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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작가 Nov 07. 2021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백수일기5. 좋아하는 일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글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좋겠다. 그렇게 말할 수 있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좋아하는 일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요즘 진로나 직업 등에 대한 트렌드는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기'이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질문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요,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요,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요?'라고 물어본다는 것은 좋아하는 일도 있고 잘하는 일도 있다는 뜻이다. 그 두 가지가 있다면 어떤 것을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참 행복한 고민이다.


진로와 직업 탐색에 관심이 많은 나는 관련 주제의 컨텐츠를 많이 찾아보았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요,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업계 전문가(?)들의 답은 대체로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달랐다.


유형1. 좋아하면서 잘하는 일을 하세요.


둘 다 충족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는 것이다. 말은 쉽다. 설명을 듣다보면 좋아하는 일은 지치지 않고 할 수 있고 그러다보면 잘하게 된다는 논리이다.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잘하는 일은 하다보면 주변에서 인정해주고 성과도 빠르게 나게 되니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껴 좋아하게 된다는 논리이다. 단히 말하면 아무거나 해도 상관없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건 하나마나한 대답이다. 질문자들은 좋아하는 일을 잘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나 잘하는 일을 좋아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지난할 것 같아서 고민인 것일 테니.


유형2. 둘 다 해보세요.


둘 다 해보고 더 맞는 쪽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이 또한 말은 쉽다. 하지만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는 유한하다. 이런 조언을 하는 사람은 열정가라서 지치지 않고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경우 둘 다 실행하는 과정에서 지치기 쉽다.


한가지씩 순서대로 해본다고 하면 시간이 두배로 걸리는데 그 과정에서 더 잘 맞는 한쪽을 놓칠까봐 조급하고 불안해질 수 있다. 동시에 두가지를 실행해본다고 하면 과부하에 걸리거나 둘 다 집중하지 못해 이도저도 아니게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둘 다 해'는 참 맞는 말이지만 어려운 말이다.


유형3.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조합하세요.


예를 들면 책을 좋아하는데 영업을 잘한다면 출판사 영업부서에서 일해보라는 이야기다. 좋아하는 분야를 다루는 업계에서 잘하는 보직을 맡으면 절충이 된다는 의미인데, 합리적이고 효율적이고 적당히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적당히 만족한다는 것은 충분하지는 못하다는 뜻도 된다.


유형1,2,3 모두 일리가 있는 답이다. 고민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으로 선택하면 될 것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어떻게 대답해 주고 싶을까?


극현실주의자인 나는 유형4다.


유형4. 둘 중에 더 빠르게 정착할 수 있는 일을 하세요.


좋아하는 일이건 잘하는 일이건 준비기간이 필요할 수 있고 성과를 내는데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둘 중에 더 빠르게 실행하고 더 빠르게 성과가 날 것 같은 일부터 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 안심이 되고 성과가 보이니까 추진속도에 가속이 붙어서 더 빨리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한가지 일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낸 후 다른 한가지 일에 미련이 남는다면 그 때 다른 한가지도 시도해보면 된다. 한가지에 만족한다면 꼭 둘 다 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만족스러운 상태이니까.


감성도 철학도 없어보이지만 가장 평화롭고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마음의 안정과 효율성은 중요한 요소다.




사실 좋아하는 일 없어도 된다. 잘하는 일도 없어도 된다. 괴로울만큼 싫지는 않은 일을 적당히 할 수만 있으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그렇게 살면 재미없지 않냐고? 그럼 재미있는 행위를 더하면 된다. 현실과 타협해서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고 있다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일을 꼭 좋아할 필요는 없다. 일 이외의 부분을 재미로 채우는 것을 추천한다. 먹고사니즘을 해결할 수 있을만한 좋아하는 일은 찾기가 어렵지만 먹고사니즘과 상관없는 재미있는 일은 많고도 많으니까.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해보면서 살면 소소하게 재미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면 재미가 터지는 날도 있을 것이다. 또 그러다보면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럼 그 때 다시 고민하면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할까 계속 해와서 익숙하고 잘하는 일을 해야할까?


답은 너무 쉽다. 이미 계속 해오던 일이 안정되어 있으니 좋아하는 일을 같이 해보면 된다. 좋아하는 일에서 성과가 나기 시작한다면, 좀 더 집중하고 싶어진다면, 그 때 또 다시 고민하면 된다. 계속 해오던 일은 언제 그만두지? 이 때부터는 시기의 문제다. 선택은 당연히 좋아하는 일일 테니까. 행복한 고민이다. 그렇게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 미리부터 고민해서 불행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그런데 좋아하는 일이 없다면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하세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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