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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영어 교사 Aug 04. 2021

다시 시작해도 될까

오랜만입니다.

“작가님 글을 못 본 지 무려…180일이 지났어요ㅠㅠ 작가님 글이 그립네요… 오랜만에 작가님 시선이 담긴 글을 보여주시겠어요?”


몰랐습니다. 글쓰기를 관둔 제게 브런치가 끈질기게도 말을 걸어왔다는 사실을.



참으로 오랜만에 브런치에 접속해서 글을 씁니다. 다들 잘 살고 계셨는지요. 언젠가 다시 글을 쓰게 되리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지만, 그 시간이 이리도 길게 늘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나태해진 마음을 추스르고 여전히 부족한 글이지만 가끔 찾아와 주셨던 동료 작가님들께 복귀 인사드립니다. 그리고 저처럼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들었을, 자판을 두드리는 일이 낯설어 선뜻 백지 앞에 앉지 못하고 있을 동료 작가님들께 같이 힘을 내자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제 브런치 글 목록을 보니 마지막으로 업로드한 게 2021년 1월이더라고요. 일기 같은 글을 쓰다 큰 맘먹고 덤벼들었던 제 첫 소설은, 그때를 마지막으로 끝을 보지 못했습니다. 소설 쓰기에 완전 넉다웃이 된 탓일까요. 매일 아침마다 습관적으로 브런치 어플을 켜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읽는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작가 승인을 받고 그토록 자랑스럽게 핸드폰 메인화면에 띄어두었던 브런치 어플을  폴더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여러 달을 보냈습니다. 눈에서 멀어지니 글을 읽고 썼던 몇 달이 까마득한 과거가 되고는, 쓰지 않는 것에서 오는 초조함도 차츰 제 마음속 폴더 깊숙한 곳으로 가라앉아 갔습니다. 글과 떨어져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좀 더 세상에 둔감했던, 주변에 무관심했던 과거의 저로 돌아간 터라, 낯설지 않았습니다.


브런치와 멀어진 후 일과 독서에 최대한 매진하려 했습니다. 마침 새 학기가 시작되었고, 담임을 맡게 된 30여 명의 아이들에게 최대한 집중하려 했습니다. 그래도 글을 썼던 짬을 무시할 순 없었던 것은 꽤나 자주  ‘아, 이 아이 이야기는 정말 쓰고 싶다.’ 거나, 언제 한번 날 잡고 이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써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튀어나왔습니다. 물론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랬다면 정말 좋았겠지만요..


한 주, 한 주가 지나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들에게서 아무런 이야깃거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당황스럽더라고요. 아이들에 대해 생각하고 글을 쓰면서 좀 더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었고, 공감하는 교사가 되었다고 생각했던 터라 자신이 있었는데 말이죠. 한 인간으로서, 한 명의 교사로서 분명 성장했다고 생각했던 건 저의 큰 자만이었나 봅니다. 뭔가, 글을 쓸 때는 주변 모든 사물들에서처럼 각각의 아이들에게서 이야깃거리를 찾았고, 그때마다 아이들에게서 반짝거림을 느꼈었던 것 같아요. 좀 더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느낌? 아이들에게서 글감을 갈구하기를 중단하니, 예전의 무미건조한 눈으로 아이들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교실에서 멍하게 아이들을 훑어보고,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예전의 못난 교사로 돌아간 거죠.


여름방학을 맞이하기 며칠 전, 작년에 담임을 맡았던 한 아이를 학교 교정에서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쌤, 왜 요새 글 안 올려요?”

인사치레였을지 모르겠지만 대뜸 그 아이가 물어보더라고요. 작년 이맘때쯤, 제가 쓴 글 중 하나가 브런치 메인에 올랐고, 엄청나게 증가하는 조회수를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제 필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어떻게 검색으로 알았던 건지 제 브런치를 구독했다고 하더라고요. 

“코로나잖아”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인지, 대체 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를 방패 삼아 자리를 떴습니다. 아이가 고개를 갸우뚱했을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제 갈길을 갔던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구독자에게 정말 몹쓸 짓을 했다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교무실 자리에 앉아 정말 오랜만에 브런치 어플을 켜봤더니, 이 글 첫머리에 있는 알림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80일이라니.. 무슨 일이든 일주일을 못 버티던 제가 글을 쓰지 않는 습관은 참으로 꾸준했습니다.


브런치에서 여전히 저는 작가였습니다. 알림 창 목록에는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좋아요가 달리는 글들도 있더라고요. 정말 반가웠습니다. 

아직 잘 살아가고 있었구나 내 글들아. 

알림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새로 구독해주신 분들의 브런치들을 구경하다 보니,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항상 좋은 글을 써주시는 작가님들, 보잘것도 없는 글들에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모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말 오랜만에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자리에 앉아 키보드에 두 손을 올리고 있으니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지 않네요. 오히려 기분이 더 좋아진달까요. 옆에 놓인 아이스커피에서 이야깃거리가 불쑥 나오고, 옆 테이블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갖가지 사연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뜨지 않던 눈을 다시 뜨고, 막고 살았던 귀를 주변으로 연 느낌입니다. 


글을 쓰는 모든 작가분들이 글감을 얻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따뜻한 관심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방학이라 당장 아이들을 볼 수 없다는 게 좀 아쉽지만, 다시 아이들에게서 이야기를 끌어 올 수 있는 교사가 되고자 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다시, 그리고 계속 써야겠죠. 힘내 보겠습니다!





일기 같은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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