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이 지나 다시 토요일이 되자, 무릎 통증이 꽤 줄어든 것 같았다. 며칠 전만 해도 수업을 당분간 쉬어야 하나 고민했지만, 보호대를 착용하고 움직여 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수업보다 40분 정도 일찍 도착해 근처 커피숍으로 가니, 쌤들이 이미 먼저 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다리 왜 그래요? 다쳤어요?"
쌤들께 인사를 건네자, 왕태쌤이 보호대를 찬 다리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물었다.
"1년 전에 십자인대가 끊어져서 수술했는데, 한동안 괜찮다가 갑자기 다리가 두둑거리더니 아파서 다시 보호대를 찼어요. 그런데 이제 많이 좋아졌어요"
"이를 어째. 추위 때문에 그럴 수도 있으니 스트레칭이랑 잘 해주세요."
나나씨 쌤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조언했다.
'그래! 이게 다 날씨 때문이다!'
불현듯 모든걸 내 탓이 아닌 날씨 탓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것으로 돌리고 픈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생각할수록, 무릎과 발바닥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며 춤을 춘 게 아니라 틀어진 상태로 춤을 춘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특히 지난 소셜때 오버로테이트를 종종 했는데, 그게 원인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무리하지 말자.’
2주차 수업의 커리큘럼은 스윙아웃이었다. 수업은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진행되었다.
1. 기본기
2. 스텝에 따라 원리딩 투리딩 쓰리리딩
3. 1단계 변형 동작: 포워드 스윙아웃 인사이드 스윙아웃 아웃사이드 스윙아웃
4. 2단계 변형 동작: 스윙아웃 J 리딩 백워드 스윙하웃
5. 3단계 변형 동작: 쓰리월 스윙아웃
‘내가 강사라면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무릎 통증 때문인지, 수업 중에는 스윙 아웃의 기본기와 응용 동작에 대한 이해와 뿐 아니라, 강사들이 어떻게 전달하는지 교수법에 집중하게 되었다. 최근에 지터벅과 리디 맛보기 도우미를 막 끝낸 터라, 스윙아웃을 이제 막 배웠거나 혹은 막 지터벅에서 올라온 사람에게 어떻게 이런 어려운 동작을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할지가 관심사 중에 하나였다.
예를 들어,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사람에게 단순히 “힘을 빼라”고 말하면 알아들을 수 있을까? 스트레치가 부족해 앞으로 걸어 나오는 팔뤄에게 어떤 방식으로 이 개념을 전달해야 할까? 또 리더에게는 어떻게 이 스윙 아웃의 원리를 어떻게 명확히 설명해야 할까? 등등....
“처음에 올라온 사람에게는 개념을 알려줘도 잘 몰라요. 그냥 패턴을 알려주고 많이 연습하게 해보고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게 좋아요.”
쌤들 중 경험이 많은 분은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입문 강사님은 원리에 대해 설명하며 거의 모든 시간을 소비하기도 했다.
인상에 남은 교수법 중 하나는 무게 중심의 이동을 느끼게 하기 위해 팔의 힘을 뺀 상태로 한발을 들고 기다렸다가 락스텝을 밟는 동작이었다. 외발로 지탱하기 위해서는 코어에 힘이 들어가고 밸런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서 똑바로 서 있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각 고관절을 자연스럽게 구부리는 편이 좀 더 안정화된 자세가 되었다. 이렇게 자세를 잡고 락스텝을 하면, 리더는 자연스럽게 뒤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고 팔뤄는 그에 따라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신체의 자유도를 제한함으로써 그와 커플링되는 다른 부분들, 예를 들어 코어나 발목 근육 등을 활성화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그 다음 동작이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쌤들의 기본적인 코칭 방식은 기술 습득의 여러 단계를 고려한 설명이었다. 아무래도 1년차부터 n 년차까지 각자 다른 수준을 가지고 있는 중급반이었기에, 초보자와 숙련자를 모두 아우르는 설명을 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예컨대, 앞서 말한 신체 일부 움직임의 자유도를 제한하는 방식은 쉽고 간단하게 락스텝과 무게중심 이동에 대해 어느 이론적 설명보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쌤들은 이론적 설명도 놓치지 않았다.
“동작의 이름은 팔뤄 중심이에요. 팔뤄가 리딩을 받아 첫 번째 박자에 팔뤄가 앞으로 나가면 원리딩, 원, 투! 두 번째 박자에 나가면 투리딩, 세 번째 박자에 나가면 쓰리리딩이죠.”
이런 부가적인 설명은 음악의 흐름과 팔뤄 관점에서 생각해 보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최근에는 원에서 쓰리리딩까지 세세하게 설명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나 또한 춤을 출수록 춤과 음악의 매칭이라는 관점에서라도 이름에 딱 국한될 필요 없겠다 싶지만, 움직임을 익혀 나가는 단계에서는 이러한 명쾌한 설명들이 수강생들 입장에서는 필요하겠다 싶었다. 또한, 리더에겐 n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쌤은 의식적 연습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하셨는데, 특히 팔뤄들에게 강조를 했다.
“팔뤄는 오토로 하지 말고 노력하는 리더를 생각해서라도 의식적으로 연습을 해야해요.”
들을수록 수강생들에게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한 흔적들이 곳곳에 보였다. 수업 자체도 충실했지만, 여러 코칭 아이디어와 교수법을 귀담아 듣는 것만으로도 아픈 무릎을 끌고 오길 잘했다 싶었다.
나만의 최적의 움직임 솔루션을 찾는 것은 이제 스스로 해야 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