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 댄스라는 무대에서 열정을 유지하는 방법은 단순히 익숙한 것을 반복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지루함을 깨트리기 위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며, 흥미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는 게 힘들어서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지만, 또한 살아가기 위해서 지루함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겠거니 싶었다. 문득, 전자의 문제만큼이나 요즘 세상에는 후자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도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삶의 흥미와 열정은 많은 경우 새로운 경험이나 도전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이 극도로 주어진 이 세상에서는 어떻게든 이런 것들을 피해 갈 수 있다. 그리고 피해 가는 대다수 이유는 흥미와 열정 이상으로 그런 것들을 마주할 때 느끼는 스트레스와 두려움, 그리고 귀차니즘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에 어떻게든 새로운 경험이나 도전을 해야만 하고 또 그것을 즐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 새벽, 전날 서울에서 DJ를 마친 동생이 새벽에 우리 집으로 왔다. 덕분에 일요일에는 다시 타임바로 출빠를 갈 수 있었다. 마침 다니에게 연락이 와서 우리 셋은 함께 타임바를 향했다. 동생이 최근에 집에 종종 들리게 되면서, 출빠에 대한 귀차니즘을 벗어날 수 있었는데, 이것 또한 큰 경험(?)중 하나였다.
밤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바에 도착하니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가볍게 스트레칭과 준비운동을 한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업에서 만난 쌤들도 보였고, 몇 번 방문한 덕분인지 이제는 익숙한 얼굴들도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고 우리는 소셜 댄스를 즐겼다. 전날 다양한 형태의 스윙 아웃을 연습한 덕분인지, 여러 가지 변형이 자연스럽게 몸에서 나왔다. 확실히 이전보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듯했다.
수업에서 배운 것을 여러 사람과 반복했다. 한 사람과 지속해서 연습하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파트너와 춤을 춰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까닭은 특정 동작이 익숙해지고 원하는 결과를 꾸준히 얻기 위해서는 변동성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어느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자기조직화 코칭모델에서는 타격을 처음 배울 때부터 정지되어 있는 공을 치는 배팅티 연습뿐만 아니라 여러 구종이 무작위로 날아오는 타격연습을 함께 진행한다. 축구를 배우는 어린 아이들도 혼자서 콘 사이로 드리블하는 연습뿐만 아니라 상대 선수에 반응하며 드리블하는 연습도 함께 한다. 평지에서만 골프 스윙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라운드 조건을 바꿔가며 연습을 한다. 기존의 처방중심 코칭방식에서 연습에 변동성을 추가하는 목적이 이미 습득한 ‘이상적인 동작’을 보다 정교하게 가다듬는 것이라면, 자기조직화 코칭모델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변동성을 추가한다.<중략>
자기 조직화 코칭모델에서는 코치는 선수가 움직임 솔루션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움직이라는 처방을 하지 않는다. 선수의 수준에 맞게 연습의 변동성을 조절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계속 쌓아가도록 한다. 크기가 다른 공을 사용해 연습하기도 하고, 독특한 자세로 움직이도록 하기도 하며, 한쪽 눈을 감고 움직이는 과제를 주기도 한다. 평소에 접하지 못한 이런 과제들을 해나가며 선수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차곡차곡 쌓게 된다.
결론적으로 자기조직화 코칭모델이 지향하는 것은 ‘반복 없는 반복’이다. 원하는 결과를 반복적으로 얻기 위해 굳이 같은 움직임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출처 : 인간은 어떻게 움직임을 배우는가 中| 롭 그레이
이러한 것은 현대 스포츠 과학에 기반한 스포츠코칭 아이디어이지만, 스윙 댄스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즉 어떤 이상적인 동작을 익히는 것보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 해당 동작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여러 팔뤄들과 함께 춤을 추면서 반복해 봐야 한다는 말이었다. 물론 소셜 댄스 중에는 한 동작만을 반복해서 연습할 수는 없지만, 이처럼 많은 팔뤄들이 있는 빠에서는 의식적으로 같은 동작을 한 번씩만 해도 서른 명의 팔뤄를 만나면 최소 서른 번을 연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조금은 어설픈 동작조차 부드럽게 받아줄 수 있는 경험 있는 팔뤄가 많다는 것은 축복이었다.
물론 처음 연습할 때에는 이런 변동성보다 한 명의 파트너와 안정적으로 연습하며 동작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심리적 위축 없이 동작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틈날 때마다, 다니에게 도움을 요청해 배운 내용을 여러 번 정리하고 피드백을 받았다. 쓰리 월 스윙 아웃은 아직 부족했지만, 원에서 쓰리 리딩 그리고 다른 변형 동작들은 비교적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쉼 없이 몇 시간 동안 춤을 췄다. 2주 차 수업에서 배운 것뿐만 아니라 1주 차에서 익혔던 것들도 다시 영상을 보아가며 의식적으로 반복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점점 더 각 동작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