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타임 14시간. 하루종일 붙들고 있었다.
평범하고 간결한. 그러나 간지나는 제목.
그건 그냥 내가 보기 좋은 것이었다.
당연히 스토리를 다 아니까.
내 눈에는 정말 모든것을 관통하는 제목이었다.
정식연재도 아닌 무료 자유연재. 심지어 공모전.
내 세계관을 같이 탐구하고 즐겨줄 독자는 없다.
자기가 읽고 싶은 흥미로운 글을 원했다.
그럼에도 내가 고집을 버리기 어려웠던 이유는
이런 생각을 염두해두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디자인과를 함께 나온 친구들은 당연 이런쪽에 밝았고,
지인들도 웹툰 소설 애니에 관심이 많았다.
내 소설이 어느정도 조회수를 기록하게 된다면,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추천이나 댓글 좀 달아줘 하고 부탁하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제목을 수정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태어나보니 지상최악 살인마의 외동아들~ 이라거나
떡볶이 천재 흑백요리사 우승자인 내가 이세계 공작의 주방장?! 이라거나.
현실세계와 웹소설의 세계의 괴리감이 날 부끄럽게 만들었다.
오글거리는 감성 판타지 소설을 작성하면서도.
결국 순응했다.
나도 쏟아지는 양산형 제목에 몸을 맡겼다.
~했습니다만, ~했습니다. 이런 식의 문장으로 된 제목.
내용은 그대로. 제목만 바꿨을 뿐인데, 이럴수가.
조회수가 움직인다. 업로드 한 내용도 없는데!
깨달았다.
내가 무시하던 어그로성 제목들은 트렌드에 맞는 유행이었고,
내가 고집하던 정통 제목과 스토리는 뒷방 늙은이의 전래동화같은 것이었다.
이제 글을 쓰기 시작한 초짜가 뭘 알겠는가.
지금의 기성 작가들이 얼마나 유행에 민감한지를.
반성했다.
그리고 글을 적어나갔다.
소설책스타일의 문체를 좋아하는 나는 웹소설도 그렇게 쓰면 될줄 알았다.
"아니 그건 말이 안 되잖아." 따스한 바람이 머리칼을 스쳐 산 너머로 날아갔다. 이윽고 아침이 찾아왔다. 이런 식으로 원고를 써내려갔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이동하면서 읽히도록. 그러나 이건 요즘에 맞지않았다. 짧게짧게 빠르게 전개되는 스토리가 자극을 주기 좋았고 모바일로 보기에 가독성이 좋았다.
그래서 이제 작은 습관이 생겨버렸다.
그냥 문장 하나를 적기만 하면 엔터를 누르게 된다.
"이렇게 대사를 치는 주인공이 있다고 치면"
주인공은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 배고파"
모든 대사와 공간에 여백을 주는 것.
누구의 대사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도록 화자를 적는 것.
물론 각자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웹소설은 이렇게 작성하는 거구나! 배울 수 있었다.
연재를 이어나가다 보니 어느덧 7회를 업로드 하게 됐다.
2만 자가 훌쩍 넘는 글을 쓰면서.
스토리의 어색함과 매력이 없는 내 문체를 보면서.
조회수가 점점 떨어져 0을 찍는 순간을 보면서.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우선 완성하기라도 해보자.
그 끝의 뱀의 꼬리일지라도.
끝까지 써보기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