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유가 거창할 필요는 없는 거 같다
삶을 비관하려고 하지는 않지만, 가끔 정말 뭘 위해 살고 있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왜, 그런 감정이 들 때가 있지 않나. 열심히 일에 매달려있다가 늦게 퇴근하는 길에, 특히 달빛 밝은 짙은 밤에는 더욱더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들기 쉽다.
그럴 때 꼭 그런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는 뭘 위해서 이렇게 일을 한 걸까?
일을 해야 생계를 유지하니까, 필요하니까 하는 거지.
왜 생계를 유지해야 하지? 그건 삶을 살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할 요소나 다름이 없으니까.
그런데 그보다 더 원점으로 돌아가 질문을 던져보자.
그러면 뭘 위해서 살고 있는 걸까. 다른 이유는 없이 그냥 생계만 유지하기 위해 사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얼마나 남았을지도 모르는 인생에서 N번째 허무함을 느낀다.
이런 허무함을 느끼는 순간들을 생각해보면, 내 삶에서 내가 왠지 무력하다고 느끼는 타이밍이 아닌가 싶다. 왠지 내 삶의 주도권이 내가 아닌 다른 곳에 있는 느낌이 드는 순간, 기가 막히게도 이런 질문이 찾아온다.
이유 모를 끝없는 긍정감으로 그 모든 허무함을 극복할 수는 없다.
나는 한없이 세속적인 사람이라, 견물생심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앞에 물건을 봐야 가지고 싶은 마음이 드니까, 지름신이 오는 것처럼 살아가는 이유도 견물생심이 되면 좋겠다고 느꼈다.
그렇게 보면 아주 사소한 무언가도 살아가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내가 어제까지 보던 예능 프로의 다음 편을 보기 위해서 살아갈 수도 있는 거고,
품절이었던 물건이 다시 입고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살아갈 수도 있는 것이고,
좋아하는 사람을 보기 위해 살아갈 수도 있는 거겠다.
그런데 그런 순간들이 지나고 보면 분명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더 자세하게 기록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찾아보고 적어보려고 한다.
흔히 태어난 김에 산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단순하고 쉬운 것만 같다.
하지만 태어난 김에 산다고 말하기에는 삶이 그리 단순하고 평탄하지는 않은 것만 같다.
태어난 김에 말고, 다른 무엇을 내 삶에서 찬찬히 들여다보는 게 필요하다.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다양한 ‘김에’가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 글은 새로운 기록의 첫 시작이 될 거다.
무엇을 보고 살아가는 마음이 들었는지, 오로지 나만의 견물생심 하는 순간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나에게 여러 차례 던지는 질문에 관한 좋은 대답이 되기를 바란다.
우선 오늘은, 이 글을 쓰는 김에 산다고 이야기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