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생각하다

공장추노/동생수다/이제공부

같이 일하는 언니랑 공장을 추노했다. 참고 일해주니 남자들도 이틀 일하고 추노하는 개쌉막노동을 시키길래 이 언니도 한계가 왔고, 나도 공부해야 할 시즌이 와서 같이 관두기로 결심했다. 사실 언니만 나가고 나는 남아있으면 나한테 개쌉쌉막노동을 시킬 게 틀림 없기에 차라리 같이 나가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아니다, 이건 추노가 아니지. 그래도 매너 있게(?) 그만둔다 말하고 사직서는 냈다. 같이 일하는 언니는 그만 둔다 말 할 생각에 심장이 뛴다 했는데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냥 내가 가서 말했다. 그 부서 안 가고 원래 하던 일만 시키면 일 계속 할거냐 하는데 됐다고 했다. 개웃겨. 지금도 어깨를 주무르면 통증이 남아있고 팔목은 지끈거린다.


에휴. 공부하다 잘 안되면 일주일에 한 번씩 택배 뛰거나 쿠팡 물류센터 가야지. 언니는 같이 일한 동안 즐거웠고 혹여나 안 좋은 게 있어도 추억으로 간직해달라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녁에 동생이 나를 불러 앉힌다. 아 왜~ 이러니까 수다나 떨자 이런다. 그리고 뜬금없이 일억을 모으려면 십 년을 모아야 한다고 푸념을 한다. 이 아이가 이제 현실을 깨닫나. 그러고는 방에 잠깐 갔다 오더니 나한테 큐티뽀짝한 어피치 핸드크림, 어피치 립밤, 어피치 체크카드를 보여준다. 이 아이의 해맑은 얼굴 역시 어피치 같았다. 너 그런 거 사제끼면 일억 못 모은다 하니 립밤은 남자친구가 사준거라 항변한다. 웃긴 가시내다. (나는 항상 이 아이한테 교육을 했다. 모든 상품에 캐릭터가 추가되거나, 제품명에 ‘닥터’가 붙으면 일반 가격의 두세배가 될 거라고...)일억 모을 생각 하지 말고 모아지다 보면 돈이 생길 거라고 했다. 간호사만 십 년 할 게 아니라 그 사이에 라인 잘 타면 대학원도 갈 수 있고 강사도 될 수 있고 이러니까 자기는 공부는 싫단다. 그리고 십년차 선생님이 자기한테만 청첩장을 줬다고 한다. 역시 이 아이는 예쁨받는다. 나는 간호사 일을 하면서 간 결혼식에 단 한번도 진심으로 간 적이 없었는데.. 이게 이 아이와 나의 차이점 같다. 단발머리로 잘랐길래 파마를 하면 더 나을 거 같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말한다고 했다. 그런데 어차피 머리 묶고 사니까 소용 없다고 본인 의견을 피력했다. 내일은 데이라서 일찍 자야된다고 히스테리를 부렸다. 지가 뭔데. 나는 열두시간 일해도 히스테리 안 부렸는데. 그냥 얘랑은 말 안하는 게 상책이다. 오랜만에 유튜브로 옛날 개콘을 보며 낄낄거리는데 전화가 온다. 시끄럽다며 히스테리를 부린다. 아 예. 제 잘못입죠.


내일부터 엄마 가게에 가서 공부한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외삼촌이 뒷산에 유기되어 있는 개를 데려와서 키운다는 거다. 암컷 강아지고 상당히 순하다고 한다. 엄마는 요즘 만날 그 아이 얘기 뿐이다. 엄마의 자식은 저인데요(..) 여하튼 내일 첫 실물 영접한다. 과연 이 아이는 나한테 적극적으로 다가올 것인가?

작가의 이전글 생각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