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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상하차 알바

남은 날들 기록

기억나는 것만 기록해야지.


금요일: 이 날은 나의 간곡한 부탁으로 지상으로 배정됐다. 일은 힘들지만 차라리 이게 마음 편하다. 지하는 지옥 같은 곳이었다. 내가 할 일은 위에서 떨어지는 택배 정리, 옆 라인에서 오는 우리 쪽 바코드 택배를 올려서 정리하고 바코드를 찍는 일이었다. 상차 하는 사람이 쉽게 일할 수 있게 밀어주는 것도! 서른두살인 분 한명이랑 스물 셋 우즈벡 남자 애랑 같이 일했다. 전자인 분은 택배를 주업으로 하시는 분이였다. 그리고 살아온 얘기?를 들었는데 저마다 사연이 있다 싶었다. 후자인 애는 내가 무거운 물건 들고 낑낑거릴 때 나서서 들어줬다. 사실 그런 짓 하기 싫었다. 그런데 남자보다 신체적 조건이 안 좋아서 어쩔 수 없을 때도 있더라. 여튼 그렇다. 나중에 그 애가 ‘“팡, 팡”이러길래 팡이 뭐냐고 자꾸 물었는데 알고 보니 빵이었다. 그런데 관리자도 같이 일 할 정도로 바쁜 시간이라서 빵 먹을 분위기 아니라고 하니 시무룩해했다. 여튼 좀 귀여웠음. 이 라인은 마지막에 엄청 바쁜 곳이였는데 그래도 서른두살 택배왕이 하드캐리해서 몸은 상대적으로 편했다. 시간 날 때 노닥거리기도 하고. 외국인은 언어 모르는 척 하면서 일 제대로 안 하는 사람이 많다는데 얘는 정말 성실하다고 택배왕이 그 아이를 칭찬했다.


토요일: 쉬는 날


일요일: 지옥을 맛봤다. 택배왕은 금요일과 같은 곳에서 일했고, 나는 다른 곳에 배정받았다. 위에서 떨어지는 라인을 수습하고, 옆 라인에 있는 짐도 빼서 올리는 건 금요일과 같았다. 다만 차이점은.. 금요일엔 라인 타는 짐들이 전부 내 구역이였다면 이번에는 옆 라인 다른 지역 사람들과 나눠 쓴다는 거였다. 옆 라인에는 나보다 어려 보이는 남자 두 명이 있었다. 걔네는 자기 일만 하기 바빠서 라인에 있는 짐은 신경도 안 썼다. 걔네 짐이 95%인데.. 결국 라인이 막히다 못해 짐이 넘쳐나서 내가 하는 일에도 차질이 생겼다. 마지막엔 내가 얘네들 구역 짐까지 들어주고 있더라. 덕분에 손목 아작났다. 마지막엔 너무 화가 나서 짐 좀 들어서 올리라고 하니까 인력이 부족하다니 뭐니 이런 핑계를 대더라. 너무 빡쳤다. 중간중간에 택배왕이 와서 도와줬지만 택배왕이 가면 난장판인 건 똑같았다. 택배왕이 걔네한테 여자애보다 속도가 느리냐고 뭐라했다. 걔네는.... 답이 없었다. 다신 마주치고 싶지 않은 부류다. 욕만 나옴.


월요일: 걔네들 덕분에 하루 쉰다고 했다


화요일: 실질적으로 내 택배 인생 마지막 날. (돈이 궁하면 언젠가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할 지도?) 일요일에 일했던 구역에서 그대로 일했는데 누가 월요일에 작업했는 지는 몰라도 짐이 미친듯이 쌓여 있었다. 아마도 불성실한 사람인 듯. 그래도 좀 잘 아는 사람이면 짐도 예쁘게 쌓아놨을 텐데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그래도 이 날은 인력이 한 명 더 배정돼서 라인이 막히지는 않았다. 그런데 물량이 많아서 남들보다 늦게 갔다.


왜 화요일이 마지막이냐면.........

상대적으로 수월한 공장에서 일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똑같이 열두시간 일할 거면 그게 낫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코로나 검사까지 받았다. 결과는 음성이였지만. 여튼 화요일에 일을 마치고, 수요일 하루는 내 기억으론 건강검진을 했다. 목요일에 코로나 결과가 나오고 금요일에 교육을 받고 조 배정을 받았다. 토요일부터 야간으로 업무 시작해서 교대근무 중......


뜬금 없는 말이지만 요즘 성시경 노래에 푹 빠졌다. 성시경 목소리 하나는 보물이다. (안녕 나의 사랑은 고딩 때부터 들었던 띵곡임.) 요즘엔 나온 지는 오래 됐지만 내가 몰랐던 노래 위주로 듣는 중이다.


머지않아 나에게(feat.카밀라)

그 길을 걷다가


강추 강추!


그리고 택배 일 가는 길에 버스 안에서 들었던 노래도 추천하자면 (성시경 노래는 아니다) 지코-사랑이었다(루나가 부름) / 블락비 멤버가 부르는 것도 있다. 절절한 감정은 덜 느끼더라도 부담 없이 듣고 싶으면 블락비 버전 강추. 루나가 부르는 건 감정이입돼서 눈물 한 방울 떨어질 지도 모름.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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