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설의 스토리는 대게 이런 식으로 탄생했다.
어느 날 판타지적인 꿈을 꾼다.
꿈의 내용이 너무 재밌어서 이어서 꾸려고 노력한다.
(이때쯤이면 이미 잠은 깨고 눈만 감고 있다.)
뒷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눈을 감고 끙끙댄다.
더이상 오지 않는 잠에 눈을 뜨고 옮겨 적는다.
혹은
생활을 하다가 문득 엄청난 대사가 생각난다.
(주로 오글거리는 장면의 명대사이다.)
그 대사를 옮겨 적으면서 상황을 설정한다.
대사를 하는 인물과 대사를 듣는 인물을 설정한다.
항상 이런 식이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글을 적어나가면,
앞뒤 이야기는 다 짜르고 그 장면만을 적게된다.
그러니 항상 어딘가는 구멍이 나 있는 스토리가 완성된다.
기승전결이 없는. 항상 인생의 하이라이트만 있는 절정.
차근차근 빌드업을 해나가려해도 절정의 스토리까지 닿기에는
주인공의 성장이 너무 더뎠다.
용두사미인가 사두용미인가.
아니면 그냥 사두사미일 수도 있다.
노트북을 구매한 당일 밤.
새벽까지 가지고 놀다가 파우치와 마우스를 구매했다.
혹여나 스크래치가 나지는 않을까.
아 그냥 파우치가 오면 가져갈까. 하는 생각의 교차가 몇 번.
그냥 태블릿 파우치에 구겨넣어 매장에 들고 갔다.
난 성격이 급했다.
매장에 가지고 와서 한구석에 테이블을 놓았다.
오늘부터 글을 집필할 나만의 작업공간인 것이다.
차분히 앉아서 게임을 켰다.
그렇게 게임하기를 몇 시간.
도중에 오는 손님에 흐름이 끊겨 1등을 하기가 어려웠다.
에라이 게임을 꺼버리고 '글쓰기 프로그램 추천'을 검색했다.
모름지기 일을 시작하려면 환경부터 갖춰야 하는 법.
적당한 것을 찾고 설치했다.
그 후엔 '맥북 폰트 다운로드'를 검색했다.
예쁜 폰트로 글을 써야 완성했을 때 예뻐보이고 그런 법이다.
폰트까지 갖추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써내려갔다.
아, 생각보다 키보드에 지문이 많이 묻네.
키보드커버도 하나 사야겠다.
어느정도 글을 쓴 후에 나름 뿌듯해져서
아~ 적당히 잘 써서 공모전에 투고해볼까? 하는 오만방자한 생각을 하게 됐다.
글쓰기 공모전을 검색해보니 각종 공모전 정보가 쏟아졌다.
이럴수가.
하늘도 참 기가막히지.
노트북을 산 시기와 공모전 시기가 완전히 맞아떨어졌다.
노벨피아, 스토리움, 교보문고, 문피아.
지금이 스토리 공모전의 황금개막시즌이라니.
갑자기 투지가 불타올랐다.
내 소설... 재미있는데.
입상 안에는 들어보고 싶었다.
대상은 어떤 재능넘치는 자가 가져갈 것이 분명했기에.
일단 입상을 목표로 했다.
투고 형식의 공모전에 낼 작품을
연재형식의 공모전에 자유연재를 해나갔는데.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 하나 있었다.
내 소설은 판타지 소설.
그야말로 고리타분한 전통 판타지 소설이었던 것.
환생, 회귀, 이세계, sss급, 상태창이 주류인 지금 웹소설 시장에
진지하고 감성적인 고전판타지 소설은 완전 인기가 없다는 사실.
일단 1화를 읽게 해야 죽이고 밥이고 판단이 될 텐데.
클릭유도조차 안 되는 내 소설은 아무도 읽지 않았다.
그래서 난... 나의 철학과 자존심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소설의 제목을 바꾸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