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방법 네 번째 : 낙서하기

브런치 스토리의 시작

by forest

매일 3천자의 글을 업로드 하고, 조회수가 있는지 새로고침하는 삶.

이제 작품이 두개가 되어서 두 세계의 설정을 모두 외워야 하는 나.

(매일 6천자. 2배 이벤트)


단순하게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하루 10시간씩 노트북을 두들겼다.


그러다가 잠시 스탑.

싫증이 난 건 아닌데 다음 스토리를 쓰기가 싫었다.


나는 내가 왜 이런지 명백하게 이유를 알고 있었다.


초반에 확 불타올라서 열심히 하다 금방 식어버리는 나는 구체적인 틀을 생각하지 않고

항상 재미있는 부분만 떠올린다.


이게 뭔 말이냐 하면, 큰 사건 - 큰 사건 사이를 이어주는 작은 스토리들을 짜는게

재미가 없어서 등장인물들이 한턴 쉬어갈 때 같이 쉬어버린다는 것이다.


엔딩으로 까지의 여정을 큼직하게 정해놓으면 그나마 나은데,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가니 아이디어도 금방 떨어지고 원동력을 쉽게 잃는다.


푸념을 하고 싶다.

어딘가에 힘들다고 징징거리고 싶다. 격렬하게.


그러다가 문득 발견한 것이 바로 이 '브런치스토리' 이다.


종종 구글에 검색에 뜨곤 했는데,

감성적인 분위기와 넘쳐나는 에세이, 자기개발 콘텐츠는 나랑 맞지 않아서

이런 것도 있구나 하며 그냥 넘겼었다.


정말 문득이다. '문득'

글이나 한번 써보자. 푸념이나 가득 쓰자~ 해서 가입을 눌렀다.


근데, 아니 이게 뭐야.

왜 글이 안 올라가? 사진도 안 올라가고.

내 예쁜 맥북을 자랑하고 싶단 말이다.


세상에. 작가 신청을 해야 글을 업로드 할 수 있었다.


에라이.


금요일 밤. 퇴근하기 전에 작가신청을 눌렀다.


작가소개-


카페를 운영하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끝.(진짜 끝)


아니 나는 정말 이거 AI가 검사하는 줄 알았다.

최소한의 이상한 사람들과 광고쟁이들 자동가입을 막으려고...

설정해놓은 시스템인줄 알았다.


그래서 300자 제한은 커녕 저렇게 한줄로 모든 대답을 보냈다.

쓴 글 첨부에는 방금 대충 갈긴 5분짜리 첨부 딸깍.


시간이 좀 걸린다길래 주말이라 회사도 쉬는구나! 싶어서

월요일 아침에 메일함을 열어보았다.


tempImagexRhkfm.heic

( 10시 54분에 메일함을 열었는데 10시 51분에 메일이 와있었다. 운명일지도.)


담당자분들께 죄송했다.

알고리즘으로 브런치스토리 3수, 5수, 합격방법 공개! 이런 글과 영상이 뜰 때면

내 글... 재미있었을지도?! 하는 맘이 기어올라왔다.


아무튼, 알았더라면 좀 더 성의있게 작성했을거다. 진짜로.


그림이 마냥 좋았던 그림쟁이 시절에는 완성시켜야하는 그림이 있으면

그 그림 외에 다른 그림들이 그리고 싶어졌다.


외주를 업으로 하는 그림쟁이 분들도 외주보단 본인 작업이 훨씬 재밌다고 한다.


그림쟁이에게 낙서가 갖는 의미란,

글쟁이에게도 같은 의미일 것이다.


손가락 가는 대로. 맞춤법 따위 신경쓰지 않고.

문장이 어울리는지 어색한지 어쩐지 집어치우고.


그냥 필터없이 거쳐 나와 글을 이룰 때가 가장 재미있는 것 같다.


지금처럼.


저장본도 없이 그날그날 원고를 작성해서 산지직송으로 쏘아대고 있는데,

여기에 글을 쓰는 게 너무 재밌다.


나 어떡하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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