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본 적이 없어서 둘 차이를 뭐라 단정 지어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브런치에 대한 제 첫인상을 말씀드리면, '작가(출판) 중심적이다, 폐쇄적이다, 심플하다' 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 인상 때문에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진지한 글을 쓰거나 정리하고 이에 관한 피드백을 받을 공간이 필요했으며 가능하면 출판까지 했으면 좋겠다 싶은 찰나에 오래전에 우연히 만들고 작가 등록을 해 두었던 이 공간이 떠오른 거죠.
이 세 가지 인상을 브런치 등록 이후 제대로 활용하기 시작한, 2019년 6월 17일부터 지금까지 약 100일간의 제 경험을 통해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첫째, 블로그는 유입자 수가 많고 폐쇄적이지 않기 때문에 홍보에 적합하고 브런치는 출판에 적합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다음카카오 측에서 출판을 위한 여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고요. 웹 에디팅 기능 중에서 매거진 기능을 활용하여 처음부터 연재나 긴 호흡이 필요한 글을 작성하도록 도움을 주거나 브런치 북 서비스 기능이 있어서 직접 책 출판을 위한 디자인을 할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그렇게 완성된 작품으로 자가 출판을 하거나 출판사를 컨택하는 경우도 꽤 많더군요.
둘째, 아이폰의 감수성을 닮은(?) 브런치의 폐쇄성은 오히려 작가나 독자가 글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스티커나 광고로 도배되는 낚시성 글은 적죠. 글을 쓰려면 가입 이후에 작가 신청 후 글 한 편을 심사받은 후에야 가능한데, 이러한 폐쇄성도 어느 정도 블로그보다 진지하게 접근한 글들이 많겠다는 신뢰감을 줍니다. 그만큼 폐쇄적이니 상대적으로 유입되는 수는 적은 것 같고요. 그러나 작가들 역시 적은 독자라도 자신의 글을 진지하게 읽어줄 거라는 일종의 기대가 있죠.
셋째, 이러한 폐쇄적 서비스가 신뢰성을 주는 요소라면 기능적인 면에서는 조금 아날로그적이며 대단히 심플합니다. 앱이나 웹으로 완성된 글을 보면 뭔가 정돈된 웹진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감수성 측면뿐 아니라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좋게 보는 부분입니다. 에디팅 기능은 블로그보다 기능적으로 불만스러운 점이 많은데, 뭐 글쟁이가 글을 쓰는데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되듯이 기능이 글을 완성해 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면 참을 만합니다. 아마 출판까지도 고려한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지나친 에디팅 기능이나 스티커 기능 등이 오히려 출판을 어렵게 만들 수 있기에 그렇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될 때도 있고요.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임시 저장 기능이나, 많이 부족하다고 보지만 맞춤법 기능도 쓸만합니다.
이밖에도 글쓰기의 흥미 면에서 주목할 만한 건, '구독'이라는 기능이나 '좋아요.' 그리고 '통계'입니다. 유튜브와 같은 구독의 기능과 페이스 북이나 인스타그램의 '좋아요'를 닮아서 뭔가 글쓰기를 자극하죠. 이 점은 동시에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 북에서도 흔히 발생하는 문제(?)인 것 같은데, 스스로 홍보하지 않고 글만 쓴다면 늘지 않는 구독자와 '좋아요'로 실망하게 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요소 때문인지 동생은 폐쇄적인 공간에서 '좋아요'와 '구독' 품앗이를 한다고 비판하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이러한 기능으로 인하여 뚝심이 없다면, 자신이 원하는 글보다 독자의 구미에 맞거나 곱씹어 읽기보다 쉽게 읽을 수 있는 혹은 좋아요를 쉽게 받을 수 있는 글을 쓰는 요인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서비스를 둘러보다 보면 느낌상 단편 에세이나칼럼 형식의 글이 주를 이루며 또 인기가 있는 것 같네요. 물론 이것은 단순히 '좋아요' 기능 때문이라기보다 인터넷 공간이 자체가 가진 한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런치만을 두고 보자면, 각주나 anchor(같은 페이지에서 다른 위치로 이동) 기능 같은 것을 전혀 제공하지 않으니 에세이나 편히 읽을만한 글 외에, 출처를 요구하는 전문적인 글이나 긴 호흡의 글을 한 페이지에 쓰기에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 관해 몇 번 건의를 해봤지만, 향후 서비스를 점차 개선해가는 과정에서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받은 상태고요. 문제는 비슷한 건을 검색해보니 2년 전에 누군가 비슷한 건의를 했었더군요. 또한 광고가 없다는 게 장점일 수 있겠지만, 온라인 작가가 얻을 수 있는 이렇다할 수익 모델이 없는 것은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글쓰기 욕구를 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출판까지 염두에 두는 글을 쓰면서 자신의 글에 대한 대중의 피드백을 받는 '중간 다리'라고 생각한다면 꽤 좋은 플랫폼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참고로 브런치에 장편 소설 등의 연재를 위한 글이나 긴 호흡의 글을 한 페이지에 쓴다면 분량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궁금하더군요. 작가 입장에서야 쓰고 싶은대로 쓰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텍스트가 지나치게 많아도 피로감을 느낄테니까요. 다른 사이트에서 장르 문학을 연재하는 작가들의 말을 살펴보면 웹상에서 유료 연재할 경우 대체로 5,000자 전후가 적당하다는 말을 합니다. 이보다 못하면 독자는 분량이 적다고 느끼거나 글 읽는 재미가 떨어지고 그보다 많으면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보기에는 가독성이 떨어지거나 한 호흡으로 읽기 어려워한다고 하네요. 아마 브런치라는 웹 공간에서도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싶네요. 참고로 이 글은 약 4,000자 정도 입니다.)
장단점으로 정리하면,
장점은
― 폐쇄성이 글에 대한 신뢰도를 상승시킨다.
― 블로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돈된 글이 많다(절대적 수치로서는 오히려 블로그가 많을 것 같네요).
― 쓰는 것도 보는 것도 심플하다.
― 오프라인 출판까지 고려하는 서비스로 개발되었다.
단점은
― 폐쇄성으로 말미암아 유입자가 블로그에 비해 적다.
― 에디터가 블로그에 비해 좋지 않다(html 코딩을 전혀 할 수 없다).
― '구독'과 '좋아요'가 신경 쓰인다(블로그도 그렇겠지만, 검색률이 높인 글을 쓰던가, 흥미 위주의 글을 쓰거나 자기 PR이 필요하다는 말이겠죠.).
― 온라인 상에서는 글을 써도 수익이 될 게 없다.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폐쇄적이다, 심플하다, 작가 중심적 다른 말로 하자면 UX(User experience) 디자인적이다."는 다분히 애플의 아이폰이 추구하는 방향을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서비스가 계속 유지되려면, 이것이 아이폰의 성공처럼 서비스 제공자에게 어떠한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관건이겠죠. 이상이 100일간 제가 활용하면서 느낀 점입니다. 더 궁금한 점이나 브런치가 추구하는 방향을 알고 싶으시다면, 아래의 '브런치 이용 안내'를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브런치의 사업모델이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브런치가 미국의 마이크로 블로그 미디움과 비슷하다고 하네요.( https://medium.com/) 가입해서 수익모델을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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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나옵니다. 브런치가 한국의 미디움을 표방해서 만들어진 거라면, 아마 출판으로 인한 출판사업과 함께 향후 이러한 서비스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영미권이 아닌 국내 시장에서, 더구나 독서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지, 그로 인하여 계속 사업을 전개해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에세이(일기)나 A4 한 두장 정도의 칼럼을 쓰기 위한 공간으로는 적절할지 모르나, 다음카카오 입장에서 보자면 트랙픽 유도를 위한 양질의 콘텐츠 양산이 잘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작가 입장에서도 출판 이외의 광고 수익조차 얻을 수 없으니, 좋은 콘텐츠 양산의 의지가 계속 생길지 모르겠고요. 제가 브런치 사업부 담당자라면 꽤 고민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