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노트북을 가지게 되었다.
카페를 운영한지 어느덧 4년에 접어드는 2025년.
계속되는 불황에 근무를 하는 동안 남는 시간이 정말 많았다.
겨우 유지할 정도로 운영하고 있는 내 카페는 공부를 하러 오는 손님이 많았다.
생각해보니 이 나이가 되도록 노트북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학창시절, 디자인 과에서 필수템였던 노트북을 무슨 줏대인지 사지 않았다.
당시 맥북을 사준다던 엄마의 말에 속이 떨릴 정도로 기뻤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에 필요없어~ 집에 와서 컴퓨터로 하면 돼. 하고 거절했다.
지금 들어서 그때를 생각해보면, 아쉽기도 하고 잘한 선택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그때 맥북을 샀으면 중고로 팔았든 더 좋은 것을 샀든 했을 것이고,
없이 살아온 지금. 노트북이 없어서 생기는 불편따위 없었기 때문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손님이 없어서 주구장창 웹툰과 유튜브를 보는 나를 돌아보며.
나도 뭔가 생산적인 걸 해야하지 않을까? 하고.
20대의 초중반의 청춘을 카페에 쏟아부었다고 생각하는 나는
매순간. 매 시간이 지날 때마다 아깝다고 슬퍼했다.
글을 한 번 써볼까? 마음을 먹게 다짐한 건.
휴대폰 메모장 한 구석에 박혀있는 짧은 시놉시스 덕분이었다.
오글거리는 문장들과 중2병 같은 판타지 세계의 시놉시스는 어쩐지 모를 아련함을 불러왔다.
작은 크기의 노트북으로 구석에 앉아 글을 쓰고 싶어.
그 때부터 어떤 노트북을 살지 즐거운 고민을 시작했다.
새거로 사기는 아까웠다. 나는 글만 쓸 거니까. 웹서핑만 할 거니까.
고르고 고르다보니 나도 모르게 성능을 보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어쨌든 그렇게 고른 노트북은 맥북 m1 2020.
이제 재고가 없는 옛날 제품이라 당근과 중고나라를 뒤졌다.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지. 중고제품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켜놓을 건데 배터리 효율이 90%는 넘어야지.
그래도 예쁜 노트북을 쓰고 싶은데, 큰 흠집이 있으면 안 돼.
그래도... 언젠가 내가 이걸로 작업을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그럴 일은 없다)
결국 나는 맥북 m2 16gb를 구매했다.
거의 새거인 제품을 운 좋게 카페 근처에서 구할 수 있었다.
쿨거래를 마친 후 상태를 확인해봤다.
흠집 하나 없는 상태에 배터리 효율 100%을 자랑했다.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다음날 카페에 가져와 구석에 테이블을 꺼내놓고 앉았다.
마우스도 필요하고, 거치대도 필요한데.
이러다가 새제품 가격하고 쓴 돈이 같아질 것 같다.
노트북을 펼쳐놓고 휴대폰으로 쿠팡을 뒤졌다.
그리고 맥북으로 할 수 있는 게임을 검색했다.
자고로 노트북을 샀으면, 게임을 해야하지 않겠는가.
아이고, 이 화상.
그렇게 몇 시간을 낭비하고 난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예전에 적어놓은 글은 집에 있는 태블릿에 담겨있는 상황.
머릿속을 헤집으며 기억을 되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