 이야기해놓고는 잠에 드신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신가 보다. 이에 대해 난 이야기한다. 챙겨주시는 것은 너무 고맙지만 못 챙겨준다고 미안해하지 말라고. 그 마음이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고. 주 5일 근무처럼 주말엔 그냥 쉬라고.

 

그치만 소용없다. 항상 아침마다 차려져 있는 밥상과 정갈하게 놓인 과일까지.

 

때로는 유난이라고 생각한다. 스트레스와 피로가 함께하는 아침에, 대화가 통하지 않는, 순간순간 나를 신경 쓰고 있는, 뭐 더 필요한 것은 없나 2~3번은 족히 물어보는 어머니께, 그만하라는 짜증도 지쳐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나. 배고파도 괜찮으니 아무도 없는 아침을 맞고 싶다고 생각도 가끔 든다.

 

인간의 감사함은 간사하다. 같은 자극이 반복될수록 무뎌지고 감동은 작아진다. 한결같은 그 마음에 닳을 대로 닳아버린 나의 감사 장치. 마치 인사이드 아웃에 슬픔이와 기쁨이 처럼 '감동이'가 어머니에게는 잘 반응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기에 이따금씩 그 ‘감동이’를 스스로 자극한다. 반응하라고. 설령 온전한 진심이 아닐 지라도. 감사하다는 그 말 한마디가 중요한 나이기에, 매 끼니마다 ‘맛있냐?’고 물어보시는 질문에 나는 ‘엄마가 해주는 음식인데 맛이 없을 리가 있어?’라고 대답한다. 오해하지는 말라. 로보트 마냥 기계적으로 나올 때가 훨씬 많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는 진부한 말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노력. 뼛속 깊은 감사는 아니라도 ‘감사해야 한다’고 의식하는 태도인 것이다. 이에 나오는 어머니의 피식하는 웃음도 그리 나쁘진 않다.

 

아주 어릴 때부터 먹고 자라온 음식들은, 그 맛에 대하여 논하자면, 유튜브 고정 댓글처럼 항상 상위에 있고, '논외'로 자리한다. 나에게 어머니가 차려 주시는 음식들이 그렇다.

 

담담히 생각을 기울여 보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을 우리는 소중히 여기며 그리워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 방문하는 그때 그 가게. 오랜 시간이 지나 듣게 된 그때 그 노래. 그날의 분위기와 사람들과 서로를 향했던 마음. 다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음에 더욱 강렬하게 느껴지는 그리움. 그때 그 모습으로 크게 변치 않았음에 감사하며 떠나는 찰나의 시간여행.

 

그런 의미에서 어머니가 해 주신 음식들은 ‘한결’ 같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나만의 소울 푸드를 생각해 보면서 어머니께 부탁한 그 음식. 변함이 없다. 오랜만에 맛본 그 음식은 나에겐 너무도 익숙하고 맛을 초월하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는 해주신 음식을 건네받으며 잊지 않은 영혼 없는 감사 인사. 어머니는 여지없이 5명이서 먹으면 양이 너무 작지 않냐는 질문을 반복하신다. 나에게 이 음식은 양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마음을 채워주는 누군가가 곁에 있음에, 부족하고 영혼 없는 말 뿐이라도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또 한결같은 모습으로 다가오며,

나의 ‘감동이’를 자극하기에 마땅한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그것들이 지금까지 내 곁을 떠나 주지 않아 감사하고,

오래오래 내 곁에 남아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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