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은 자신의 위에서 형형하게 빛나는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민욱과 눈이 마주쳤다.
심장은 미친 듯이 요동쳤고, 헐떡이는 숨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 소리가 자신의 것인지, 민욱의 것인지 분간 조차 되지 않았다.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고, 모든 상황이 비현실처럼 느껴졌다.
야릇하게 달아 오른 몸은 무척이나 나른했고, 뭔가에 휩쓸리듯 더 깊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 이건... 이건, 아니야... "
지은은 다가오는 민욱에게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이상하게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이 떨림은 공포인지, 아니면 그가 가까워졌을 때 느꼈던 설렘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 지은아... "
민욱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스며들었다.
민욱의 눈동자 사이에 보이는 아련함과 열망이 지은의 몸을 휘감았다.
그는 이미 욕망에 몸을 맡긴 채, 자신의 감정에 취해 이해하지 못할 말들을 뱉어내고 있었다.
" 너는 모르겠지만... 오래전부터 너를 좋아했어. 언제부턴가 널 보면 가슴이 뛰고, 닿고 싶고... 계속 그래 왔어."
" 참으려고 노력도 해 봤어. 먼발치에서만 보자... 이러면 안 되는 사이니까 정신 차리자.
근데... 네가 이렇게 앞에 있으면 난... 그냥 참을 수가 없었어. "
" 처음 잠들어 있던 널 만졌던 날. 미친 듯이 후회했어... 이러다 네가 날 싫어하면 어쩌지, 볼 수 없게 되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불안해 미쳐버릴 것 같았어. "
" 그렇게 미친놈처럼 술도 마셔 보고, 다른 여자들도 만나 보면서 널 잊으려고 했는데...
네가 자꾸 어른거리고, 어느새인가 네 소식만 찾아보고 있더라."
민욱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지은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그의 말은 그녀의 가슴을 쥐어짜는 듯했다.
" 그, 그렇대도 이건... 이건, 아니잖아. 오빠. "
지은의 목소리는 두려움에 떨리고 있었다.
자신을 지켜봐 왔다는 말도, 꿈이라고만 여겨 왔던 것이 사실이었다는 것도 모두 공포로 다가왔다.
고개를 내 저으며 단호히 말하는 그녀였으나, 민욱은 고개를 저으며 더욱 다가왔다.
민욱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입술에 닿으려 했다.
" 지은아, 나도 알아. 이런 내가 잘못 됐다는 거... 근데, 정말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자꾸만 너와 닿고 싶고, 너와 같이 있으면... 그냥 참을 수가 없어져.
내가 널 너무 사랑하니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이럴 수도 있는 거잖아...?"
" 아... 아니야. 아니야, 오빠. 이건 사랑 같은 게 아니야... "
"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이해해주면 안 될까? 너도! 너도... 설레었잖아. 그렇지?
네가 날 보던 눈빛을 보고 알았어. 네 마음속에 나에 대한 감정, 나도 알고 있어. "
민욱은 계속해서 그녀를 설득하려 들었다.
지은은 몰아치는 혼란스러움에 고개를 저었지만, 그의 손길은 끝없이 이어져 내렸다.
지은은 설렘이란 단어에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와 같은 공간에 있으며 두근거리던 것, 그와의 식사에서 느꼈던 다정함들이 모두 설렘이었을까?
그 모든 의문과 혼란을 뒤로하고 지은은 자신을 옭아매는 감각에 굴복하지 않으려 애썼다.
" 멈춰... "
지은은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뱉었지만, 민욱은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목덜미에 닿은 입술은 끈적하게 몸을 타고 흘러 얕게 이어진 골짜기를 타고 내려갔다.
입술을 갖다 댄 채 자근거리며 맛을 보던 민욱은, 감질이 났는지 자유로운 손으로 그녀의 잠옷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 괜찮아... 괜찮아. "
민욱은 두려움에 입술을 앙 다문 채 덜 덜 떨고 있는 지은에게, 아이를 달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이 지은을 향한 것인지, 자신에게 향한 것인지는 민욱도 알 수 없었다.
이내 드러난 살결에서 나는 달큼한 살내에 취한 민욱은 거침없이 그녀의 속옷을 밀어 올렸다.
봉긋이 솟아 오른 푸딩 같은 둔덕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푸딩 위에 얹힌 탱글한 열매를 가득 머금으며 소름이 오스스 돋아 있는 살결을 그러 쥐었다.
민욱은 농익은 열매를 빨아들이며 자신의 갈증이 해소가 되기를 바랐지만, 타들어 가는 갈증은 더욱 그를 목마르게 했다.
움찔거리며 허리를 비트는 지은을 몸으로 막아내며 맛본 푸딩은 세상 그 무엇보다 감미로웠다.
누군가 평생 맛볼 수 있게 해 준다고 한다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놓더라도 다른 이에게는 절대 뺏기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계속해서 자신과 떨어지려 하는 지은의 허리를 다리로 감아 고정한 뒤, 그녀를 가리고 있는 실오라기를 벗겨 내었다.
백옥 같은 실루엣이 드러나며 달빛에 반짝이자 민욱은 아랫배가 묵직해져 갔다.
" 하아... 너무 아름다워. "
민욱은 자신도 모르게 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지은은 민욱의 행동을 보며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
" 싫어...! 안돼, 하지 마...! 제발 그만해.... "
민욱은 그녀의 저항을 가볍게 무시하며 힘으로 억누르고, 손에 든 핸드폰으로 그녀의 모든 것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셔터 소리와 함께 깜빡이는 불빛이 방 안을 채울 때마다 지은은 끝없는 나락 속으로 서서히 떨어져 가는 기분을 느꼈다.
렌즈 너머로 자신을 응시하는 민욱의 날 선 시선이 뇌리에 깊게 박혔다.
마치 그의 눈 속에 갇혀버린 듯, 모든 감각이 마비되어 갔다.
' 이건 꿈이야... 현실일 리 없어. 이건 그냥... 악몽일 뿐이야. '
그녀는 현실을 부정하며 어딘가로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흘러내리는 눈물과 떨리는 숨은 여전히 자신이 여기 있음을 상기시켰다.
모든 것이 잔혹하고 무력했다.
아무도 자신을 도와줄 수 없었고, 외침은 허공 속으로 공허히 흩어질 뿐이었다.
희망이 꺼져가던 순간, 그녀는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기로 했다.
모든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해 스스로를 놓아버리는 걸 선택하고 말았다.
렌즈의 시선 속에 갇힌 자신은 더 이상 자신이 아니었다.
그녀는 차가운 껍데기만 남아, 마치 마네킹처럼 가만히 눕혀졌다.
의식은 점점 가벼워져 떠오르듯 분리되었고, 그녀는 자신의 몸을 멀리서 내려다보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모든 것이 마치 화면 속 장면처럼 비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그렇게 지은은 차가운 공허 속에 자신을 흘려보냈다.
렌즈 너머로 담긴 그녀의 모습은 민욱을 더욱 깊은 심연으로 끌어당겼다.
그는 자신이 담아낸 사진 속 그녀를 보며 짙은 한숨을 뱉었다.
숨길 수 없는 욕망이 그의 온몸을 뜨겁게 달궜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터질 듯 고동쳤다.
" 지은아... "
그의 목소리는 한껏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를 향한 갈망과 내내 쌓아온 억눌린 감정이 겹겹이 쌓여 터져 나오고 있었다.
민욱은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그녀를 마주 봤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떨리는 어깨와 억지로 외면하려는 표정을 좇았다.
손끝이 간질거리고, 숨을 삼킬 때마다 타들어가는 갈증이 그를 재촉했다.
성이 잔뜩 나서 묵직해진 곳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듯 얕은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 나...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
민욱의 말은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속에는 묵직한 조급함과 갈망이 얽혀 있었다.
차가운 그의 손이 굳게 닫힌 철문 같은 다리 사이에 불쑥 침범했다.
지은은 그를 힘껏 밀어내고 싶었지만, 온몸이 굳은 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미안해, 정말 미안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