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선 Dec 31. 2021

그래도, 잘 살고 있다.

코로나 시대 2년을 보내면서.....

2020년 1월 우리 가족은 파리에 있었다. 여행을 시작할 무렵 한국에서 최초의 국내 확진자가 발생했고, 여행 중에 파리에서도 최초 확진자가 발생했다. 주위에는 마스크를 안 쓴 사람들이 더 많았고 우리 가족들도 지하철을 탈 때나 마스크를 쓰고 다녔지만 마스크를 벗고 있을 때가 더 많았다. 방진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들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2년이 넘도록 코로나 시대를 살게 될 것도, 그나마 막판에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음을 두고두고 감사하게 될 것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2월, 겨울방학이 끝날 때 즈음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본격적으로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전까지 아이들은 매일 밖에서 친구들과 뛰어놀았고 같이 점심을 먹었고 엄마들은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그게 일상이었다. 그러나 확진자의 수가 날마다 배수로 늘어나면서 개학은 미뤄지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렇게 한 달이 넘게 연기되다가 결국 온라인 개학을 했고 1년 가까이 원격으로 학교 수업 이루어졌다. 해가 바뀌고 코로나는 2년째 지속되었지만 방의 인원수가 적은 학교라서 전면 등교가 가능해졌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투명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해야 했고 친구들과 손을 잡고 뒤엉켜 놀거나 같이 음식을 먹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즐거운 학교생활은 옛말이 된 것 같았다.

아이들은 원격수업으로 컴퓨터를 얻고 학교 생활을 잃었다.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아이들은 친구들과의 즐거운 학교생활을 잃었고, 나는 아이들이 학교를 가면서 얻게 될 자유시간을 잃었다. 보통 8시 전후로 퇴근을 하던 남편은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이 되면서 5시면 칼퇴근을 했다. 저녁 시간에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놀고 있으면 밖에서 친한 친구들의 엄마들과 음식을 시켜먹기도 하고 만들어온 것들을 나눠먹기도 하면서 수다 떨던 시간이 없어졌다. 그리고 삼시세끼 요리를 하다 보니 손목의 건강을 잃었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던 활동도 멈췄고 친구들과 같이 책을 읽고 나누고 떠들던 즐거움도 잃었다. 아이들도 나도 친구들과 함께 하던 시간을 잃었다.

 그렇다고 잃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코로나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마스크에 익숙해졌다. 마스크를 쓰고 외부활동을 최소화하다 보니 독감에 걸리지 않고 2년을 보냈다. 아이들은 코로나가 시작된 그해 겨울에는 감기도 걸리지 않았다.

 코로나로 중국의 공장이 멈추니 우리는 맑은 공기를 다시 찾았고 강변에는 고라니와 철새가 많아졌다. 새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시간도 많아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전에 함께하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귀한지를 깨달았다.

 친구들과 함께 시간 보내는 것은 어려우니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처음에는 주말농장을 얻어서 농사를 시작했다. 단지 계절의 변화에 맞춰서 땅을 파고 모종을 심은 후에 물을 줬고 잡초를 뽑으면서 관심을 줬을 뿐인데 우리는 자연에서 초여름에는 감자를, 겨울이 시작될 무렵에는 열무를 얻었고, 봄부터 늦가을밭에 갈 때마다 호박과 파와 상추를 얻었다.  

섣불리 열무씨를 뿌리면 열무의 숲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식당과 여행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캠핑도 시작했다. 코로나 시기에 가족끼리 여행 가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소일거리를 하면서 우리끼리 음식을 해 먹고 놀기 위해 선택한 최고의 방법은 복잡하지 않은 캠핑장을 찾아서 캠핑을 하는 것이었다. 캠핑장에 도착하면서부터 각자 맡은 일을 하며 집을 만들고, 음식을 하고 불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아이들은 가지고 간 책을 읽으면서 낮에는 텐트 밖에서 밤에는 안에서 퍼져 있었고 부부는 텐트를 치고 장비를 갖고 노는 것 자체가 놀이였다. 빈둥거리는 자유를 즐기는 시간들이었다.  

사춘기 아이들과의 불멍은 묶여있던 매듭을 풀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다.

 이렇게 2년을 정리해보니 참 단순하게 시간을 보냈다. 잃은 것도 많았지만 얻은 것도 컸다. 가족과의 시간이 많아지니 사춘기를 맞이한 아이들과의 관계도 적당한 선에서 매듭이 묶였다 풀렸다를 반복하고 있고,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국내의 숨은 멋진 여행지를 찾아서 쉴 수 있었다. 그동안 관계 속에서 알게 모르게 지쳐있던 마음이 회복될 수 있었다.


그래도 코로나 시대 3년을 맞이하면서 2022년이 마지막이길 간절히 바란다. 무엇보다 마스크를 벗고 밖에서 돌아다니고 싶고 옆에 기침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공포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파자마 파티를 허락해주고 싶고 2년째 못한 핼러윈 파티와 크리스마스 파티도 하고 싶다. 밤에는 맘이 편한 이들과 맥주 한잔 마시면서 수다도 떨고 싶다. 가끔 들어가서 쉬는 골방은 편하지만 평생을 그곳에서 살아야 한다면 너무 답답하니까, 딱 거기까지였으면 좋겠다. 당연하게 여겼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서 마음껏 '함께' 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몸을 부탁해, 친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