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 이상 살을 빼지 않기로 했다

굶고, 빼고, 다시 찌는 걸 반복하던 내가 바꾼 단 하나의 방식

by 이빛소금

오늘 인바디 결과가 좋게 나왔다.

생각보다, 훨씬.

숫자를 확인하는 순간,
기분이 좋았다기보다 조금 낯설었다.
‘이게 내가 맞나?’ 싶은 느낌.


그리고 이상하게도,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예전의 나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도 나는 배고픔을 몰랐다.

초등학교 때 친구가 배고프다고 하면
괜히 이상한 애로 보일까 봐
나도 따라 “나도 배고프다”라고 말하던 아이였다.


그랬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는
먹고 싶은 걸 참는 사람이 됐다.


눈앞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자장면이 있어도
나는 젓가락 대신 작은 병을 들었다.
효소 농축액.


열흘을 그렇게 버텼다.

살은 빠졌다.

그리고 아주 빠르게 돌아왔다.


그 뒤로도 비슷한 일은 여러 번 반복됐다.
굶고, 빼고, 다시 찌고.
성공과 실패의 경계가 애매한 다이어트였다.


한 번은 0.04kg이 모자라서
목표 체중에 실패한 적도 있었다.
그날의 허탈함은 아직도 또렷하다.


그렇게 나는 오랫동안
‘빼는 사람’으로 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굶지 않았다.
극단적인 방법도 쓰지 않았다.


그냥
걷고, 먹고, 다시 걸었다.

빠르게 변하지도 않았고
드라마틱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이게 맞는 건가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오늘,
인바디 결과가 그 시간을 설명해줬다.


나는 이제야 이해한다.

몸은 참아서 바뀌는 게 아니라
쌓아서 바뀐다는 걸.


예전에는
조금이라도 빨리 빼고 싶었다.


지금은
가능하면 오래 유지하고 싶다.


이 작은 방향의 차이가
오늘의 결과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결과보다도
이 방식을 잊지 않기로 했다.


다시 흔들릴 날이 오더라도,
나는 결국 이 방법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번에는,
다시 시작하지 않아도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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