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지 않고서는 베기지 못한다는 것
이것도 좋아하고, 저것도 좋아한다. 여기도 가보고 싶고, 저- 멀리에 있는 어디도 가보고 싶다. 유행에는 그다지 관심 없지만 유행과 내 취향이 겹치면 기꺼이 유행에 편승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평가는 내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더 많이 곁에 두고 싶을 뿐이다.
가뜩이나 살기에 팍팍한 이 세상에서
나를 기쁘게 하는 것,
나를 설레게 하는 것,
나를 웃게 하는 것,
나를 두근거리게 하는 것,
이런 것들을 하나라도 더 많이 곁에 두고 싶다는 욕망으로 나는 어느 것 하나 진득하게 좋아하는 걸 택하지 않고 짧고 굵직하게 혹은 길지만 연약하게 다양한 것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좋아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돌연 결심한다. 사는 게 너무 지겹다. 이렇게 재미없이 살다가 죽으면 너무 억울할 것 같은데 어떡하지. 아, 그래. 팟캐스트를 시작해 보자.
편집? 할 줄 모른다. 녹음장비? 당연히 없다. 스튜디오 빌리면 되겠지. 주제는? 몰라. 일단 시작하자.
... 따위의 빈약한 준비물을 가지고 마음은 먹었는데 막상 실행하자니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꼬시면 넘어올 것 같은 친구를 무작정 조르기 시작했다.
재밌을 것 같지 않아? 오, 편집을 할 줄 알아? 무료 편집 프로그램의 기능이 한정적이라고? 얼만데! 내가 살게!(편집 좀 부탁해) 약간 동네 양아치가 삥 뜯듯이 그렇게 동료를 획득했다.
그렇게 시작한 우리만의 방송은 생각보다 더 재밌는 일이었다. 들어주는 사람이 있기는 한지, 누가 듣고는 있는지, 어떻게 듣고 있는지 돌아오는 반응은 전무하다시피 하지만 우당탕탕 10화까지 주기적으로 업로드하고 있다. 다소 어처구니없지만 이래 봬도 우리의 지향점은 기승혁결 혹은 여둘톡이다. 특별한 형식 없이 편하게 웃고 떠들기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기승혁결과 여둘톡을 모르신다면 지금 당장 검색해 보시면 된다.(해당 방송의 호스트 6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원래 꿈은 클수록 좋다고 하잖아요.)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게 정말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있다. 정말로 새삼스레. 다시 알았다.
좋아하는 것도, 좋아했던 것도, 좋아했지만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것과 내 의지는 아니었지만 좋아할 수 없게 된 것까지. 이 세상에 이렇게나 관심이 많았다니.
사는 게 지겨워 그만 살고 싶다며 염불을 외던 혐오투성이 인간의 본심은 사실 죽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욕망하는 바를 있는 힘껏 표출하면서 누구보다 생생하게 살고 싶었던 것이라는 뻔하지만 재미없는 진실 앞에서 나는 헛웃음이 났다. 아,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이렇게 살기 싫었던 거구나. 이렇게의 이렇게가 어떻게냐는 상담선생님의 질문 앞에서 달리 할 말을 찾지 못해 얼버무리곤 했는데 이제야 알겠다.
팟캐스트를 녹음할 때마다 즐거워 어쩔 줄 모르겠는 내 목소리가 내 귀에 다시 꽂힐 때 나도 모르던 나를 찾은 느낌이었다. 녹음본을 들을 때마다 내가 이렇게 흥분해서 떠들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다소 놀랍다.
요즘은 다음에는 무슨 주제로 또 아무렇게나 얘기해 볼까 하는 생각을 수시로 해본다.
이것도, 저것도 다 얘기하고 싶다. 하고 싶은 말이 이렇게 많았는데 그동안 어떻게 참았나 싶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아무렇게나 떠들어보는 방송 오타쿠 문예회관, 줄여서 오-예" 별로 길게 고민하지도 않고 뚝딱 나온 오프닝 멘트다. 지금 이 글을 시간 내어 읽어주고 계시는 분이라면 부디 '오예'도 한 번 들춰봐 주시면 좋겠다. 생각보다 재밌을지도 모른다.
아무 계획 없이 무턱대고 졸랐는데 길게 고민 않고 덥석 내 손을 잡고 함께 해주어서 고마운 동지, 죠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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