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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영어 학습, 어떻게 해야 할까요?

초중급자를 위한 회화 학습 방법 문답 (1)

by Chris Nov 27. 2020

총 5회 정도로 구성된 이 글은 특이할 것 없는 영어 학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한두 달 만에 입이 뚫릴만한 내용도 아니며, '영어 공부 절대 하지 마라' 식의 내용 또한 아닙니다. 어쩌면 그렇기에 전통적 방식의 어휘 암기, 패턴 학습, 영어 대화를 하는, 아마도 대부분의 학습자분들이 자신의 영어 학습법에서 조금 더 효율적이며 스트레스를 덜 받고 학습할 방법을 이 글을 통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더불어, 이 글은 영어 학습이라는 주제로 적은 글이긴 하나, 오랜 경험 속에서 꾸준한 습관을 어떻게 만들어갔는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영어 공부를 꾸준히 공부해 나갈 수 있을까?'에 관한 고민이 있는 분들에게 더 적합한 글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것도 뻔한 내용이긴 합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학습의 습관화를 위해서 '자신의 의지에 기대기보다 상황과 환경에 자신을 묶는다'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글은 이러한 뻔한 내용을 저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것에 불과합니다. 다만,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싶었기에, 이해하기 쉽도록 문답식과 제가 행했던 구체적인 방법, 그리고 그에 관한 설명을 중심으로 엮었습니다. 그러므로 그저 지금 영어 회화를 공부하시거나 혹은 앞으로 할 의사가 있는 분들에게 한가지 참고안 정도로 이해된다면 바랄 게 없을 것 같네요.


그럼 모쪼록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 참고로 다섯 편의 글은 모 사이트에 어느 분께서 영어 학습에 관한 몇가지 궁금증에 관하여 아래와 같은 답변을 적다가 '언젠가 구체적으로 영어 회화 학습에 관한 저의 경험담과 누구나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적어봐야겠다' 생각하던 것을 정리한 글입니다. 그렇기에 이 다섯 편은 바로 아랫 글의 구체적인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 외국어 공부는 원래 재미없고 어려운 건가? 재미있고 쉽게 할 순 없는 건가?

뭐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기초를 다지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시기는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과 초심이 유지되기 때문에 가장 재밌는 시기일 수도 있습니다만, 기초를 다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마음을 계속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기초 단계에서는 무엇보다 '내가 잘하고 있나?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많이 가지게 되죠. 또한, 그게 어느 순간 지루한 일이 되어버리면 '무의미'한 일이라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잘하든, 못하든 그것을 생각하기보다 우리의 뇌 근육이 그 언어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까지 그냥 (성실히)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초 단계이든 혹은 그 이후의 단계이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여건 안에서,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겁니다. 자신의 의지는 언제든 다른 것들에 의해서 흔들릴 수 있습니다. 특히 하는 데 가치가 있다고 여기지만, 지루함을 극복해야 하는 일은 더욱 그렇죠. 그렇기에 자신의 흔들리는 의지에도 불구하고 할 수밖에 없는 환경, 또는 상황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운동을 하기 위해 우리가 집에서 할 수도 있는 운동을 굳이 돈을 들여가며 헬스장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가는 까닭도 그러한 이유이지요. 저로서는 외국어, 적어도 영어로 한정한 공부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령, 저는 꾸준한 습관을 들이기 위해 시간과 공간 설정을 했습니다. 시간을 묶는 방식으로는 아침에 일어나 <EBS Easy Writing> 작문을 해보면서 NAS에 녹음해둔 방송을 듣기 등이 그렇습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하루의 일과 중 제일 먼저 해야 할 일로 설정해 놓은 거죠.
시-공간을 묶는 방식은 스터디 그룹을 모집하여 새로운 공간에서 사람들과 같이 학습을 하는 겁니다. 가령, <EBS 입이 트이는 영어>와 같은 스터디 그룹에 적합한 책 한 권을 선정하고 자신의 학습에 효과가 될만한 커리큘럼을 짠 다음에 어느 공간에서 함께 학습하는 거죠. 자신이 모임의 장이 되어 도망칠 수 없는 엄중한 책임(?)을 지도록 하거나 상벌제 등을 도입하여 도망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버리면 더욱 좋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하는 학습으로 친목이 함께 할 수 있으니 조금 더 학습이 재미있어집니다.
특정 공간에서 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단어나 문장 암기의 경우, 저는 아르바이트가 있는 지점까지 걸어가면서 QUIZLET.COM 에 스스로 저장해놓은 단어들을 암기합니다. 참고로 아르바이트 장소까지는 버스를 타면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지만, 걸어가면 1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그러나 실제로 집에서 나와 버스 정류장까지의 시간,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시간, 버스에서 내려 아르바이트 장소까지 걸어가는 시간, 거기서 대기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30~4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죠. 분절된 시간에서 학습하기란 쉽지 않으며 버스에서는 큰 소리로 외울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걸어가면서 길 위에서 확보한 이 1시간은 온전히 학습하기에 충분하죠.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는 대로 옆이기 때문에 큰 소리를 내며 외운다고 해도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고 제 목소리가 타인에게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요는, 자신만의 방식을 개발해야 하며 자신의 의지는 반만 믿어야 합니다. 불굴의 의지를 가진 사람이 아닌 이상, 의지는 환경과 그날의 심리상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바에는 자신의 의지는 믿되 실행은 안 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실행을 조금 더 할 수 있도록 환경과 습관을 만드는 게 좋습니다. 특히 지루함을 이겨낼 수 있는 자신만의 환경과 커리큘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요.


- 만약에 재미있고 쉽게 할 순 있는데 못 하는 거면 내가 노력이 부족해서인가? 아님 재능(소질)이 모자라서인가?

앞에 말씀드렸다고 보지만, 노력과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환경과 습관이라고 봅니다. 모든 사람의 재능이 다 다르기에 나 자신의 언어적 재능이 뛰어나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수십억 명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 특수한 재능이 내게 없어서라기보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언어를 쓰지 않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에 주짓수를 배우고 있는데, 이 새로운 운동을 통해 느끼는 것은 이게 마치 새로운 언어 학습과 비슷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초를 배우고 어떤 기술의 패턴(동작)을 배운 뒤에 상대와의 대련에서 써 먹으려고 해도 머리가 하얗게 되거나 혹은 써먹을 기회가 안 생기거나 그것도 아니면 상대에게 이 기술이 도무지 먹히지 않더군요. 그러한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니 내가 다른 사람보다 운동의 재능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그러나 꾸준히 연습하다 보니 대련에서 그 기술을 쓸 상황이 보이게 되더군요.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도 점점 줄어들고요. 물론 같이 주짓수를 시작한 사람 중에는 저보다 빨리 가는 사람도 분명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빠르게 성장한다고 해서 내가 성장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들의 속도로 성장할 때 저 역시 저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어느 순간 느끼고 또한 믿게 되었죠. (자신을 믿는 게 중요합니다.)
언어 역시 마찬가지라 봅니다. 비록 다른 이들에 비해 자신이 속도가 더딘 것 같다고 하더라도 그게 자신이 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꾸준하게 노력을 하되, 적절한 방향으로 습관을 들여 노력하는 것이며, 그 노력이 어느 시점에 자신의 지향점과 맞다고 여길 때 그것을 믿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죠. 물론 그 노력의 방향이 맞는 것인가? 초보자라면 일단, 이 방향이 맞는지를 가늠하게 되기 전까지는 좋은 선생님께 의지하는 게 중요하고요. (물론 자신이 초보자라면, 초반에 자신에게 잘 맞는 좋은 선생님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요는, 좋은 선생님(이것은 인간일 수도 있고 책이나 혹은 프로그램일 수도 있습니다)을 밑에서 꾸준한 습관으로 노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 남한테 맞는 방법 말고 나한테 맞는 방법은 없는 건가?

마찬가지로 앞에 말씀드렸습니다. 스스로 만들어가거나, 좋다고 여겨지는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게 좋습니다. 다만, 초보자일 경우에는 평판이 좋은 선생님이나 혹은 자기에게 맞겠다 싶은 선생님을 찾아가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까지 배운 뒤에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만약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라면 그 방법은 무엇이겠는가?

마찬가지로 앞에 말씀드렸습니다만, 요는, 상황에 묶는 것입니다. 외국에 나가 해당 언어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것이 안 된다면 자신의 환경하에서 앞에서 말씀드린 시간에 묶기, 공간에 묶기, 누군가와 함께하기 등을 고려해 볼 수 있겠죠. 특히 언어라는 것이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화를 해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며 또한 재밌는 방법입니다. 혹은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가르치기 위해서는 책임이 필요하며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배우는 사람보다 훨씬 많이 공부해야 하니까요. 




들어가기에 앞서

저는 전문가가 아닐 뿐더러 아직도 영어 실력이 부족합니다. 영어 공부를 위해 외국에 나가본 적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영어 학습에 관한 글을 쓰는 까닭은,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 중에 '어떻게 하면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을까?' 혹은 '어떻게 하면 국내에서도 영어 실력을 늘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싶어서 입니다. 

그렇다고 기가막힌 학습법이냐? 그것도 아닙니다. 하물며 이렇게 연습한다고 몇 달만에 유창해지는 법도 아닙니다. 그저 수년간 꾸준히 영어에 관한 공부를 하고 습관을 만들면서 나름 고민하고 연습하던, 그리고 함께 학습했던 분들이 적게나마 효과를 봤던 즐거운 영어 학습 경험을 정리한 것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가급적 영어 학습에 관한 여러 방법 중 그저 한두 가지 참고안 정도로 이해하시고 읽어봐 주시길 부탁합니다.


영어 학습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을 흔히 합니다.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길을 걷다 보면 어느 정도의 성과는 나오기 마련이죠. 그렇기에 왕도는 없다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만, 그 길(학습)의 방향과 걷거나 뛰는 방법(학습 방법), 자신의 학습 체력(자신의 수준)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영어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좀 더 구체적으로는 좀 더 재미있거나 쉽게 할 수는 없는 걸까요? 초·중급자는 어떻게 학습을 해야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요?

이 글은 한두 달 만에 입이 트이거나 영어식 사고가 이루어지는 새로운 방법은 아닙니다. 오히려 많은 이들이 해봤던 특이할 것 없고 단어나 문장 패턴을 암기하는 등의 긴 시간을 요하는 전통적(?) 회화 학습 방식에 가깝습니다.


초보자의 학습은 재밌을 수 있을까요?

뭐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기초를 다지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시기는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점에서는 신나고 기대감에 부풀 수는 있지만, 기초를 다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즐거움은 지루함이 되고 말죠. 한두 달 한다고 해서 결코 잘할 수 없으며 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자신의 학습 방향이나 기초를 전혀 모르는 상태이니 선생님의 존재가 중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여기서 선생님은 가르치는 사람뿐 아니라 관련 학습 프로그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기초 학습은 대체로 비슷하니 정해진 과정이나 책 한 권을 잡아 참을성 있게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진도를 많이 나가지 못하더라도 매일 꾸준히 학습하며 눈에 익히고 꼭 해야만 하는 것을 외워가는 게 중요하죠. 기초 수준의 책 한 권을 소리 내어 읽어보거나 그 책에서 연습문제로 제시하는 것을 다 풀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그 전부를 학습하고 외우면 좋지만, 지나치게 힘을 들여 지칠 필요는 없습니다. 힘들면 나오는 예문들을 그냥 소리 내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책으로 학습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참고로 영어에 관한 글이기 때문에, 영어 학습만을 두고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는 대체로 학교의 정규 교과 과정을 통해서 학습을 해왔기에 왕초보라고 하더라도 알파벳이나 동사의 시제 정도는 대체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문법적으로는 중학생 수준은 넘어섰을 가능성이 높죠. 혹시 알파벳이나 기본적인 조음 법칙을 모르시다면, 초등학교 저학년 책으로 학습을 먼저 시작하시거나 주변에서 선생님을 찾아 도움받기를 추천합니다.

그럼 설명에 앞서, 올바른 학습을 위해선 일단 자신의 지식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는 게 중요합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면서 느꼈던 왕초보와 초보를 가르는 간단한 기준은 바로 ‘동사’였습니다. 가령, ‘be 동사나 일반 동사의 인칭이나 시제에 따른 변화를 알고 있느냐?’ 정도로만 물어보아도 어느 수준인지를 가늠할 수 있죠. 누군가를 가르치면서 놀랐던 것은 생각보다 be 동사를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만약 동사의 활용, 나아가 'have+p.p'가 무엇인지까지 잘 모른다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책을 한 권 선정해서 풀어보는 게 좋습니다. 혹은 Youtube에 커리큘럼으로 잘 정리된 영상을 쭉 보는 것도 좋죠. 힘들면 어렵게 외우려 들지 말고 마치 드라마를 보듯 쭉 보세요. 감을 잡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Grammar In Use IntermediateGrammar In Use Intermediate

자신이 초보일 때 추천할만한 책이 있나요?

제 경우에는 Grammar In Use Basic 영문판을 구매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 내 읽었습니다. 저 역시 10년 이상 학교 영어 수업을 받아왔기에 영어에 관해 아예 젬병은 아니었습니다만, 과거에는 주먹구구식으로 학습을 해온 터라 영어의 전반적인 구조가 잡혀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한 권의 책을 빠르게 본 다음, 마찬가지로 Grammar In Use Intermediate 영문판을 매일 20~30분의 시간 정도를 할애해 소리 내 계속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읽기만 했고 나중에는 옆에 있는 문제를 풀어봤죠. 그때는 지금처럼 Youtube 콘텐츠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고 영상으로 학습하면 딴짓을 하는 통해 이러한 방식을 택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왕초보 과정과 마찬가지로 Youtube에 초급자를 위한 영어 과정이 많으니, 한 명의 강사를 선택해 영상을 쭉 보며 학습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초보일 때 무엇을 학습하는 것이 좋을까요? 단어 학습을 하는 것이 좋나요?

자신이 초보이든, 중급자이든 자신의 어휘력은 상황에 적절한 단어나 표현을 알고 있느냐와 직결됩니다. 그렇기에 단어나 숙어의 학습은 매일 먹는 밥처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섭취해야만 합니다. 물론 자신의 영어 단어의 수준은 자신이 어떤 영어를 지향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습니다. 가령, 일상에서 가벼운 대화를 위해서 또는 해외여행에서 간단히 쓸 영어 실력만을 필요로 한다면 높은 단어 수준은 필요치 않을 것입니다. 기존 학교에서 정규 교과 과정을 밟아오면서 단어 학습을 해왔다면, 사실 그 이상의 단어 수준은 필요하지 않고 배운 것들을 적절히 활용만 하면 됩니다. 대체로 ‘한 두 달 만에 영어에 관한 입이 트였다’라고 말하는 분이나 혹은 그러한 제목을 가진 책이 표적으로 삼는 대상도 아마 정규 교과 과정에서 단어와 문법을 익혀온 사람 중에서 일상 회화를 하기가 어려운 사람일 것이고요. 그러나 자신이 정규 교과 과정의 단어 학습을 충실히 해오지 않았거나 혹은 정규 과정을 밟았다고 하더라도 회화를 비롯한 영어 실력의 꾸준한 향상을 기대한다면 단어를 비롯한 어휘 학습은 필수입니다. 사실, 정규 과정을 밟았다 하더라도 영어 학습을 오랫동안 손 놓았다면, 이 역시 어휘 학습은 필수죠.     


어휘 학습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단어는 매일매일 지문 등을 읽고 모르는 것을 적어 그때마다 암기하는 것이 좋겠지만, 사실 이렇게 하라고 하면 십중팔구는 며칠 하다가 포기합니다. 암기하는 것도 힘든데, 자신만의 단어장을 만드는 것은 더욱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죠. (※ 추후 귀차니즘을 극복할, 자신만의 단어장을 만드는 좋은 팁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한 가지 방식은 앞에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단어와 관련된 예문이 달린 한 권의 책을 떼는 것입니다. 영어 예문이나 문제에 앞서 암기해야 할 단어를 미리 제시해주는 책은 시중에 대단히 많습니다. 학습자의 수준에 따라 구분되어 있죠. 이러한 학습서는 대체로 그날 혹은 해당 장에서 암기해야 할 단어, 문법을 제시해주고 본문으로 들어갑니다. 심지어 온라인으로 방송까지 해주죠. 그런 책을 한 권 잡아서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식입니다.

다른 한 가지 방식은 잘 아시듯, 단어 책 한 권을 잡아 외우는 방식입니다. 매일 외워야 할 분량이 제시되어 있고 단어들이 주제별로 묶여 있어서 집중적으로 암기하기에는 좋은 방식이죠. 마찬가지로 시중에 수준이나 영어 학습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책이 발매되어 있습니다.      


초급자에 적당한 책을 추천해 줄 수 있나요?

시중에 많은 책을 본 것이 아니라 어떤 책이 최고로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근래에 누군가를 가르치면서 경험했던 책 중에서는 ‘천일문’이 좋았습니다. 책의 구조가 초보 수준에서 문법을 복습하고 단어 학습을 하면서 동시에 그 단어가 어떻게 적절히 활용되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이 책이 최고다라고 말하기는 어렵고 영어책의 구조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서점에 가서 자신의 목적과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는 게 중요할 듯싶네요. 자신이 초보라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모른다면, 주변으로부터 추천을 받거나 영어 학습을 열심히 한 다른 친구나 지인을 데리고 가서 의견을 교환하며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일반 단어장으로만 공부했던 것은 토익 이후였던지라 초급자에게도 이것이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 방식은 단어 학습의 한 가지 방법으로 언급했지만, 단어장으로만 공부할 경우 최근의 책들이 아무리 활용 예문이 잘 나와 있더라도 대부분 사람은 그 예문을 보지 않고 넘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의 영어 실력이 올라오지 않았으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아닙니다. 다만, 자신이 영어 시험을 대비해서 어휘력을 확 높이고 싶다고나 혹은 어느 정도의 영어 실력에 이르렀다고 한다면, 단어장 학습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요. 요는, 초보자에게는 오로지 단어만으로 구성된 책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천일문의 구성천일문의 구성

단어 학습을 하려고 해도 잘 안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구슬이 서 말이더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아무리 좋은 책을 구매하더라도 학습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많은 분이 하는 실수이며 매번 포기하게 되는 부분이 바로 책을 구매까지 했으나 학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지루하고, 잘 안 외워져요.” “학습하고도 내일이면 다 잊어버려요.”라고 하소연하는 부분입니다. 좋은 구슬이 있으니 이제 꿰어야 하는데, 이렇게 영어를 꿰는 것 중에 제일 힘든 것이 바로 이 암기입니다. 암기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마 가장 흔한 방법은 종이에 영어를 여러 번 쓰며 외우는 방법일 것입니다. 중, 고등학교 시절에 가장 많이 활용한 방법이며 우리에게 영어가 대단히 짜증 나는 것이라고 인식하게 한 요인이기도 하죠. 쓰면서 외우는 방식이 좋은 것일까요? 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잘 외워지긴 합니다. 다만, 책상에 앉아, 계속 따라 쓰는 이러한 방식이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닙니다.     


어떤 암기 방식이 좋을까요?

영어는 언어입니다. 그러므로 어떻게 발음하느냐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영어 단어에 관한 발음을 확인하는 주된 방법은 발음기호를 통해서였습니다. 물론 그때에도 온라인이나 사전을 사면 주면 CD를 통해 발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만, 수십 단어를 외워야 할 때 그것을 일일이 확인하며 외우는 일을 귀찮은 일이었죠. 물론 어릴적 파닉스를 조금 배웠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조음 법칙에 관해서 알고 있었습니다만, 실제로 일상 회화를 할 때 외국인들이 해당 단어를 어떤 발음으로 하는지는 잘 몰랐죠.

책상에 앉아 쓰면서 암기하는 방식은 바로 이러한 단어의 발음을 지나치고 단어만 암기하게 할 가능성을 높입니다. 책에서는 바로 발음이 나오지 않는 데다 찾아보기도 귀찮으니 그냥 책상에 앉아 쓰면서 암기를 할 뿐이죠. 집에서 학습한다면야 그래도 입으로 발음을 하면서 학습하겠지만, 도서관 등에서 학습한다면 소리 내 발음하는 것은 아예 포기해야 합니다. 그뿐인가요? 책상에 앉아 지루한 행위를 반복하고 있으니 졸리기도 할 것입니다. 또한, 그렇게 외우고 나서도 이튿날이면 까먹으니 이렇게 시간을 들이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암기를 해야 할 것들을 하루, 이틀 거르게 되고 결국 포기하게 되죠.     


구체적인 해결법이 있을까요?

기초 단계이든 혹은 그 이후의 단계이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여건 안에서,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겁니다. 자신의 의지는 언제든 다른 것들에 의해서 흔들릴 수 있습니다. 특히, 가치가 있다고 여기지만, 탁월해지기 위해 꾸준히 하기까지 지루함을 극복해야 하는 일은 더욱 그렇죠. 그렇기에 자신의 흔들리는 의지에도 불구하고 할 수밖에 없는 환경, 또는 상황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가령, 운동하기 위해 우리가 집에서 할 수도 있는 운동을 굳이 돈을 들여가며 헬스장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가는 까닭도 그러한 이유이지요.

그리고 하나의 만족감이 아니라 여러 만족감이 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어느 행위를 쉬지 않고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됩니다. 운동의 예를 들었으니 여기에 덧붙이자면, 과거  3년간 사람들을 모집하여 소정의 참가비만 받고 아침 7시 운동 모임을 운영한 적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매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뒤이어 상쾌한 마음으로 일을 착착 시작할 수 있다는 만족감과 내 능력으로 적게나마 용돈 벌이를 한다는 만족감, 철봉 하나 조차 못하던 사람들이 모임을 통해 성장하는 것을 보며 느끼던 보람, 목적이 같은 공동체 안에서 생기는 유대감 등을 얻을 수 있었죠. 영어 학습에서의 얻는 만족감도 단순히 영어 실력의 향상이라는 어쩌면 조바심이 생길 수도 있는 단 하나의 목적이 아니라 이런 운동 모임과 비슷하게 다양했습니다.  


정리하면, 어휘 학습을 위한 환경 조성의 기준은 이렇습니다.      


1. 학습에 효과를 줄 수 있는 효율적인 도구를 사용한다.

2. 어쩔 수 없이 학습할 수밖에 없는 시·공간(환경과 상황)을 설정한다.

3. 한 가지 만족감이 아닌 여러 가지 만족감을 줄 수 있도록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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