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사랑하는 일조차 명분이 필요했던 너에게

시작하면서

by 홍사라

이건, 나를 사랑하는 일조차 명분이 필요했던 지난 날의 어리숙함을 잊지 않기 위한 기록.


넌 어렸을 때부터 사람을 좋아했지. 누가 됐든 손님이 오면 네 몫으로 남겨둔 간식까지 내어주고, 부모님이 가족끼리 먹으려고 장을 봐둔 것까지 죄다 꺼내오는 귀여운 푼수떼기였잖아. 사람에게 곧잘 호의를 품고, 무엇이든 내어주는 걸 좋아하는, 그래, 넌 참 따듯한 사람이었지.


그토록 타인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에는 망설임도 어려움도 없으면서, 정작 스스로를 아끼는 데엔 언제나 주저하더라. 늘 생각이 앞섰고, 머릿속에 너 자신을 들어 앉혀 놓고 검열했었지.


"남들도 다 이 정도는 견디는데 왜 넌 이만큼도 못 견뎌?"

"왜 너는 이렇게 늘 어리숙하고 어설퍼?"

"이기적으로 살지마, 불편해도 견딜 줄 알아야지."

"그냥 니가 참아, 다들 그러고 살아."


그 얼마나 잔인하고 어리석었는지. 믿어지니? 타인에겐 그토록 다정하고 너그러운 네 마음이, 단 한 번도 너 자신을 위한 적 없었다는 게.


네 잘못이 아닌 일에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누군가에게 이용 당해 상처를 입고도 '나 자신이 좀 더 완벽했더라면...'하고 스스로를 탓했지. 그렇게 너는 스스로에게 채찍을 들었고 숱하게 상처가 생기고 곪아 터지는데도 깨닫지 못했어.


한 번이라도 너 자신을 들여다보았더라면 어땠을까. 상처를 돌보진 못해도, 최소한 자각이라도 했을 텐데.


결국 이 기록은, 널 기억하기 위한 거야. 마음의 상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지난 날을, 그 시절이 만든 상처들을, 그리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흉터까지 모두 나라는 걸 받아들이기 위한 기록이야.


이제 나는 널 외면하지 않아. 더 이상 네게 벌을 주지도 않을 거야. "괜찮다"거나 "안아주겠다"는 뻔한 말도, "곁에 있겠다"는 흔한 위로도 건네지 않을 거야. 내가 견디며 느낀 것들을 미련할 정도로 솔직하게 고백할 거야.


숱하게 스쳐간 너, 오늘도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을지 모르는 수많은 너에게 조금이라도 닿을 수 있기를 감히 바라면서.


자, 어디서부터 시작해볼까.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