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스민 공주가 램프를 문지르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영화 <알라딘> 속 자스민 공주는 원작과 달리 주체적인 캐릭터라는 이야기에 솔깃했다. 현대적인 가치를 반영한 오래된 이야기는 과연 어떻게 재탄생했을까. 느지막이 영화관을 찾았고, 생각보다 유쾌한 지니 캐릭터에 웃음이 터져버렸다. 그러나 기대보다 답답한 자스민의 행동에 지루해졌다.
자스민은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 그런데 아버지 때문에 왕궁에 갇혀 산다. 이따금 옷을 바꿔 입고 왕궁 밖으로 나가지만, 화폐의 가치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현실감 없는 캐릭터다. 자스민은 배고픈 아이들이 음식을 바라보면서 눈이 반짝거리는 걸 목격하자, 돈 한 푼 없이 상인의 빵을 아이들에게 냅다 줘버린다. 물론 상인은 화가 난다. 난감한 상황을 목격한 알라딘은 자스민을 돕는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여성이자 한 나라의 공주인 자스민은 국가의 리더가 되고 싶다. 그러나 간절한 소망을 입 밖으로 내뱉었을 때, 아버지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인 채 자리를 피해버린다. 물론 폐쇄적인 환경에서 자라온 자스민이 아버지의 단호한 말에 놀라고 당황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더 가혹하다. 자스민에게는 놀랍도록 여성의 신체를 옭아매는 다양한 디자인의 옷을 한 시간마다 갈아입는 일상이 있다. 이후 영화는 우리가 아는 순서대로 흘러간다. 자스민은 알라딘의 양탄자를 타고 세상을 여행하고, 여러 가지 풍파 끝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한다. (이 장면에서 부른 노래는 꽤나 감동적이었다.)
어쨌거나 영화의 제목은 <알라딘>이다. 심플하게 되짚으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자스민이 아닌 알라딘이란 뜻이다. 영화 속 자스민은 알라딘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주체적인 캐릭터로 바뀐다. 물론 모든 인간은 타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다만 영화를 보다 갑자기 궁금해진 게 있다. 자스민은 도대체 왜 램프를 문지르지 않았을까?
만약 내가 자스민이었다면, 램프의 존재를 알자마자 눈이 번쩍였을 것 같다. 램프를 쟁취하고, 내가 사랑하는 나의 백성들을 위해 어떤 소원을 빌 건지 혼자 고심했을 것 같다. 그리고 1. 마법사 자파의 영원한 추방 2. 국가의 풍요로움 (의식주) 3. 국가의 안전이라는 소원을 빌었을 거다.
고전적인 스토리에 갇힌 '현대적인 여성상'에는 확실한 한계가 느껴진다. 아직까지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 묘사는 고루한 경우가 많다. 남성이 주인공인 영화에서 약간의 주체적인 발언을 하는 여성 캐릭터는 더 이상 통쾌하진 않다. 제대로 발언하고, 생생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아직도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