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예쁜 가게를 운영하고 싶어
회사원 시절부터 마음에 품어왔던 작은 로망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작고'이다. '예쁜'은 너무도 당연하다. 못생기고 밉고 보기 싫은 가게를 운영하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 하지만 규모의 경제 시대에 왜 크고 근사하고 예쁜 가게가 아니라 작고 예쁜 가게인건지?
그건...
<태생이 소박해서>
어린 시절부터 그랬다. 크고 화려한 것보다는 작고 고유한 것에 끌렸다. 작은 상점들을 구경할 때 마음이 설렜다. 나는 늘 작은 가게를 꿈꾸었다.
그런데 어떤 가게?
**작고 예쁜 가게 후보 목록**
1. 서점
2. 소품샵
3. 공방
4. 카페
5. 꽃집
6. 빵집
생각만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후보목록이다. 다 조금씩 건드려본 분야이지만 내가 선뜻 할 수 있는건 1,2,3번 정도였다. 예산과 체력이 비교적 적게 드는 후보들이다. 사실 가장 하고 싶은 건 서점이었다. 좋아하기에 잘 알았고 가장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사실도 알았다. 적당해 보이는 대안은 3번!
3번도 큰 수익을 내기는 수월하지 않은 업종이지만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낼 수 있으며, 운영하면 할 수록 나의 기술(?)과 역량이 늘어간다는 면에서 매력적이었다. 회사원시절부터 손으로 사부작 거리는 취미활동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마크라메' 공예에 빠져있을 때라 마크라메 공방을 차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몇개월에 걸쳐 자격증 과정을 수료한 상태였기에 기본 클래스 정도는 당장이라도 운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상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가격의 상가는 거의 없었다. 예산을 높일 수는 없으니 지역을 넓혀서 알아봤다.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기운이 빠졌다. 계속 제자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공간은 이래서 별로고, 이 위치는 이래서 문제고. 부동산에서 연락이 올 때마다 반가운 마음으로 달려갔지만 사실 진짜 속마음은 '어차피 안 할 거 왜 이러고 있지?' 였던 것 같다.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자신이 없어졌던 것이다.
생각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 마음으로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실행하는 것 사이에는 많은 절차가 겹겹이 쌓여있었고 그 겹겹이마저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하고 싶은지는 실행해봐야 아는 문제였다. 사실 나는 '내 가게'를 운영해보고 싶은 로망이 그다지 진심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신이 넘쳐서, 너무너무 하고 싶어서, 아니면 무척 절실해서,
그렇게 시작해도 잘 되기 어려운 것이 자영업의 세계라는데 확신도, 믿음도, 간절함도 없이 작은 로망하나로 시작하는 건 무모하다.
보장된 월급이 없는 상태로 보장된 지출을 만드는 일을 벌이는 것이 두려운, 아직 회사원은 피가 그대로 들어있던 나는 상가를 20개쯤 돌아볼 때쯤 다시 백수로 돌아왔다.
공방창업희망자는 공방창업자가 되지 못한채 또 다른 방황을 시작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