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여성 시점 멜로드라마,'알고있지만'이 매력적인 이유.
한소희 송강.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워지는 두 배우를 중심으로 드라마 <알고있지만>이 시작됐다. 이 드라마의 1회를 본 나의 30대 지인들은 가감 없이 불쾌함을 표했다. 이들의 악랄한 지난 연애를 떠올리게 하고, '지팔지꼰'(지 팔자 지가 꼰다)하며 사랑에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여성의 사랑 이야기가 견디기 힘들다는 평이였다. 미대생들의 우당탕탕 연애사를 다룬 드라마 <알고있지만>은 동명의 원작 웹툰을 가지고 있다. 웹툰은 20대들에게 뜨거운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며 높은 조회수를 달성했다. 청춘을 둘러싼 사랑의 다층적인 면을 그렸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하나의 드라마에 대한 평가가 왜 이렇게 크게 갈리는 걸까.
드라마 <알고있지만>의 한소희는 나쁜 남자와 가까스로 이별한 후 송강과 마주치게 된다. 송강은 연애라는 진지한 인간관계가 싫다면서 자신이 가진 매력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뿜어내는 캐릭터다. 섹시하고 매력적인 개새끼인 걸 알고있지만 한소희는 어쩐지 자꾸 송강에게 끌린다.
여자는 왜 나쁘지만 매력적인 남자에게 끌리는 걸까. 네이트 판에만 가도 지겹도록 쏟아지는 뻔한 연애 래퍼토리다. 아마 드라마 <알고있지만>의 이야기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연으로 올라왔다면, '헤어지세요'라는 폭발적인 댓글이 이어졌을 수도 있다. 혹은 너무나 뻔한 이야기처럼 느껴져 단 하나의 댓글도 달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멜로 영화, 드라마 어디서 본 적이 있었던가?
영화 <건축학개론>의 수지나 <봄날은 간다>의 이영애 <500일의 썸머>의 조이 데이셔넬은 남자 관객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영화 속 대표적 '썅년'으로 그려진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는 오직 남성이 사랑에 빠진 감정만 목격한다. 오직 사랑의 대상으로 등장한 여성의 입장을 들어볼 틈이 없다.
이런 영화에서 여성은 단순히 남성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이유 하나로 '썅년'이 된다. 영화를 보다 보면 분명 '뭐야, 여주도 남주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싶은 남성 시점의 장면도 있다. 그렇지만 결국 남자를 사랑하지 못한 채 홀연히 떠난 여성의 마음이 어떤지는 들어볼 틈이 없다. '썅년'이 등장한 멜로 영화는 반드시, 결말까지 실연당한 남자의 성장을 보여주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드라마 <알고있지만>은 완벽하게 여성의 시점으로 나쁜 남자에게 육체적인 끌림을 느끼는 이야기를 다룬다. 극중 주인공의 감정을 설명하는 내레이션 담당은 오직 한소희다. 도대체 송강이 무슨 생각으로 저리 예쁜 자태로 나쁘게 구는지 극 5화가 진행되었음에도 잘 모르겠다. 뻔한 '썅년'이 등장하는 멜로 영화의 성별을 살짝 뒤틀었더니 완벽하게 새로운 서사가 탄생했다. 바로 이 지점이 어떤 사람에게는 불편함을 또 다른 사람에겐 흥미로움으로 다가오는 거다. <알고있지만>은 20대 여성의 성적인 욕망을 전면으로 내세운다. 여성이 충분한 합리적으로 따졌음에도 상대방에게 마음과 몸이 이끌리는 찰나를 가감 없이 그려낸다.
흔한 멜로 영화가 남성의 진실한 사랑을 그리기 위해 예쁜 여성 캐릭터를 장식품처럼 세워두는 것처럼. 드라마 <알고있지만> 속 송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극 중 남자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의 근거는 딱 섹시할 정도만 보여주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남자는 오직 여자의 뜨거운 욕망과 실망과 질투의 대상이다. 이토록 찐득찐득한 전지적 여성 시점의 멜로드라마를 한국에서 본 적이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