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완 코론 DAY 1 : 오토바이 빌려 코론 한 바퀴

당신과 또 하나의 모험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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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이 주는 추억과 행복감을 크게 받아들이는 사람으로서

좋은 물건이나 명품을 사는 것보다 그 지출을 여행으로 돌리고, 여행으로 채우려 한다.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여행에 대한 관점이나 가치관이 변하기도 하지만 단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은 '감사함'이다.


아름답고 황홀한 여행지에서는 '이런 곳에 올 수 있고 내 눈으로 보고 담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고통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때면, 그들을 내가 지금, 아주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이렇게 원하는 곳으로 시간 내어 떠날 수 있는 상황들에 감사해한다.


마음 맞는 이와 떠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상대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안다 생각했었음에도 새롭게 발견하고 알게 되는 그, 크고 작은 것들에 감사하다.

잘 모르던 그들의 문화를 즐기고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음에도 감사하다.


이렇게 여행이 주는 감사함은 내 마음을 풍요롭게 해 주고 동시에 나라는 사람을 더욱더 크게 만든다.

그렇게 여행을 사랑하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자주 떠나야지' 하는 내가 오늘 담으려 하는 이곳은,

아름답다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내가 사랑하는 곳 팔라완 코론이다.


두 달 정도, 필리핀 여행을 하던 때였다.

뽀얀 피부를 갖고 있진 않았지만, 잘 타는 피부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 나도 피부가 타는구나'라는 걸 느꼈던 그때.

필리핀과 흠뻑 사랑에 빠져 있던 닉과 나의 첫 기념일 즉, 1주년이 코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던 그때.


그 말은 곧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우린 이미 여행 중이었고, 그땐 세부에 있었는데 거기서 친구가 된 커플과 함께 연말 여행을 가기로 했다.

항공편이 달라 우리가 선발대로 먼저 도착했었는데 지금도 출발 전 방방 뛰며 신났던 우리 모습이 떠오른다.

사실 생각해보면 신날 수밖에 없다.


일상에서 벗어나 닉과 장기간 여행을 하고 있다는 행복감에 거기다 1주년 플러스 크리스마스 여행이라니!

출발부터 들뜨는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우리가 있던 세부에서 팔라완 부수앙가 까지는 비행으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CEBU - BUSUANGA)

필리핀 에어라인, 국적기를 이용하였는데 작고 귀여운 경비행기에 타기 전, 둘이 좀 망설였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귀여운 경비행기라 말할 수 있지만 그땐 좀 불안했던 게 사실, 너무 작았거든.


하지만 도착 하기 얼마 전부터 우리 눈에 비친 팔라완은, 파라다이스 선물 그 자체였다.


그렇게 짧은 비행을 마치고, 무사히 도착한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작은 공항에 놀라기도 했다.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들.

역시 어딜 가든 그곳을 가장 먼저 판단하게 되는 이미지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리조트 도착 후 더운 날씨에 웰컴 드링크가 어찌나 달고 시원하던지, 연달아 땡큐를 했던 기억이 난다.

체크인 후, 짐만 먼저 풀어놓고는 바로 나와 오토바이를 렌트했다.


우리 숙소 맞은편에 있던 렌트 샵에서 맘에 쏙 드는 아이를 골랐는데 오토바이 렌트는 정말 신의 한 수!

조심히 신경 써서 운전하고 관리만 잘한다면, 여기서 오토바이 운전은 적극 추천하는 바다.


크리스마스를 얼마 남지 않았던 시점에서 우린, 오토바이를 빌리자마자 다운타운에 위치한 성당으로 향했다.


성 어거스틴 성당 (st. augustine church).

성당이 개방되어 있어 내부로 들어가 묵상을 하고 기도를 했는데 역시나 성당에서 주는 평안함에 마음이 놓인다. 우린 여행을 하는 동안 가능하다면, 꼭 성당에 가려했다.

미사를 드리진 못하더라도 꼭 나란히 앉아 기도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종교라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물론, 우린 성당에서 만났지만 )


성당을 나와, 카페에 들려 커피도 한잔 하며 다운 타운 구경을 마쳤다.


다음 일정은 '온천'.


래시가드를 챙겨 오지 않았던 나는 '옷을 어떡하지? 탈의실이 제대로 있을까?' 하고 고민을 하니

'베비 수영복 입고 아까 산 팔라완 타월을 위에 두르는 건 어때?' 라며 먼저 제안하는 닉.

'괜찮을까?' 라며 머뭇거리니 역시나 내가 하고 싶은데로 하라며 한 발 물러서 준다.

물론 고민은 머지않아 행동으로 옮겨졌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래, 내가 언제 수영복만 입고 오토바이를 타보겠어!



생각보다 길이 가파르고 덜컹 거리는 게 많아 비포장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게, 처음엔 무서웠지만 역시나 '안전 제일' 닉.

매끈하지 않은 길 덕에 조금씩 흙탕물이 튀기는 정도 말곤 아주 안전히 오고 갔다.


운전하느라, 옆으로 내가 마주한 아름다움을 그는 백 프로 즐기진 못했다는 게 아쉽지만 말이다.

나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 다음엔 내가 운전해도 될까?


드디어 온천 도착!


사실, 처음에 코론에 온천이 있다는 이야길 듣고 '더운 나라인 필리핀에 무슨 온천?' 이라 했었다.

반신반의했던 마음으로 마주한 마퀴닛 온천은, 이제 코론을 간다면 꼭! 방문하라 말하고 싶은 곳이 되었다.

필리핀의 유일한 해수온천으로 이런 야생 느낌의 천연 온천을 그냥 지나칠 수 없으니까 말이다.


말문이 막히는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온천에서 조금 더 안으로 들어오면, 가슴 벅찬 바다가 눈 앞에 펼쳐진다.


'평화롭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이 곳에서 우린 꽤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다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가만 보면 우린 참 '자연'을 좋아해.


묵혀 있던 피로가 풀리는 듯한 기분.


조금씩 해가 지고 있었는데, 저 멀리 산 뒤로 붉으면서도 주황빛, 보랏빛을 띠던 석양이 황홀하다.

뜨거운 온천 물속에 들어가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쯤 마셨던 산미구엘이 떠오른다.


뼛속까지 시원해지던 산미구엘 맛,

그럼 잊을 수 없지!


더 어두워지면, 돌아오는 길이 힘들 것 같아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온천에서 나왔다.

툭툭 타월로 물기를 털어내고는 오토바이를 탔는데 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자연스레 마르기 시작했다.

자연 건조라니 이상하게 기분 좋네.


원래 물놀이하고 나면 배고픈 법인지라 다운타운에 있는 식당에 들려 푸짐하게 저녁을 먹고는, 그래도 돌아가기 아쉬워, 오래된 술집에 들렸다.

그곳에서 우린 칵테일을 시켰고 피곤함을 잊었다.


그렇게 첫째 날 일정이 끝나갈 무렵.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선선하게 부는 바람이, 쌩 - 하고 달리는 오토바이를 만나 더욱 강해졌다.

듬성듬성 있던 마을 가로등.

그리고 우리와 달리던 오토바이 불빛에 의지해, 낯선 길을 달리는데

알 수 없는 짜릿함이 등을 타고 흘렀다.


그렇게 현재 시점인 지금, 문득 그날 밤 어떤 기분이었는지 궁금해 닉에게 물었다.

여러 번 묻고 여러 번 대답해줬음에도 역시나 성의 있는 답변으로 돌아온다.


'모험을 떠난 다는 비장함, 당신과 또 하나의 모험을 떠난다는 설렘, 그대를 어떤 위험에서도 지키겠다는 용맹함, 마음이 따뜻하면서도 서늘하고 두근거렸지.'


이보다 더 완벽한 대답이 어디 있을까.

물론, 원하는 대답을 듣고자 물어본 건 아니었지만 역시나 당신은 참 달다.


우린 그날 밤에 대해, 코론에 대해 여행이 끝나고도 자주 나누었고 지금도 자주 그리워한다.


담아 두고 얻어온 것보다, 훨씬, 아주 많이 잠재되어 있는 그곳에

하루빨리 다시 갈 수 있기를 함께 희망해본다.