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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수평 매복 사랑니 발치 후기 (1)

발치 계기~입원 날까지

때는 올해 1월 즈음이었다.

마카롱 중독자였던 나는 그날 역시 일을 마치고 마카롱을 다섯 개 쟁여둔 채로 먹고 있었다. 한입에 먹으려고 평소보다 입을 크게 벌리긴 했는데 그때 우두둑 소리가 났다. 며칠 지나면 회복되겠지 했는데 도무지 나아지지가 않아서 그 길로 동네 치과를 갔다.


턱관절이 아프다 했고, 설문지를 작성했다. 바로 x레이를 찍었다. 사진을 다 찍고 치료실에 누워있는데 내 사진이 큼지막하게 나와 있었다. 그런데 오른쪽 턱 위아래가 좀 이상해 보였다.


인터넷이라는 광활한 파도 같은 공간에 나의 신체흔적을 남기고 싶진 않았지만 이걸로는 나를 특정짓지 못할 것 같아서.. 이정도 사진만 남겨둔다.

치아에 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나였지만 이건 딱 봐도 모양이 괴랄한 사랑니였다.


의사 선생님께 조심스레 물어봤다. 혹시 저게 사랑니인가요? 네. 이 병원에서도 이걸 뽑을 수 있나요? 아니요. 00 대학병원을 추천합니다.


이깟 이빨로 대학병원까지? 의사 선생님의 대학병원 드립에 멘붕이 왔다. 사랑니 뽑는 게 워낙 번거롭고 귀찮으니까 농담 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의사의 농담도 헛으로 듣다가는 큰코다칠 게 뻔하기에.. 사랑니를 뽑는다는 병원 여러 군데에 내 엑스레이 시진을 보내며 상담을 했다. 결론은 신경과 가깝다고 죄다 거절. 대학병원을 가란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그저 농담이 아니구나. 진짜 대학병원 각이구나..




<2019년 4월경 00 대학병원 첫 방문>


x레이를 다시 찍었다. (경황이 있다면 이전 병원에 찍었던걸 복사해오면 좋다. 물론 너무 오래된 것 말고 사랑니가 보이는 최근 엑스레이만!) 아래쪽은 신경과 가까워 신경마비의 위험이 있고 위쪽은 상악동과 접해있어 천공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무시무시한 부작용에 두려웠지만 어차피 나이 들어서 염증 생기면 뽑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때 고생하며 뽑느니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뽑는 게 낫다는 판단이 들어 무조건 뽑는다고 했다. 한 달 뒤에 발치 예약 가능하대서 5월경에 예약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대학병원은 적어도 반년 이상이라 하는데 한 달 만이라니! 천만다행이었다. 일이 잘 돌아가는 줄 알았다. 그때는 그랬었다..



<2019년 5월,  00 대학병원 두 번째 방문>


오자마자 ct를 찍고, 구강악안면외과 진료실로 방문했다. 곧 내 이름을 불렀다. 바로 소수술실로 안내받고 침대 위에 누웠다. 옆에는 사랑니를 뽑기 위한 도구가 준비되어 있었다. 초록색 멸균 포가 나의 두려움을 가중시켰다. 조금만 기다리면 이를 바로 뽑는 줄 알았는데... 우렁찬 교수님의 목소리.

 

“이분 오늘 못 뽑아요!”
 

이게 뭔 날벼락이람. 치위생사 분도 당황, 나도 당황.. 일단 설명을 들으라는 말에 나는 바로 컴퓨터 옆에 앉았다. 교수님 왈, 오늘 못 뽑는단다. 입원해서 수술해야 한단다. 그리고 저번 달에 들었던 부작용을 더욱 장황하고 자세하게 설명한다. 무서워서 눈물이 줄줄 나왔다. 계속 보호자랑 상의하라는 말만 했다. 나 같은 경우는 수술 2주 전에 피검사를 따로 해야 한다 했다.


8월에 피검사 예약을 하고, 2주 뒤 수술 날짜를 잡았다. 입원은 수술 전날부터 하되, 내 컨디션에 따라 1박 2일 혹은 2박 3일까지 될 수 있다고 했다. 허탕은 허탕대로 치고, 또다시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 가족들한테 내 상황을 말하는 것은 덤이다.




내가 열 살 아이라면 부모님의 뜻에 무조건 따르겠지만.. 이제 나이도 조금 먹었겠다 내 상황이 어떤지는 나도 안다. 가족들은 당연 뜯어말린다. 하지만 나는 확고했다. 부작용이 생긴다면 이건 내가 감수해야 하는 운명이라 생각 들었다. 나중에 염증 나면 더 심각해질게 뻔한데 조금이라도 어릴 때 뽑는 게 회복이 빠르다고 생각해서 무조건 뽑겠다고 했다.




<8월 중순, 피검사+소변검사+흉부 x레이+심전도>


젊은 교수님은 나에게 부작용을 언급하며 다시 한번 겁을 줬다. 그리고 위에 난 사랑니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상황이 안 좋은가 보다. 계속 부작용 언급만 한다.



입원 전날, 대학병원에 전화가 왔다. 다음날 열한 시까지 구강악안면외과 외래에 방문하고 나서 0층 0 병동에 가라는 말이었다.


대망의 입원일. 외래에 방문하니 종이 쪼가리 하나를 받았다. 원무과에 가서 입원 수속을 하래서 병실을 배정받았다. 병실에 가서 이름을 말하니 좀 기다리라고 했다. 이십 분 정도 기다리니 나를 간호사실 스테이션으로 불렀다. 바로 히스토리 작성에 들어갔다.


직업이 뭐냐는 말에 간호사요.. 말하니 약간 당황한 것 같았다. 아, 네.. 네.. 이런 반응? 그리고 얼음팩은 의료기 상사에서 구매해야 한다는데 나는 미리 들고 와서 해당사항은 없었다. 본인이 수술한 적이 있거나 복용하는 약이 있다면 솔직하게 말하면 된다. 부모님이나 가족의 당뇨, 고혈압 병력, 암 병력 등도 알아가면 된다. 전반적으로 친절했다. 병실이 없어서 2인실로 배정받았다.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기고 있었는데 학생 간호사가 바이탈을 재러 왔다. 혈압이 140이 나왔다. 저 평소에 혈압 정상이니 110/80 적고 가시라고 하니 그래도 거짓말은 할 수 없단다. 조금 있다 다시 재러 온다 했다. 나는 나름 배려를 해주고 싶었는데.. 하기사 나 같아도 학생처럼 말할 것 같다.


나는 이렇게 여유로운데 밖에서는 계속 학생 간호사를 부르는 소리만 들렸다. 대학병원인지라 코드블루 방송도 자주 들렸다. 역시 대학병원은 힘들다 싶었다.


점심밥


점심과 저녁밥 맛은 그다지이었다. 그래도 배를 채워야 하니 먹었다. 저녁은 닭개장과 만둣국 중에서 선택하라 했다. 입원 식이를 먹은 적이 없어 당황했다. 만둣국을 먹는다고 말했다.


밤 열두 시부터 물 포함하여 금식이기에 전날에 모든 걸 다 먹자는 심산으로 젤리, 과자, 닭강정 등 먹을 수 있는 건 죄다 먹었다.


같이 방을 쓰시는 분이 코를 엄청 골아서 밤에 잠을 설쳤다. 병문안 와서 한 밤 자고 가기로 한 내 동생은 새벽 두 시에도 잠을 못 잤다고 한다. 에어컨을 27도로 설정해놨는데 새벽에 동생이 확인해보니 에어컨이 아예 꺼져있었다고 한다. 온몸에 땀이 나서 상의 단추를 푼 채로 커튼 치고 잤다. 이러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출근 때문에 먼저 일어난 동생이 카톡을 보내왔다.


나머지는 2화에서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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