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mystery

라키비움 J 어 사전 (9월) - 3부

by 골방지기
미스터리 Mystery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신비,불확실, 애매함, 수수깨끼 등


고등학교 때 이미 동아리 활동을 실컷 해본 터라, 대학에서는 굳이 동아리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대신 짝사랑하던 선배가 학생회 활동을 하던 학과 사무실 근처를 서성였다. 자연스럽게 수업이 끝나면 아르바이트가 없는 날엔 밤늦도록 과방 근처에 머물렀다.
불이 꺼지지 않는 공대의 밤은 이상하게 활기가 있었다. 그 시절 우리는 학교 BBS에 접속해 밤새 채팅을 했다. 문제를 틀려서, 새로운 2GB 하드가 달려서, 술이 들어가서… 별일 아닌 일로도 “벙개!” 외치며 모였다. (그때 내 컴퓨터는 겨우 500MB였다. 2GB 하드를 단 선배는 모두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고, 결국 술을 샀다.)

2학기 중간고사를 준비하던 어느 날 밤, 과방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남아 있었다. 책상에 엎드려 자는 사람, 귀를 막고 문제를 푸는 사람, 농담을 주고받는 후배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풍경이었다.
그런데—

“탁탁… 탁탁탁…”

타자 치는 소리였다.

“캐드실에 누가 있냐?” 복학생 선배가 물었다.
“없을 텐데요? 제가 마지막에 나왔거든요.”

순간,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혹시 도둑일까, 아니면 누군가 갇힌 걸까? 의견이 오가던 중, 선배가 벌떡 일어났다.
“확인해야겠다.”

우리는 캐드실 문을 확인했다. 분명 잠겨 있었다. 열쇠는 조금 전 막차를 탄 선배가 들고 갔다. 안에 누군가 있다면 큰일이었다. 선배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 안에 누구 있어요?”

…정적. 그러다 다시—

“탁탁… 타타탁탁탁.”

우리는 건물 밖으로 내려가 창문에 매달렸다. 하지만 안은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과방으로 돌아왔을 때, 이번에는 더욱 분명한 타자 소리가 울려왔다. 그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소리를 지르며 과방을 뛰쳐나갔다.

그날, 과방의 불은 오랜만에 자정 전에 꺼졌다.

다음 날 점심, 우리는 다시 과방에 모였다. 평소처럼 캐드실에서는 작업하는 아이들의 타자 소리와 마우스 소리가 벽을 타고 전해졌다. 누군가 말했다.
“어제 그건 뭐였을까?”
“귀신 아냐?”
“무슨 귀신이 타자를 쳐?”
“우리 채팅하는 거 옆에서 보고 배운 거지.”

엉뚱한 결론이었지만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캐드실 귀신’은 잠시 과의 단골 화제가 됐다.

한동안 밤늦게까지 남는 이들은 사라졌고, 언젠가부터 그 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가끔 생각한다.
혹시 캐드실 귀신은 채팅의 재미에 푹 빠져, 다른 건물의 귀신들과 밤새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건 아닐까.

아직까지도, 그 정체는 미스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