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이브가 특별한 여성 서사인 이유
섹시해! 짜릿해! 재밌어!
킬링이브를 보고 강렬한 생각이 들었다. “섹시해! 짜릿해!”
세상에 많은 영화들을 ‘여성을 위한’, ‘여성을 말하는’ 영화라고 소개하지만 자주 시시하다. 여성이 잠깐 등장해서 몇 가지 주체적인 행동을 해놓고 진보적인 영화라고 자칭하는 식이다. 이런 지루함에 대해 영화 <알라딘>을 예를 들어 글을 쓴 적도 있다.
웃음기 싹 뺀 눈망울로 자기보다 커다란 남성을 손쉽게 제거하는 여성 사이코패스 빌라넬, 또 목숨을 잃을 각오하고 살인자를 치열하게 쫓는 여성 정보국 요원 이브가 주인공이다. 빌라넬은 명품과 화려한 옷을 입는 걸 좋아하고, 타깃 하나만 생각하는 요원 이브는 묘하게 매력적인 사이코패스에게 끌린다. 박진감 넘치는 스릴과 두 사람 사이에 느껴지는 섹슈얼한 텐션이 팽팽하게 마주친다.
남성 주인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릴러, 누아르 장르가 완벽하게 새롭게 느껴지는 건 분명 이례적으로 여성 주인공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쫓고 쫓기는 강인한 두 여성이 서로에게 강렬하게 끌리는 순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묘미가 느껴진다.
연기, 음악, 편집, 연출 등 무엇 하나 가법지 않다. 밀도 높은 스릴, 도발적인 두 여자의 미묘한 감정 묘사까지. <킬링 이브>의 매력을 서술하려면 끝이 없지만, 이를 구구절절 소개하는 일은 드라마를 만날 시간을 지체시킬 뿐이다. 먼저 1화부터 가볍게 시작해보시라. 정신없이 전 시즌을 마무리한 스스로를 발견할 테니. 이렇게 섹시한 여성 서사가 세상에 이제야 나왔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