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많은 사람들을 잇는 연결고리
예전에는 주변 지인으로부터 결혼 소식을 듣는 일이 많지 않아, 청첩장을 받게 되면 무척 신기해서 늘 참석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로는 평균 한 달에 한 번씩은 듣는 정기 알람이 됐고, 결혼식을 참석하는 게 마치 숙제가 되어버렸다. 개인적인 친분이 없는 사람의 결혼식에 참석하면 특히 그랬다. 그래서 사회 초년생 티를 벗은 이후에는 꼭 참석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자리 이외에는 참석하지 않고 축의금만 보냈다.
오늘은 모처럼 오랜만에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날이었다.
결혼식장에도 봉투가 있지만, 가능하면 미리 마련한 봉투 (축 결혼이 한문으로 앞에 적혀있다)에 축의금을 미리 준비해서 지참한다.
당일에 급하게 도착하더라도 바로 축의금을 내고 들어갈 수 있도록 하려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아침에 봉투 뒷면 위로 이름을 적기 위해 펜을 들었다.
이름 옆에 소속을 적는데 아무런 생각이 없이 자연스럽게 회사 이름을 적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오늘 참석하는 결혼식은 회사에서 만나 친해진 지인의 결혼식이라, 재직 중인 회사의 이름을 적는 게 무척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나를 초대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그 소속은 달라졌던 거 같다.
때로는 대학교 때 참여했던 동아리 이름을 적은 적도 있었고, 학교의 이름을 적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니까 그 사람과 그 당시 함께했던 곳이 어디냐를 적고 있었다.
그렇기에 대학교, 대외 활동, 회사 등에서 만난 사람들이 아닌 친구의 결혼식에는 오히려 달리 쓸 말이 없다.
나는 그런 친구가 몹시도 없는 편이라, 축의금 봉투 옆에 소속을 적을 게 없어서 고민했던 적은 없었다.
그런 걸 보면 나에게 어느 곳에 소속된다는 건 꽤 중요한 의미가 되었지 않았나 싶다.
가능하면 돈 많은 한량이 되고 싶지만 그래도 지금의 회사에 소속되었다는 것을 소중히 생각하고,
인생에서 가장 열정적인 시기였다고 생각했던 동아리에 소속되었다는 게 자랑스럽다.
교내에서 특별한 추억 없이 다들 전과생으로 착각할 만큼 아웃사이더로 살았지만, 그래도 대학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마음을 맞춰 활동한다는 것의 소중함을 알려줬던 고등학교 학생회, 더 거슬러 올라가 초등학교 합창부도 즐거운 추억이다.
또 지금껏 가족의 울타리 안에 소속되어 있기에 살아가고 있지 않나 싶다.
어차피 혼자 사는 인생이라고 하지만 그건 '결국 나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건 나다'의 의미일 뿐이고,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고 그저 홀로 살아가야 한다면 무척 버겁지 않을까. 수많은 책에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이전에 인상 깊게 읽었던 <행복의 기원> 책에서도 행복한 사람일수록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연결력이 더욱 강한 특성이 있었다고 언급이 된 부분이 있었다.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그런 나에게도 소속이라는 연결고리는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가 너무 팽팽하지 않고, 적당히 느슨하면서도 서로를 지탱해줄 수 있을 만큼 끊어지지 않는다면 더없이 이상적이다.
오늘도 소속된 김에, 같은 소속인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순간이 있기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