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 맞으러 가자
신생아도 검진을 받고, 접종을 맞듯이 강아지도 예방접종을 맞으러 가야 했다. 송이는 태어난 지 3주 만에 유기견이 된 거라서 1차 접종부터 맞아야 했다. 1차부터 7차까지였나 접종 시기에 맞춰서 병원에 가서 예방접종을 맞아야 했다.(7년 전 일이라서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는다.)
3차를 접종하기 전까지는 산책하러 나갈 수 없다는 것도 이때 처음 알게 되었다. 엄청 작아 보이는 강아지들도 산책을 하러 나오길래 당연히 산책을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 강아지들은 송이보다 작아 보였는데, 3차 접종을 이미 끝냈던 건가 보다. 송이와 같이 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하는 수 없이 조금 더 기다렸다가 하기로 했다.
송이는 아주 추운 겨울에 집에 와서 접종을 맞으러 나갈 때마다 담요를 둘둘 두르고, 내 패딩으로도 감싸고 나가야 했다. 병원은 집에서부터 걸어서 15분 정도 가야 했다. 가는 동안에 작은 몸을 덜덜 떨면서 눈은 쉼 없이 바깥세상을 구경했다. 세상에게 버려졌던 강아지가 세상을 보기 위해 고개를 내빼고 지나가는 사람들, 풍경을 바라보는 모습이 참 뭐 했다. 처음부터 버려지지 않았더라면, 추운 겨울에 바깥에서 떨지 않아도 됐을 텐데. 괜히 송이를 더 껴안고 걸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담요를 살짝 걷어내고, 진료를 봤다. 처음 오는 곳이 신기한지 연신 코를 킁킁거리고, 까만 콩이 연신 움직였다. 수의사 선생님이 송이의 뒷목에 예방접종 주사를 놔주셨다. 강아지는 사람과 다르게 목 뒷부분을 잡아서 그 사이에 주사를 맞았다. 처음 되어보는, 준비되지 않은 견주가 겪는 것들은 신기하고 낯설었다. 주사를 맞고 나서는 목 뒷부분이 뭉치지 않게 주물러줘야 했다. 다음 접종 때에도, 어떤 주사를 맞든지 이렇게 주물러 줘야 한다고 하셨다. 그 외에는 사람처럼 통목욕을 하면 안 되고, 컨디션이 떨어질 수 있으니 잘 돌봐줘야 한다는 등의 안내사항을 듣고 진료가 끝났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 처음 올 때보다 덜 추운 것 같았다. 걱정했던 예방접종도 잘 끝냈고, 어디 아픈 곳 없이 잘 크고 있는 견생 3주 차가 기특해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송이의 마음은 달랐는지 집에 오자마자 인형을 물어뜯으며 으르렁거렸다. 가방에 거는 작은 인형만 한 송이. 제 몸만 한 인형을 물어뜯고, 던지고 물어오고를 한참을 반복하다가 조용해졌다.
"송이가 왜 조용하지? 이제 화가 풀렸나?"
나는 간식을 챙겨서 송이한테로 갔다. 송이는 이불 사이에 껴서 인형과 같이 자고 있었다. 인형에 앞발을 올린 게 꼭 끌어안고 자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사진을 찍는데 찰칵-소리에 귀를 쫑긋하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고 있던 인형을 두고, 내 손에 있는 간식을 먹으려고 두 발로 서서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손. 송이야 손. 언니한테 손 줘봐 손."
송이는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짖었다가를 반복하다가 내 손 위에 손을 올려놨다.
"그렇지. 잘했다!"
나는 들고 있던 간식을 송이에게 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게 송이의 첫 개인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