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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늘 배운 거 연습해요.”

by Chris


9시 30분이 넘어가자 하나둘씩 사람들이 빠져나갔다. 언제부턴가 이 시간이 되면 많은 이들이 뒤풀이하러 나가거나 집으로 향하곤 했다. 9시 50분 정도가 되니, 바에는 10명도 채 되지 않는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


“우리 오늘 배운 거 연습해요.”


넬리님이 먼저 내게 연습을 제안했다. 오늘 배운 것들을 아직 제대로 연습해보지 못해 아쉬웠던 터라, 잘됐구나 싶었다.


처음에는 원, 투, 쓰리리딩에 대해 연습했다. 이어서 여러 스윙아웃의 형태를 복습하고 남은 시간은 쓰리 월 스윙아웃을 중점으로 연습했다. 쓰리 월 스윙아웃은 백워드 스윙아웃과 비슷하지만, 팔뤄를 5, 6 카운트에서 계속 잡고 반대 방향으로 다시 5, 6 카운트 자세를 만들어야 했다. 문제는 팔뤄를 보내고 그 자리에 파고드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5~6 카운트에서 팔뤄를 보내고서 발을 디디는 것과 상체의 방향성이 중요한 것 같은데, 직선 방향이 아닌 서클처럼 회전이 되는 것 같았다. 팔뤄를 보낼 때 딸려가지 않도록 코어를 단단히 하고 시선과 상체의 이동을 회전이 아닌 직선으로 주면서 반복했다. 넬리님은 동작을 연습할 때마다 내게 적절히 피드백을 주었다. 계속 연습을 하니, 주변에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모여든 사람들은 고맙게도 함께 연습하고 세심히 짚어주었다.


팔뤄를 보내는 동작이 어느 정도 안정되니, 새로운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특히, 4 카운트 이후에 팔뤄의 허리를 받치는 오른손이 상대의 모멘텀을 완전히 받쳐주지 못하고 자꾸 흘러내렸다. 전에도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고무처럼 스트레치가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 머리에 박혀 있다 보니 단단히 잡는 것에 대해서 뭔가 거부감이 들었다. 팔뤄를 단단히 잡아도 손가락 마디 부분이 걸리는 터라 거기에 힘이 들어가 팔뤄를 손가락 끝으로 찌르거나 기분이 나쁘게 할 것만 같았다.


“계속 흘러내려요. 지금도.”


내가 계속 실수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자, 옆에서 보던 엽님이 몇 마디 건넸다.


“스트레치를 다 펴면 안 돼요. 오른팔을 완전히 펴지 말고 약간 구부린 상태로 있어야 팔뤄를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어요.”


그의 말대로 팔의 자세를 조정한 뒤 다시 연습에 들어갔다.


“저는 스윙아웃을 팔 때, 손바닥이 팔뤄의 등 가운데까지 간다고 생각하고 깊게 들어가요. 그리고 아무래도 버텨주려면 전완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손가락이 아니라 손목에 힘이 들어가죠.”


그는 두꺼운 전완과 구부린 손목을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의 조언을 참고하여 다시 동작을 이어갔다.


“스윙아웃을 할 때, 어깨가 빠져요. 어깨가 빠지면 안 되고 단단히 잡고 있어야 하는데, 지금 보면 이런 식으로 하고 있어요.”


쓰리월 스윙아웃을 하면서 4 카운트에서 어깨가 팔뤄와 정면 12시 방향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살짝 10시 방향으로 빠져 있었다. 아무래도 영상을 찍고 계속 피드백을 해야겠다 싶었다.


10시 30분이 넘어가자, 넬리님과 다른 연습 동료들도 하나둘 떠났다. 하지만 나는 아직 연습을 더 하고 싶었다. 여러 형태의 스윙아웃은 재미가 있었고 특히 쓰리리딩과 쓰리월 스윙아웃을 어느 정도까지는 제대로 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때마침 바에 있던 랑유님께 도움을 청해 다시 연습을 이어나갔다.


“투리딩, 쓰리리딩 구분이 돼요?”

“어…. 솔직히 모르겠어요.”

“이게 투리딩, 이게 쓰리리딩이에요.”

“음…. 둘 다 투리딩인 것 같아요.”


원리딩과 투리딩은 익숙했지만, 쓰리리딩은 쉽지 않았다. 문득, 쓰리리딩을 할 때에는 2+n 박에서 해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근데 2박까지 어떻게 진득하니 기다렸더라?’


소설을 할 때는 진득하니 기다렸다가 쓰리리딩으로 준 것 같은데, 의식하고 하려니 쉽지가 않았다. 부득이하게 한쪽에서 연습하고 있던 엽님에게 쓰리리딩을 보여달라고 요청하고 또다시 연습을 해 나갔다.


‘팔뤄를 어떻게 하면 3카운트 때 앞으로 스텝하게 하느냐?’ 이를 위해 두 박을 바운스 한뒤 빠르게 팔뤄 쪽으로 뛰어들며 균형을 맞춰 나가는 연습을 했다.


이날 수업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다리 때문이라도 쉬겠다고 결심했지만, 소셜 시간에 음악을 들으니 그럴 수가 없었다. 이전 보다는 텐션이 훨씬 좋아진 느낌이었다. 또한 어떻게 나라는 사람이 춤에 관한 불을 지필 수 있을 것인가를 조금은 더 깨닫게 된 것도 있었다. 바로 다음과 같은 생각이었다.


앞서 언급했지만, 빠에는 엽님이 오랜만에 와 있었다. 그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잠깐 대화를 했다.


“이상하게 흥이 잘 올라오질 않아요. 신나게 하려고 해도 마음이 잘 안 따라줘요.”

“음.... 그럼, 이제 새로운 걸 배울 때가 된 거예요.”


그는 처음에는 뜻밖이라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마음을 내려놓고 즐기라는 말 대신, 지루함을 줄일 수 있도록 새로운 걸 배워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의 말은 “흥미를 되찾으려면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는 메시지로 다가왔다. 이 말은 마치 주짓수의 그루인 존 다나허의 철학을 떠올리게 했다.


다나허는 수련생이 체육관을 떠나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첫째는 너무 힘들어서 떠나는 경우, 둘째는 지루함 때문이다. 특히 숙련된 수련생의 경우 지루함의 위험이 더 커진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블랙벨트에 도달하면 지루해진다.
자신만의 게임 스타일과
강점, 약점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합에 나가면 자신이 잘하는 것만 하고,
잘하지 못하는 것은 피한다.
그러다 보니 결국 지루해지고,
정체기에 빠지게 된다.

존 다나허
(https://bjjmagazine.co.kr/archives/10094)



사실 뭐든 진부해진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는 수련생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기술의 발전 때문이라기보다 흥미와 열정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내게는 오늘의 수업이 그러했다. 내가 잘하지 못했던 새로운 동작들이 흥미를 자극했고, 지루함을 깨트리며 열정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결론에 이르렀다.


‘스윙 댄스라는 무대에서 열정을 유지하는 방법은 단순히 익숙한 것을 반복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지루함을 깨트리기 위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며, 흥미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춤을 넘어 내 삶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이었다. 내게 춤은 즐기는 것과 동시에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지만, 점점 그 안에서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여정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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