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출근길 지하철이나 버스에 몸을 싣고 회사로 간다.
가서 커피 한잔을 하면서 메일을 확인하고 오늘 할 일들을 체크한 후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배가 고플 때쯤이면 점심을 먹고 잠깐 산책을 하거나 눈을 붙이고 나면 다시 오후 업무가 시작이다.
오전에 이어서 하던 업무를 하다가 회의에 들어가고 새로운 업무를 받고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또 씨름한다.
배가 점심 먹은 게 소화가 다 되고 슬슬 배가 고파질 때면 서랍장 속에 모아놓은 꾸러미에서 간식을 하나 골라 당을 채운다.
퇴근 시간이 되면 누구보다 빠르게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간다.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버스로 환승을 하는 동안 사람들 속에 파묻히고 치이다 보면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성찰의 시간이 된다.
겨우 집에 도착해 늦은 저녁을 먹고 뒷정리를 하고 샤워를 하고 나면 어느새 잘 시간이 된다.
이제야 찾아온 나만의 시간이 허무하게 가는 것이 안타까워 뜬 눈으로 핸드폰을 들여다보지만 저절로 감기는 무거운 눈꺼풀은 이길 재간이 없다.
그리고 다시 아침...
이렇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가끔은 일탈을 꿈꾸고 현실을 버리고 세계여행을 하는 유튜버들을 보면 부러움이 솟구친다. 나도 당장 회사를 때려치우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욕구가 들끓는다.
하지만 그러한 자유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자유인지는 한번 깊이 고민해보아야 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직장인들 사이에 가장 회자되는 직업은 건물주이거나 로또 당첨된 백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주 금요일 퇴근길이면 로또 판매소 앞은 문전성시이고 이번 주 당첨자는 내가 되길 바라면서 수동이고 자동이고 로또를 산다.
그런데 정말 내 꿈은 돈 많은 백수인 게 확실할까?
우리는 직장을 다니지 않고 놀고 무작정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고 싶은 것일까?
그렇다면 논다는 건 무엇일까?
인간에게 일이 주는 의미는 단순한 돈벌이 수단일 뿐이라고 한다면, 이 말은 하루의 3분의 1 이상의 시간을 일을 하며 보내는 나에겐 오로지 돈을 위해서 내 인생의 3분의 1이 저당 잡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돈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선 무척 중요하다. 이 말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일이 돈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존엄성의 확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했다. 사회적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사회적이라는 말의 반대말로 오로지 나 홀로 존재한다는 뜻의 유일적(唯一的)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러한 반의어에 따라 사회적이라는 말을 다시 살펴보면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이다.
사회 속에서 존재하는 인간은 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그에 따라 역할이 주어지게 된다. 가족 관계, 친구 관계, 직장 관계, 연인 관계 모두 일정한 역할이 주어진다. 가족 관계를 제외한 다른 관계에서 우리는 선택을 할 자유가 주어지고, 특히 직장 관계는 우리가 신분제를 타파하여 획득하게 된 소중한 자유이다.
우리가 직업을 선택하고(적어도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그 직업이 실제로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자), 그 안에서 배우고 성장하고, 성과를 내는 모든 일련의 과정이 우리의 존엄성을 확인받는 것과 다름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하나의 거대한 세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의 상실감과 공허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입으로는 퇴사하겠다 떠나고 싶다 노래를 부르지만 진짜 내면 속의 나는 내가 하는 일의 소중함을 알고 있고 항상 일을 통해 나의 존엄성을 확인하고 있다.
독립성과 주체성의 확인
일을 한다는 것은 한 명의 성인으로 독립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고 결정할 수 있는 주체적 존재가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의미이다.
우리의 내면 속에서 잠잠히 존재하는 욕구 중에는 권력이나 타인의 의지에 끌려다니지 않고 스스로 오롯이 서고 싶은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욕구가 있다. 이는 청소년 사춘기 때 가장 크게 목소리를 내곤 한다.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내가 선택하고, 내가 사귀고 싶은 친구를 사귀고, 내가 가고 싶은 학교를 가는 등 이 모든 선택들이 내가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개인이 되는 과정이다.
이러한 주체성과 독립성이 꺾이게 되면 우리는 좌절하고 무력함을 느끼게 된다. 성인이 된 후 일은 우리에게 독립성과 주체성을 확보해주는 좋은 수단이 된다. 내 돈으로 나를 입히고 먹이고 재우는 모든 것들이 숭고함이다. 다소 귀찮고 번거롭지만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하게 되면 우리의 내면은 금세 우울과 무기력에 빠지게 되니 이런 점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워라밸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워라인(워라블)의 시대이다. 일과 삶의 균형이 아닌 일과 삶이 하나가 되는 시대인 것이다.
과거에는 노동이 고된 것이었다면 미래에는 노동이 놀이가 된다. 그리고 놀이가 된 노동만이 살아남는다고 한다. 여기서 놀이라는 것에 우리는 초점을 맞춰봐야 한다.
무의미하게 시간만 때우기 위해 앉아있는 직업은 이젠 살아남지 못한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고 즐거움을 주는 것이 돈이 되는 세상이다. 앞서 서두에서 세계여행을 하는 유튜브를 언급한 적 있다. 우리는 이 사람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볼 땐 둘 다이다.
세계여행을 한다는 것이 놀이가 된다면 유튜브 편집을 하고 업로드하는 것은 노동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본인이 주체적으로 선택한 일이고 내가 하고 싶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걸 통해 사회와 소통한다는 점에서 나는 이를 일이라고 부르고 싶다.
일음 신성하다. 우리는 일을 통해 유리 자신이 누군지 확인받고, 일을 통해 사회와 소통한다.
일이 있기 때문에 먹고 잘 수 있으며 일이 있기 때문에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다.
반복된 일상에 지친다면
일을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오늘 나름의 일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이 부족한 글이 여러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