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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병원에는 생각보다 자주 고성방가가 들려옵니다. 그 수위는 일반 사람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입니다.


불질러버리겠다니, 칼로 찔러버리겠다니. 오늘도 그런 말을 듣습니다. 한두번이 아닙니다. ‘에이 씨X, 목소리만 커가지고.’ 속으로 뭐 이런 센척을 합니다만, 사실 무섭습니다.


벽에는 의료진에게 욕설이나 폭행 시, 중형에 처한다는 팜플랫이 부끄럽게 부착되어 있네요.


외래에 와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괜히 원한을 살까봐 두려우니 사려가며 일하자.’입니다. 인터넷에 가끔 우리 병원 이름이랑, 제가 일하는 부서도 검색해봅니다. 괜히 제 욕이 적혀있지 않나 해서요. 인터넷은 파급력이 크니까요. 하여간, 몹시 조심스럽습니다. 한 자리에 계속 앉아있는 한 수많은 사람들이 제 얼굴을 외울 터이니까요.


중환자실은 폐쇄된 공간이라 이런 생각은 안했었는데 외래에서 일하니 생각지도 못한 일을 더 생각하게 되는듯 합니다.




오늘, 아니 어제, 모 병원의 정신과 교수님께서 환자의 칼에 찔려 돌아가셨습니다.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습니다. 평생을 환자와 부대끼며 살아오신 분인데 이런 일은 너무하지 않나요?


환자 권리 중요하죠. 네. 하지만 그만큼 의료진의 존재도 존중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픈걸 앞세워서 부당한 짓을 하는데 왜 의료진은 그것을 참아야만하는건가요? 그게 쌓이고 쌓여서 큰 사건을 만든겁니다.


지푸라기 인형을 칼로 찔러 저주한 장희빈도 사약을 먹고 죽었는데, 실제로 사람을 죽인 이 살인마는 과연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까요? 의문입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483805?navigation=petitions

감히 부탁드립니다.


의료진에게 최소한의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의료진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보고 싶습니다. 탁상공론 말고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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