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일기
해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
쓴맛을 느끼면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
요즘 제일 많이 드는 생각. 되뇌며 살자.
20대때는 남이 하는 말에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는데 30대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때는 직장 문제라고 생각해서ㅡ물론 직장 문제가 맞긴 하다. 간호사 장기자랑, 욕설 따위의 인격모독 등. 그때의 악습이 지금 간호계에서는 많이 바뀌었으니ㅡ수많은 이직을 반복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취약한 내 성격 때문인 거도 있지 않을까 싶다.
내 성격 자체가 한국의 조직적 직장생활과는 별로 맞지 않다. 나는 방구석에서 유튜브보는 백수 전업지녀가 체질에 맞다. 하지만 이렇게 살면 나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힘들어진다. 내가 금수저면 가능하겠지만 금수저가 아니다. 그러니까 못한다.
내 편이 없는 대한민국 조직생활에 살아남으려면 많이 알고 경쟁력과 강점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나의 강점이 있을까?
서른 먹고도 모르겠다.
나의 인생에서 거저 얻는 건 없었다.
토스 복권뽑기에서 십만원, 백만원 걸린 사람의 후기를 보고 부러워만 했지 내가 그런 사람이 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지나치게 무식하고 우직하고 하나에 꽂히면 남이 그만하라고 해도 죽을 듯이 파고들었다. 끝을 보고 싶었다.
사실 그런 성향이 내 인생에 건설적인 쪽으로 발현된 적은 없었다.
밤새도록 다음카페 운영하고(초딩 6학년이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꾸미고, 슈퍼주니어 오빠들한테 인기투표하고, 오빠들 콘서트 가겠다고 담임쌤이랑 싸우고. “니가 아무리 오빠들 좋아해도 오빠들은 널 몰라. 엄마 아빠한테나 잘해.” 따위의 댓글에 죽일듯이 싸우고.
물론 슈퍼주니어 오빠들을 많이 좋아한 게 죄는 아니다. 내가 좋아한다는데 니들이 뭔데. 어쩌라고. 단지 그 우직함이 내 몸값을 높이는 행동은 아니었다는 거지.
그런 성향이 처음으로 건설적으로 발현된 건 9급 공무원 합격이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장기 레이스 공부를 하면서 또 부딪혔다.
9급 공무원 붙는 거도 힘들구나. 난 비상한 머리가 아니구나. 자학이라 하겠지만 객관적인 내 평가를 했더라지. 그렇게 또 나를 알아갔다. 서른이라는 나이에.
단, 분명한건, 무식한 내가 깨달은 거는.
20대의 고통스러운 내가 있었기에
30대의 내가 있는 거고,
30대의 고통스러운 내가 있기에
더 나은 40대가 있지 않을까?라는 거다.
40대가 없을 수도 있겠다.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일이 많으니. 나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극단적으로 사람을 치솟게 만드니 그만 생각하자.
어쨌든 태어난 이상 모두가 끝을 알 수 없다. 태어난 이상 변수가 무궁무진하니까. 인간은 논리정연한척 살지만 사실 실수와 허점 투성이인 존재다.
그래도, 그래도. 언젠가 있을 나의 인생의 끝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거에 최선을 다하는 거밖엔 없다. 이게 결론이다.
내년에 태어날 조카한테도 부끄러운 이모로 손가락질 받지 않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너네 이모 어떤 사람이니?“
“우리 이모 백수 전업자녀인데요.”
끔찍하고 심히 부끄럽다.
백수 전업자녀가 부끄러운 건 아니다.
집에 돈이 많고 환경이 되면 그만큼 좋은 게 어디냐.
적어도 내 상황에서 그러면 부끄럽다는 거다.
태어난 이상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지만
결론은 뭐다?
버텨보자다.
더 나아질 나를 기대하며.
가족한테 민폐가 되지 말자.
부끄러운 이모로 살지 말자.
좋은 이모는 아니지만
손가락질 받는 이모가 되지는 말자.
그래도 우리 이모 (결과에 상관 없이) 매사에 열심히 살고 열심히 극복해가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주는 그런 사람이 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