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작가 Aug 06. 2021

모든 것이 되는 법

- 하고싶은 게많은 걸까 하고싶은 게없는 걸까?


뭐라고? 오늘이 2021년 8월 6일이라고?

깜짝이야. 2021년이 5개월도 안 남았다니. 시간은 왜 점점 빨라지는 걸까?


생각해보니 벌써 퇴사생활 3년차.

나는 여전히 방황 중이다. 

( 앞선 방황 내용은 브런치북 '왜 퇴사했어요?' 참조 )




며칠 전에 오랜만에 예전에 다녔던 *마크라메 공방에 놀러 갔다. 1년 8개월만이었다. 공방주인은 1년 8개월 전과 다름없는 얼굴로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 * 마크라메란? 실을 사용하여 만드는 수공예. 손으로 매듭을 엮어 여러가지 형태를 표현할 수 있다. )


- 와! 똑같네요!


나의 첫 인사말이다. 반가움을 가득 담아 말했다. 예쁜 수공예품으로 가득한 공방의 풍경도 여전했고 바쁘지만 생기 있고 열정적으로 일을 해 나가는 공방주인의 분위기도 여전했다. 카톡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는 코로나 때문에 우울하다고 했던 것 같은데 막상 방문해서 보니 그런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 자격증 과정 2개를 새로 만들었고 이번 달에 책도 나와요.


코로나로 매출이 반토막 나고 수강생도 줄었다. 여유 시간이 많아졌다. 시간을 많이 들여서 집중해야 하는 디자인과 기획, 집필 등을 몰아서 하기에 딱 적당했다.

라는 것이 공방주인의 설명.


역시 열심히 살고 있었다. 여전히 멋있는 사람.

 '위기는 기회'라는 말은 이런 사람들을 보고 하는 말이다.


- 어떻게 지냈어요?


이제는 나의 소식을 전할 차례.

나의 행보를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성심성의껏 있는 그대로 전달해주고 싶은데 표현하기가 어렵다.


- 음... 나는 정말 모든 것이 되려고 하나봐요.

- 네???

.

.

.

누군가 나에게 인생책이 뭐냐고 물어보면 몇몇 소설책과 더불어 빠뜨리지 않고 이야기하는 책이 있다.

에밀리 와프너 작 '모든 것이 되는 법'



유명한 편에 속하지 않는 책이라 아는 사람이 많지 않고 읽어본 사람은 더더욱 많지 않다. 이 책은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이것저것 벌려 놓기는 잘하는데 진득하게 유지하고 발전시키지 못하는 사람. 무언가를 일정 이상 배우고 나면 금세 흥미를 잃고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려고 하는 사람. 


나 같은 사람들은 흔히 끈기 없다, 전문성이 없다, 산만하다 라는 평을 듣는다.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느낌에 가까운 평들이다. 이 책은 나 같은 성향을 그저 하나의 체질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한 가지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체질이 있는가 하면 얕더라도 여러 가지를 하는 것이 적합한 체질이 있을 뿐이라고. 이러한 성향은 잘못이 아니며, 여러 가지 분야를 융합하여 새로운 영역을 창조해 낼 수 있는 특별한 성향이라고도 이야기한다.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책에서는 '다능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참으로 위로도 되고 용기도 되고 희망도 샘솟는 내용이다.

갑자기 왜 이렇게 책 이야기를 하냐고? 

지난 시간 동안의 나의 행보가 정말 '다능인'스러웠으니까.



1) 장사를 해보고 싶어서 사업자를 냈다. 오프라인 몰을 오픈하면 리스크가 크니까 온라인 몰을 오픈해서 물건을 팔아보았다. 


2) 장사보다도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가 되고 싶어서 블로그에 광고를 달아 돈을 벌 수 있다는 수익형 블로그를 운영해 보았다. 


3) 꽃을 다루는 일이 기분 좋다는 이유로 꽃 수업을 듣고 화훼장식기능사를 취득했다.


4) 아로마테라피를 배워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공방 클래스를 운영하는 것도 재미있어 보였다. 아로마테라피 과정을 수강하고 천연화장품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5) 번역에 관심이 있어서 번역 수업을 들었다. 


6) 온라인 몰을 더욱 예쁘게 꾸며보고 싶고 출판 업무에도 관심이 있어서 시각디자인 및 편집디자인 과정을 수강했다. 포토샵과 일러스트 자격증을 취득했다. 


7) 디자인 툴을 다룰 줄 알게 되니 관심 영역이 확장되어서 이모티콘을 만들어 볼까 하고 이모티콘 관련 영상 및 책들을 보고 있다. 


8) 배운 것의 마무리로 전자출판기능사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자격증도 따려고... 

( 자격증 좀 그만 따자;; 은근히 ''욕심 있는 편. )



건드린 것들은 많은데 제대로 하고 있는 건 없는 것 같다. 여기서 제대로라는 것은 아무래도 수익창출이다. 그 부분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이기도 하니까. 지금의 나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취미생활 빡세게 하는 백수? 좀 더 미화시키면 멀티영역 지망생? 한량 소상공인?


나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던 공방주인이 말했다.


- 엄청 열심히 살았네요. 이제 한두가지 정해서 좀 더 파보면 되겠네. 할 줄 아는 게 많으니까 정하기만 하면 되네요. 


칭찬한 후에 단단한 조언도 빠뜨리지 않는다.


- . . .그런데 이제 새로운 건 그만 배워요. ( 웃음 )

- 하하하하. 맞아요. 그만 배우고 뭐 하나에 집중해야죠.


내가 생각하고 있던 핵심을 콕 찌른다. 찔렸는데 기분이 좋다. 알고 있는 내용도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들으면 더 확실해지는 느낌이 있다.


기분 좋은 대화, 맛있는 식사,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는 인사.


- 책 나오면 선물해 줄게요.

- OK! 작가 친필 사인 꼭 넣어줘야 해요.


좋은 사람은 언제 만나도 좋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다. 만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계속 생각했다. 

나는 정말로 뭐가 하고 싶은 걸까? 

하고 싶은 걸 찾는 중이라는 말로 퉁치기엔 시간이 많이 지났다. 


퇴사 후 2년 반. 퇴사생활 3년차. 

모든 것이 되기엔 인생이 유한하니까 결정을 해야 한다. 결정을 해야 무언가는 되겠지. 

하고 싶은 게 많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하고 싶은 게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호기심이 가는 것들을 한 번씩 건드려 봤지만 처음의 열정은 지속되지 못했다. 늘 새로 배우는 분야가 가장 재밌었고 그렇기에 자꾸 새로운 분야를 찾게 되었다. 


이 또한 중독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극에 길들여지면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찾듯이 새로 배울 때의 재미에 익숙해져서 진득하게 유지하면서 느끼는 은은한 재미에는 만족을 못하게 된 것은 아닌지. 가능성을 보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재미를 느끼기 위해 자꾸 새로운 분야로 도망치는 것은 아닌지.



더위가 한창인 8월. 여름휴가 시즌. 

여름 방학 기간. 

여름을 핑계로 조금만 더 쉬어보려 한다.

좋아하는 바다로 떠나서 바다를 실컷 보고,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리고 방향을 정해야지.


조금이라도 더 쉬어보겠다는 이 한량 기질.

나의 조급함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바다에 서핑보드 띄워놓고 둥둥 떠있는 기분이다.

평화롭고 좋다.

하지만 마냥 이러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파도를 잡아 제대로 타고 일어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단 진짜 서핑부터 하고.











작가의 이전글 근로노동 체질이라서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