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점뫼 May 28. 2024

알감자 / 편의점

이제라도 5월 매일 쓰기



1.

수미감자가 나오는 철인가 보다. 로컬푸드에 가니 미니(?)알감자와 그냥 알감자가 섞여 있는 봉지, 그냥 알감자만 있는 봉지가 있었다. 엄지손톱만 한 미니알감자를 삶아서 스낵처럼 먹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에 미니알감자 봉지를 집었다. 계산대 앞에 줄을 섰는데 그 앞에 미니알감자만 들어 있는 봉지가 있었다. 난 먼저 집었던 봉지를 얼른 제자리에 두고 미니알감자만 있는 봉지를 냉큼 집어다가 계산대에 올렸다. 난 아무래도 귀여운 것 성애자인지도…. 그 귀여운 것들을 삶아 입에 쏙쏙 던져 먹을 생각을 하니 신이 난다.      




2.

20년이 넘은 우리 아파트 단지에는 2층짜리 작은 상가가 있다. 2층은 교회고 1층에는 부동산, 미용실, 카페가 있다. 카페는 간판만 있고 재작년 이사를 왔을 때에도 장사를 한 지 이미 오래 돼 보였다. 지날 때마다 ‘저 자리에 편의점 하면 진짜 좋겠는데…’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로 얼마 전부터 카페 자리에 편의점 공사를 시작하더니 드디어 오늘 편의점이 오픈을 했다. 반가움에 뭐라도 사겠다는 마음으로 편의점에 갔다.      


나와 거의 동시에 편의점으로 향하는 할머니가 있었다. 내가 편의점에 들어가려는 찰나, 할머니는 입구에 나와 있는 아줌마 사장님에게 “떡 좀 줘 봐.” 했다. 아줌마 사장님은 난처한 얼굴로 “개인한테 떡을 드리지는 않고 있어서요.” 답했다. 헐, 아는 사이 아니었어? 너무나 당당히 개업 떡을 요구하는 할머니의 등장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삼각김밥과 원두커피를 사서 나오는데, 할머니는 벌써 편의점 앞 파라솔 의자에 다른 동네 주민과 합석해 함께 떡을 드시고 계셨다. 그때 또 다른 할머니가 지나가는데 그 할머니에게도 떡을 먹고 가라는 할머니…. 그러면서 사장님 들으라는 듯 “이장, 이장” 하신다. 서울 바로 옆 동네지만 읍 소재지에 동네 이장이 있는 우리 동네. 세대가 달라 그런 건가, 사람 사이의 정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혼란스럽다. 그래도 개업 기념 떡을 드시고 싶으셨다면 야쿠르트 정도 하나 사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 하다못해 편의점 구경이라도 하면서 앞으로 오겠다는 빈말을 하는 정도의 성의라도 있었다면. 부디 상가에서 편의점이 오래오래 장사했으면 좋겠다.      



/24.05.28. 화          

매거진의 이전글 에너지 선포의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