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자가 되면 조급한 마음이 든다.
런태기 이후의 나의 달리기는 다행히 꾸준하게 이어졌다. 컨디션이 안 좋다고 느끼고 달린 날짜를 헤아려 보면 달린지 5일을 넘긴 후였다. 그럴 때는 주저 없이 운동화 끈을 묶고 밖으로 나가서 1km 됐든 얼마가 됐든 뛰었다.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 컨디션이 회복됐다. 매일 운동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오래 안 뛰다가 뛰면 확실히 기량이 많이 줄어듦을 느끼게 되었다. 어느 정도 기량을 유지하려면 꾸준히 운동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올해 상반기부터 새로운 취미 생활을 시작했는데 전혀 경험이 없는 분야다. 이미 그 분야에서 앞서 나가는 사람이 있었고 그 환경에 있으면서 나의 부족함을 절절히 깨달았다. 그리고 그들을 따라잡지 못해 안달 난 나의 모습을 마주하게 됐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할 때도 그랬다. 체력이 전혀 안돼서 1분 뛰는 것도 힘들어하고 이제 막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마음은 벌써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몇 주 뛰지도 않고 '속도가 나지 않는다.',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한지 모르겠다.'는 마음의 소리가 올라온다.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멋지고 실력 있는 러너들을 보면 나의 부족한 실력을 한심스러워한다. 당연한데 욕심을 내고 조바심이 나서 어쩔 줄 몰라한다. 그렇게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인생이 마라톤과 닮은 점은 '내 페이스를 잃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새로운 취미를 하면서도 그때의 교훈을 생각했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나는 내 페이스대로 간다.' 이제 막 시작한 초보자가 벌써 뛸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나보다 먼저 시작해서 잘 뛰는 사람을 봐야 할게 아니라 당장 내 앞에 있는 길을 한 발 한 발 묵묵하게 밟아 나가야 한다. 그렇게 기초 체력을 쌓고 나만의 페이스에 맞춰 뛰다 보면 쉬지 않고 30분을 달릴 수 있는 순간이 반드시 왔던 것처럼 내가 목표한 바를 반드시 이룰 것이다.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내 안에 확고하게 자리 잡아졌다. 옳은 방향을 선정하고 포기하지 않고 그 방향대로 꾸준하게 간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믿음.
처음 달릴 때처럼 달리는 일이 흥분되지는 않지만 여전히 꾸준하게 달린다. 흥미의 영역에서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무엇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습관이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할 때 조급한 마음을 붙잡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