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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일기를 쓰다 (1)

브런치X어라운드

그래도 행복해지기, 박완서 외 지음, 북오션, 2013. 제가 언급한 '행복나눔 125는 이 책의 내용 중 하나인 손욱 님의 글입니다.

감사일기를 추천하는 수필을 봤습니다. 하루에 다섯 가지 감사 일기를 쓰며 감사와 칭찬으로 행복한 사회를 이루면 품격 높은 나라가 될 것이라는 '행복 나눔 125' 운동을 전파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글을 더 읽어보니 하루에 백 가지 이상의 내용을 감사일기로 적으면 인생이 바뀐다는 강연을 듣고 실천을 한 어떤 분의 인생 역전 성공스토리도 언급되어 있었습니다.


제 글의 전반적인 내용을 보시면 알겠지만 사실 저는 감사와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습니다. 심히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이를 전화위복 삼아 '오늘 내가 감사할 내용을 모아서 글로 쓴다면 제 인생이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바뀌지 않을까?'라는 생각 역시 들었습니다.


제 글을 보시는 분들도 종이 한 장 꺼내서 감사일기를 써보시는 게 어떨까요? 남에게 보이기 부끄럽다면 스마트폰을 꺼내서 카톡의 '나에게 쓰기' 또는 이메일의 '나에게 글 쓰기' 기능을 활용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지요? 그럼 저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1. 지금 계단을 내려가고 있습니다. 계단을 내려감으로써 저의 건강이 +10점 정도 상승했겠죠. 감사합니다.

2. 길을 가면서도 글을 쓸 수 있는 나만의 플랫폼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합니다.

3. 초등학생들의 재잘거림이 참 귀엽군요. 제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져요. 고마워요 학생들.

4. 지금 슈퍼 앞을 지나가고 있어요. 열심히 일을 하고 계시는군요. 그분들 덕에 제가 물건을 살 수 있는 거겠죠. 고맙습니다.

5. 귀여운 아이가 저를 쳐다보고 있네요. 아이야 너는 우리나라의 미래야. 이 세상에 존재해줘서 고마워.

6. 오늘 헌혈을 했습니다. 헌혈할 수 있는 컨디션임에 고맙습니다.

7. 어린이집 차가 슝 지나가는군요. 운전기사 아저씨 수고 많으세요. 저를 치지 않고 무사히 지나가심에 감사합니다.

8. 지금 가수 제시카 님의 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예쁜 목소리로 신곡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카 언니 많이 좋아해요! summer storm 노래 좋으니 많이 들어주세요!

9. 오늘 금요장이네요. 걸어가면서 구경해야겠어요. 볼거리를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0. 저를 보더니 속도를 줄이는 오토바이 운전 아저씨. 저라는 사람의 존재를 인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1. 화장품을 저렴한 가격에 샀어요. 고맙습니다.

12. 사실 길 가다가 누가 저한테 '저기요'라고 말을 걸었어요. 이럴 경우 사이비가 대다수입니다. '내가 만만하게 생겼나?'라는 생각에 화가 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오늘만큼은 감사함을 전합니다. 제가 말 걸기 편한 인상인 거죠? 고맙습니다.

13. 글을 적다 보니 길을 잘못 들었어요. 운동하라는 계시겠죠? 건강 10점 또 늘었습니다. 고마워요.

14. 과일이 참 탐스럽군요. 전국 농부님들 수고 많으세요. 좋은 볼거리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5. 어묵이 참 먹음직스럽군요. 어묵 제조하시는 분들, 파시는 분들 참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16. 매미소리가 오늘따라 시원하게 잘 들리네요. 맴맴이 들 고마워!

17. 토기가 참 예쁘네요. 예쁜 볼거리 제공해줘서 고마워요.

18. 치킨 파시는 아저씨. 치킨 냄새가 참 좋군요. 고맙습니다. 대리만족 중입니다!

19. 전동휠체어가 보이네요. 만드신 분은 우리나라 장애인 인권 상승에 이바지하셨어요. 감사합니다.

20. 닭발이 참 먹음직스럽네요. 볼거리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1. 돈 세는 아주머니. 많은 돈을 보니 제 기분도 좋네요. 고마워요.

22. 알 수 없는 나라의 말을 하시는 분..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싶군요. 학구열을 불태워줘서 고마워요.

23. 돈가스 만드신 분 감사해요. 돈가스 튀기는 소리가 참 좋군요.

24. 길 가다가 떡을 샀어요. 맛있는 떡을 팔아줘서 고맙습니다.

25. 현금 없을 줄 알았는 데 있네요? 아빠에게 사드릴 돈이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26. 더운 날씨지만 이열치열 아닙니까? 가열차게 글을 쓸 환경인 더운 날씨라 감사합니다.

27. 길 가니 쓰레기봉투가 있네요. 누군가가 쓰레기를 버리고 있고요. 저분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을 것 같네요. 그분을 대신해서 감사함을 전합니다.

28. 나무 그늘아 고마워. 잠깐이나마 시원하구나.

29. 새소리가 참 듣기 좋아요. 제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고마워요.

30. 사실 감사일기는 대학교 4학년 때 써봤습니다. 그래서 쓰기 수월해요. 수업을 진행해 주신 교수님 감사합니다.

31. 길을 가니 산들바람이 불어서 참 시원해요. 고맙다!

32. 아까 맘스터치 햄버거를 먹었어요. 맛있고 크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33. 내리막길이라 길을 빨리 걸을 수 있어요. 고맙습니다.

34. 건물이 그늘로 변모했어요. 건물들아 고마워.

35. 헌혈하고 기념품을 받았어요. 고맙습니다.

36. 38번째 헌혈이라는 문자를 받았어요. 삶에 대한 의지가 생기네요. 고맙습니다.

37. 나이트클럽 전단지가 보이네요. 가고 싶지는 않지만 길 가면서 잠깐 볼거리를 제공해줘서 고맙습니다.

38. 멍게가 보이네요. 참 신기하게 생겼다. 역시 볼거리를 제공해주신 가게 사장님 감사합니다.

39. 멍게가 들어간 수조를 보니 제가 시원 해지는 느낌이네요. 사장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40. 우리 동네는 맛집이 참 많아요. 맛집 사장님들 우리 동네에 가게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41. 길 가다 웰시코기가 저를 쳐다보네요. 귀여운 강아지이기도 하지. 고맙다!

42. 정우성 아저씨 얼굴이 보이네요. 잘생기셨다.. 대한민국에 존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43. 이 글을 봐주시고 댓글 달아주신 독자님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44. 횡단보도에 도착하자마자 초록불이네요. 이 우연에 감사합니다.

45. 잠자리가 저에게 다가오네요. 무섭게 생겼지만 나한테 와줘서 고마워.

46. 길가니 택배 배달원분이 보이네요. 수고 많으십니다. 덕택에 제가 편리하게 살아요.

47. 길가다 침 뱉는 학생이 보여요.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고마워요.

48. 집에 도착할 때쯤 되니 엄마 차가 보여요.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고마워요.

49. 집에 도착하니 동생이 있네요. 저 아이 덕분에 제 인생이 마냥 심심하지는 않았어요. 존재해줘서 고맙다.

50. 저 아이는 친구가 많아요. 가끔 친구들과의 깨똑을 저에게 말해주곤 하는데 제가 많이 웃어요. 그 점이 참 고마워요.

51. 저 아이는 크니까 제 얼굴이랑 많이 닮아지더라고요. 제 인생에서 유일하게 저랑 닮은 아이니까 그 점도 고마워요.

52. 다사다난했지만 자기 스스로 간호학생의 길을 걸어가서 그 점도 대견해요.

53. 저 아이는 보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면접을 준비했었어요. 저는 상상도 못 하였던 건데. 보건 선생님 감사합니다!

54. 미용사로 가려했던 제 동생 간호학과의 진로로 가게 해주신 제 동생 담임선생님도 고맙습니다.

55. 제 동생이 갔던 고등학교.. 저희 지역에서는 인식이 좋지 않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제 동생 대학 보내준 그 학교가 일류입니다. 그 학교에 재학하도록 제 동생을 받아준 고등학교 관계자님 감사합니다.

56.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에 보내려고, 제 모교에도 직접 찾아가서 아는 선생님께 사정사정했었어요. 저에게 안된다고 단언하시더라고요. 그땐 많이 슬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57. 저에게는 버릇(?) 없는 아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눈치 빠르고 싹싹해요. 잘 자라준 동생에게 감사해요.

58. 제 동생은 참 예뻐요. 저랑 아주 약간 닮았지 저랑 다르게 예쁘고 귀여워요. 동생을 낳아주신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59. 항상 성실하게 한길만을 걸어오신 포크레인 기사! 장인! 마에스트로! 아빠, 제가 틱틱거리지만 항상 존경해요. 존재해주심에 고마워요.

60. 대학 등록금 걱정 없이 학교 보내주신 아빠 고마워요.

61. 마음 편히 공부를 한 덕택에 전액 장학금도 한 번 받았었어요. 아빠 또 한 번 고마워요.

62. 학교가 촌구석이라고 원망 참 많이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미안합니다. 촌구석인 덕택에 좋은 공기 많이 마셨어요!

63. 학교 다닐 적에 저를 챙겨주신 룸메 언니 고맙습니다.

64. 나랑 잘 지내준 룸메 동생들에게도 이 자리에서 고마움을 전합니다.

65. 내가 중학교 다닐 적의 인연.. 잊고 지냈다가 대학 선후배로 마주쳤던 애리. 너랑 나의 기막힌 인연! 먼저 연락도 할 줄 모르는 나에게 먼저 다가와줘서 고마워.

66. 제가 다녔던 대학가 주변에는 크고 좋은 목욕탕이 하나 있었어요. 지역주민으로 싸게 이용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때 그 기억도 참 좋았어요. 고마워요.

67. 대출 많이 하면 문화상품권을 준다는 정보를 제공해준 룸메 지현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68. 매번 저에게 다독자상을 주신 학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69. 아직도 나랑 연락하는 대학 동기! 은정이라는 친구도 참 고마워요. 제가 힘들 때 많이 힘이 되어줬어요.

70. 저를 서류전형에 떨어뜨린 대학병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애초부터 제가 갈 곳은 아니었어요.

71. 저를 최종 합격시켜준 첫 번째 직장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비록 저랑 맞지 않았지만 큰 인생 교훈을 얻었어요.

72. 제가 첫 직장 그만둘 때 멀리서 자취방까지 와준 수현이라는 친구도 참 고마워요. 그 친구 아니었으면 저 정말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73. 이름 모를 인터넷 친구에게도 고맙습니다. 힘들었을 당시의 저를 위로해주셔서요.

74. 저에게 직접 전화해주셔서 힘들면 그만두라고 말해줬던, 현직 간호사인, 그분에게도 고마워요. 저 덕택에 용기 내서 첫 직장 그만뒀어요.

75. 매일마다 울고 힘들어하던 나에게 힘을 줬던 B, 어쨌든 고마웠어. 그리고 내가 어리게 굴어서 미안하기도 하다.

76. 지금도 나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은 십년지기 친구 설희야 고맙다.

77. 내가 다시 신규 간호사를 할 때 의지가 돼줬던 현정이 고맙다. 내 애독자, 고마워!

78. 저에게 바람을 제공해준 선풍기에게 참 고맙습니다.

79. 오늘 한 번만에 헌혈 IV line을 잡아준 간호사님에게 고맙습니다.

80. 힘들지만 간호사라는 직업이 제 자신에게도 많은 깨달음을 주는 것 같아 가끔 고마워요. 애증이랄까.

81. 사실 저는 작년 가을에 5년 차 응급실 간호사 선생님께서 책을 내셨다는 말에 저 역시 글을 써야겠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82. 가수 김혁건 님 덕분에 브런치라는 사이트를 알게 됐어요. 감사합니다.

83. 저를 브런치 작가로 만들어주신 관계자님 감사합니다.

84. 치킨도 튀기고 건물 청소도 하시는 우리 엄마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요. 존재해주심에 고마워요.

85. 하늘에 계신 큰 외숙모 저랑 잠깐이나마 인연 맺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 많이 하고 있어요.

86. 우리 큰 외숙모 마지막까지 돌봐주신 모 대학병원 중환자실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임상병리사, 등등 관계자님께 감사합니다.

87. 저 키워주셨던 지혜 이모 고마워요. 너무나도 어렸던 제가 많이도 철딱서니 없었죠? 죄송해요.

88. 어릴 때 옆집에서 살았던 용이 어머니에게도 감사합니다. 며느릿감이라고 저 많이 아껴주셨는데 아직도 생각나요.

89. 연락 두절인 고등학교 친구인 지영아 나랑 같은 간호사의 길을 걸어가 줘서 고맙다. 힘들 때 의지가 되어준 친구야.

90. 어릴 적에 타지에서 온 저를 챙겨준 친구들 전부 다 고마워요. 잠깐의 인연이었지만 고마움을 전합니다.

91. 저에게 '바쁘죠?', '간호사님', '힘드시겠다'라고 저 생각해주시고 존중하는 화법 써주시는 환자분들 감사합니다.

92. 여기서부터는 음, 제가 좋아하는 가수의 이야기입니다. 태우라는 가수를 알게 해 준 프로듀스 원오원에게 고마워요.

93. 태우라는 분이 세상에 존재하게 해주신 태우 님의 부모님께도 감사합니다.

94. 태우 님에게 찰떡같이 잘 어울렸던 스타일링을 해주신 십만십 코디님, 메이크업 아티스트, 헤어 아티스트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알게 됐어요.

95. 태우 님 덕분에 알게 된 절친 태민 님도 고마워요.

96. 제 사연을 뽑아준 김태민 님과 한아름 컴퍼니에게도 감사하다는 말 전합니다.

97. 태우 님 덕분에 리온파이브라는 아이돌 가수도 알게 됐어요. 고마워요.

98. 태우 님 덕분에 좋은 동생들과 인연도 만났어요. 고맙습니다.

99. 리온파이브가 인기투표 1위 해야 한다는 말에 덩달아 '파이팅!'이라고 응원해주신 어르신께 감사합니다. 치료 잘 받으시고 퇴원하시길 기도할게요.

100. 마지막이군요. 마지막 글이 제일 하이라이트죠. 리온파이브 정말이지 잘됐으면 좋겠어요. 나이 많은 저에게 십 대 때의 순수한 열정을 심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평생 팬 할게요!


다 적었습니다. 처음에는 의지 빵빵하게 넣어서 글을 적었는데 가면 갈수록 잠깐 힘들어졌습니다. 그래도 다 적으니 뿌듯하네요.


내용이 생각보다 기네요. 이 글을 써 본 결과 세상에는 감사할 일이 참 많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고 지내온 것 같아 반성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매일마다 이렇게 글을 쓰면 인생이 안 바뀔 수가 없을 것 같네요. 매일 백개씩은 힘들더라도, 열개 정도는 적어보는 습관을 길러봐야겠습니다.


제 글을 읽으신 독자님들도 저처럼 감사함 가득한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101.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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