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은 설득력, 브랜딩은 설명력
사실 저번 글을 쓰고 약간의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이걸로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가 분명하게 설명이 된 걸까? 아.. 아직도 살짝 부족한데…”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를 단순히 크리에이티브와 퍼스펙티브로만 비교하게 되면, 오해의 소지가 많을 것 같았습니다.
둘 간의 근본적 차이가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마케팅과 브랜딩은 ‘고객을 대하는 입장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오케이. 한번 더 쉽게 ‘설명’해 보겠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마케팅 브랜딩 비교 2탄은 조금 더 친절해졌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어떤 의류 매장에 당신을 맞이하는 두 점원이 있습니다. 이 둘을 쉽게 A와 B라 칭하겠습니다.
A는 매장뿐 아니라 본사에서도 인정받는 점원입니다. A의 강점은 설득력입니다. 고객에게 옷을 지금 당장 사야 할 이유를 논리 정연하게 전달합니다. 그러다 보니 매달 실적이 우수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이전에 A의 화술에 당해, 4벌의 옷을 산 적이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꼭 살 필요는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사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저번 달엔 카드 값이 꽤 많이 나왔습니다.
B는 A처럼 실적이 우수한 직원은 아닙니다. 구매 의향이 있는 고객을 빠르게 캐치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더군다나 한번 고객을 응대하면, 이야기에 빠져 다른 고객들을 놓치곤 합니다.
점주 입장에서는 B가 참으로 답답합니다. A처럼 효율적으로 빠릿빠릿하게 실적을 내면 좋겠는데, 그러질 못합니다. 그렇다고 해고할 수도 없는 노릇인 게, 회사의 가장 열렬한 팬이자 회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직원입니다. 때때로 점주는 B의 도움을 받아서 본사의 방침을 이해하기도 합니다.
점주와 다르게 당신은 사실 A보다는 B의 응대를 더 선호합니다. 일단 B와 만나면 재밌습니다. 이 회사와 제품에 대해 한결 더 이해가 되는 기분입니다. 게다가 A는 매장에 갈 때마다 이젠 조금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만날 때마다 과소비를 하게 되니, 은근슬쩍 피할 때도 있습니다.
보다 쉽게 설명드리기 위해, 상황을 가정해 보았습니다. 아마도 눈치가 빠른 분들은 쉽게 알아차리셨을 겁니다.
A는 마케팅이고, B는 브랜딩입니다. A와 B는 분명히 각자의 강점이 존재합니다. 다만 오늘은 A보다는 B의 강점에 집중해 보겠습니다.
브랜딩은 우리 브랜드가 가진 철학을 고객에게 잘 알려주는 것에 온 힘을 쏟습니다. 고객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마음에, 비유도 해보고 은유도 합니다.
또 인과관계가 있는, 브랜드 스토리를 활용합니다. 제품의 탄생일화나, 소비자들의 놀라운 경험,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해온 노력들이 그것의 소재가 되곤 합니다.
좋은 브랜드들은 거짓으로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브랜드 이야기를 통해 자신들을 잘 설명하려 애씁니다.
브랜드를 운영 중인 분들께서 현재 브랜딩을 잘하고자 한다면, 앞서 살펴본 예시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매출을 잘 올려주고 있는 A를 해고하고, B만을 선두에 내세우는 것을 브랜딩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A와 B의 공존을 잘 유지하면서, 고객에게 끼치는 B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감안하여 믿어주는 것입니다.
또, B의 관점에서 매장의 어떤 요소까지 회사가 가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입니다. 고객 응대는 어떻게 할 것이며, 입간판은 어떻게 만들고, 점원의 복장과 말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때때로 A의 반론도 충분히 고려하면서 말이죠.
그럼 정리 및 마무리하겠습니다.
마케팅이 설득이라면, 브랜딩은 설명입니다. 브랜딩은 브랜드의 철학을 잘 설명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설명을 통해 고객이 브랜드를 잘 체감하게 되면, 이는 성공적인 브랜딩(이 진행 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번 글에 이어서 이번 글도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 보았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했던 브랜딩의 뉘앙스는 얼추 다 전달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는 브랜딩으로 조금 더 딥하게 들어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